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나서는 ‘MB 가신’들 꿋꿋이 살아 돌아올까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1.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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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특보들 일제히 총선 앞으로…무소속·신당 출마 가능성 커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불과 몇 년 전 폐족(廢族) 선언까지 했던 세력이 금의환향한 영웅이라도 된 양 으스대는 모습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굴절’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행간에는 최근 부각되는 ‘친노(무현)’ 세력에 대한 견제와 함께, 현 정부의 주류인 ‘친이(명박)계’의 위기감이 묻어난다. 불과 4년 만에 ‘친노’와 ‘친이’ 사이에서 지난 2008년 총선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오는 4월의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 그중에서도 특히 ‘MB 가신(家臣)’으로 불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죽을 맛이다. 당선은 고사하고, 여당의 공천을 받는 것조차도 불투명하다. 이미 한나라당을 점령하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 중심의 비대위 체제에서는 ‘MB맨’들에게 “알아서 처신해달라”라고 통보한 상태이다. 4년 전 비주류였던 친박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줄줄이 낙마하자, 당시 박근혜 의원이 “살아서 돌아오라”라고 했다는 말이 지금의 ‘MB맨’들에게 ‘자기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MB맨’들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매일 새벽 4시30분에 집에서 나와 밤 12시10분 전까지 사상의 구석구석을 다 누비고 있지만, 시민들의 따끔한 질책이 쏟아진다. 확실히 부산의 분위기가 안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부산 사상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대식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벌써부터 잠겨 있었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MB 캠프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과 함께 이끌었던 ‘MB맨’이다. 그는 현 정부에서 각각 차관급인 민주평통 사무처장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에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13.4%의 득표율로 선전하기도 했다. 당시 김후보와 함께 한나라당 간판으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해서 역시 1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적진’에서 나란히 두 자릿수 득표율이라는 고무적인 성과를 올렸던 정용화 전 청와대 비서관은, 광주 서구 갑 출마를 준비하던 1월9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는 “이대로는 한나라당에 전망이 없다. 당명을 바꾸거나 공천 쇄신을 하더라도 기본 사고방식 자체가 구시대적이다”라고 비판했다. 김후보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후보에 대해 “무척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신당 만들면 경쟁력 있다” 평가도

ⓒ 시사저널 사진팀
‘MB맨’들의 한나라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 출신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전북 전주 완산 을)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경남 사천)도 한나라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이번 총선에 나서는 이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도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새로운 당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돈 봉투 파문 때문에 기존 정치권 및 정당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 오히려 이번 총선은 무소속 출마가 러시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근혜 주도의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기가 사실상 힘들어 보이는 MB 측근들은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아니면 신당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김대식 후보는 당초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던 부산 영도구를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상으로 선회했다. 사상에는 민주당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마할 예정이다. 엄청난 강적을 만난 셈이다. 김후보는 “상대가 거물급이어야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김후보에게 더 큰 벽은 여권 내에 있다. 사상에서만 내리 3선을 한 바 있는 권철현 전 주일 대사가 “지난 18대에는 양보한 만큼 이번에는 출마하겠다”라고 벼르고 있어 공천이 불투명하다. 박영준 전 차관은 대구 중·남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인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 등 경쟁자들이 그만그만해서 한번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낳고 있지만, 그 역시도 문제는 공천 여부이다. 박 전 차관측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MB 순장조’로 불렸던 박형준 전 사회특보, 이동관 전 언론특보, 유인촌 전 문화특보 등도 일제히 총선 채비에 나섰다. 박 전 특보는 부산 수영구 출마를 위해 뛰고 있으나, 지역 현역인 유재중 의원이 친박계여서 공천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 전 특보와 유 전 특보는 서울 출마 계획만 갖고 있을 뿐, 지역구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퇴임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출마 여부도 큰 관심거리이다. 실장 재임 시 “선출직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라고 한 약속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본인은 “총선 출마 생각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경기 성남 분당 을 복귀설과 서울 종로 차출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원래 자신의 지역구였던 충남 공주·연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같은 당에서는 박희부 전 의원이, 범여권에서는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버티고 있다. 신율 교수는 “MB맨들이 만약 새로운 당으로 총선에 도전한다면, 기존의 ‘박근혜당’보다는 훨씬 더 중도 쪽에 갈 가능성이 크다. 의외로 이런 점이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라며 ‘MB맨’들의 총선 경쟁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붙고, 또 붙는 지역의 라이벌이 있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한번 격돌을 예고하며 진검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 라이벌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서대문 갑의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과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을 꼽는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은 지금까지 무려 세 번이나 맞대결했다. 16대(2000년) 첫 대결은 이의원의 승리, 17대 때는 우 전 의원의 설욕, 18대 때는 이의원의 재설욕.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의 혈전이었다.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네 번째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성동 을의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과 임종석 전 민주당 의원, 노원 을의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과 우원식 전 민주당 의원, 마포 을의 강용석 무소속 의원과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구로 갑의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과 이인영 전 민주당 의원, 관악 갑의 김성식 무소속 의원과 유기홍 전 민주당 의원 등도 지난 17대와 18대 두 차례 총선에서 각각 맞붙어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고양 일산서구에서는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에게 17대와 18대 각각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김두수 민주당 제2사무총장과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이 저마다 또 도전장을 내고 있어, 누구와의 리턴매치가 이루어질지도 관심이다. 대전 중구에서 또 격돌이 예상되는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과 강창희 전 한나라당 의원의 대결도 흥미롭다. 12대(1985년) 총선부터 이 지역에서 4선을 기록했던 강 전 의원은 17대와 18대 때는 모두 권의원에게 패했다. 이번에는 설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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