한국 감독이 인도의 속내를 포착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1.12.1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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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오래된 인력거>

<오래된 인력거>는 인도 캘커타의 인력거꾼을 찍은 다큐멘터리로, 2010년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 장편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놀랍게도 감독이 한국 사람이다. 이성규 감독은 1999년 인도의 카스트와 소작 쟁의를 다룬 다큐멘터리 <보이지 않는 전쟁>을 찍었고, 이후 인도에 자주 드나들다가 2009년 <오래된 인력거>를 찍었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편집이 크게 바뀌었다. 관객과 밀착하기 위해 내레이션도 삽입되었다. 내레이션은 이외수 작가가 맡아 전문 성우 못지않게 안정된 목소리를 들려준다. <오래된 인력거>의 만듦새는 최고이다. 디지털(DSLR)로 찍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면의 앵글이나 깊이감이 완벽하고, 마치 조명이 세팅된 채 찍은 필름마냥 색감이 뛰어나다. 플롯과 편집도 극영화처럼 매끄럽다.

<오래된 인력거>는 주인공이 카메라를 향해 “찍지 마라, 외국인은 친구가 아니다”라며 내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캘커타의 인력거꾼을 찍는 이 영화의 시선이 할리우드 영화 <시티 오브 조이>와 같은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을 품고 있음을 드러낸 장면이다. 영화는 ‘인력거꾼 코스프레’를 하며 외국인에게 기념품을 파는 사람이나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지만 관광객처럼 보이는 백인의 모습을 통해 아이러니를 안긴다.

영화는 가족 부양을 위해 땀 흘리는 가장을 통해 가족애를 말하는 것 같지만, 명확한 계급성을 내포한다. 부자 승객과의 승강이, 약값을 꾸어주고 고리를 뜯는 아들의 사장, 땀 흘려 번 돈이 모두 의료비로 나가는 기막힌 현실과 소작 쟁의 장면을 통해 자본주의적 계급과 카스트라는 이중의 굴레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가난과 대비되어 미래 도시처럼 올라가는 뭄바이의 스카이라인도 명징한 울림을 지닌다. <오래된 인력거>는 휴머니즘 영화가 아닌 사회주의 리얼리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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