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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필벌’ 잣대 사이 울고 웃었다

주요 그룹들, 사장단 등 인사 잇따라 단행…오너 3세들의 승진 인사도 두드러져

김세희 기자 ㅣ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1.12.12(Mon) 0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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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7일 재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삼성그룹의 연말 정기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었다. LG그룹은 지난 11월 말 일찌감치 임원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 내년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조기에 조직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코오롱, GS, 현대백화점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인사에서 부각된 것은 인사의 고전적인 원칙인 ‘신상필벌’이었다. 삼성과 LG 그룹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 인사에서는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 등 오너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총수 일가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부진 에버랜드·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삼성그룹 3세 경영인에 대한 인사는 빠졌다. 그러나 이들이 경영에 참여한 회사의 CEO가 바뀌면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GS그룹, 한국타이어 등 일부 기업에서 10여 명 안팎의 오너 3, 4세들이 승진 소식을 알리며 본격 3세 경영인 시대를 열어가는 흐름이다.

   

“잘한 사람 더 잘하게…못한 사람은 누르고”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성과를 중시했다.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는 지난 12월1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의 발언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당시 이회장은 “삼성의 인사 방침은 신상필벌이다.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 하고 못한 사람은 누르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은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삼성전자 DS사업총괄 부회장과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신임 권오현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메모리 제품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시스템 LSI 사업의 일류화를 일구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신임 정연주 부회장 역시 지난 2003년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2009년까지 7년 동안 1조1천3백억원이던 매출을 4조3백50억원으로, 네 배가량 키워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지난해에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단순 시공 위주의 국내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정부회장이 취임한 뒤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액은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조4천3백억원을 기록했다.

애플과의 한판 전쟁을 벌였던 갤럭시 시리즈의 개발 주역도 보상을 톡톡히 받았다. 이철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개발담당 임원이 사장급을 맡은 것은 이철환 사장이 처음이다. 갤럭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개발 업무를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 역시 성과를 기본 바탕으로 기술·생산 전문가들을 경영 전면에 포진시켰다. 구본무 회장의 ‘기술 LG’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인사이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실트론 등 3개 전자 계열사의 사장이 동시에 교체되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기준으로 각각 9천2백68억원, 3백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분위기를 쇄신하고 그룹의 미래 전략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그룹 내 대표적인 기술·생산 전문가인 한상범 부사장, 이웅범 부사장, 변영삼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매출 규모와는 무관하게 분명한 성과를 창출한 임원은 업종을 불문하고 중용하는 파격도 보였다.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LG디스플레이를 맡았던 권영수 사장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전보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LG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깜짝 발탁보다는 경영 최일선에서 분명하게 성과를 일군 인물들을 중용하는 원칙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같은 성과 중심 풍토는 향후 인사 시즌을 앞둔 다른 그룹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MB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승진

   
삼성그룹의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이미 “지위나 역할의 변화는 없다”라고 승진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였다. 다만 이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이서현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사장은 지난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과 관련해 이회장을 보필하며 이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LS그룹, GS그룹, 한국타이어 등 일부 기업에서는 오너 3세의 승진 인사가 단행되었다. 인사를 앞둔 다른 기업들에서도 3세 경영인들의 대거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재무팀장은 상무보로 승진해 경영 일선에 첫발을 내디뎠다. 허윤홍 상무보는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이후 GS건설에서 경영관리팀, 플랜트기획팀, 외주기획팀 등의 업무를 두루 경험한 바 있다.

   
LS그룹은 구자명 LS니꼬 동제련 사업 부문 회장의 외아들 구본혁 LS사업전략팀 부장을 LS니꼬 동제련 중국사업부 이사로 승진했다. LS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 구자은 LS니꼬 동제련 부사장도 임원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한 후 LS전선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LS관계자는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지만 구자은 부사장의 승진이 사실상 결정되었다”라고 말했다. 구자은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통해 LS그룹은 본격적인 사촌 경영 체제로 접어들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경영기획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조본부장의 승진은 6년 만이다. 조본부장은 1998년에 입사해 광고홍보팀장, 마케팅본부장을 거쳐 2006년부터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왔다. 지난해 6월 승진한 조현식 사장과 함께 조회장의 두 아들 모두 사장이 되어 한국타이어는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이 밖에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동생 정교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 허진수 GS칼텍스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차장과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 역시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 일가들의 승진은 일정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들어 3세, 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불안정한 대내외 경영 환경에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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