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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 흐름 가를 ‘세대 갈등’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ㅣ 승인 2012.02.01(Wed) 22: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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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경제학자가 인구의 고령화라고 말할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청년 실업, 수출의 감소, 부실 금융기관 등 우리 한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도 인간의 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의한 인구 고령화에 비하면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가벼운 문제로 느껴질 정도로 고령화는 해답도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런 고령화가 가장 먼저 일으키는 현상은 연금이나 의료보험 시스템의 와해이다. 젊은 사람 다섯 명이 나이 든 한 사람을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금이나 의료보험 제도가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점차 젊은 사람 두 명이 나이 든 사람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결국 해결 방안이 따로 없고, 그저 나이 든 분에게 지급할 연금과 의료보험 혜택은 줄이고 젊은 층이 내야 하는 부담금을 올려야 한다. 당연히 평생 연금과 의료보험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매달 기금을 납입해 온 미래의 노년층에게는 크나큰 실망을 넘어서 생계의 위협이 될 것이고, 자기 살기도 힘든 미래의 청년층에게는 엄청난 금전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청년층의 입장에서 보면 출산율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므로 자신들의 연금이나 의료보험 부담은 늘어나는 데 반해 자신들의 노년에는 재정의 고갈로 연금이나 의료보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납입금들이 제2의 세금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한국 정치의 새로운 변화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빠르게 상승한 것을 꼽는다. 이런 젊은 층은 단순히 이전보다 많이 투표에 참여할 뿐 아니라 투표 성향에서도 기존 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세대들은 지역 중심으로 투표하거나 사상적으로 좌우의 대립으로 나뉘는 반면, 젊은 층은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안철수로 대표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정치적인 변화의 근본에는 고령화에 따른 경제 문제가 존재한다. 기성세대는 연금과 의료보험 시스템을 마련했고 앞으로도 이를 지켜주리라 생각되는 기존의 정치권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엄청난 연금과 의료보험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이런 답답한 시스템을 타파해줄 파격적이고 비정치적인 인물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아무래도 정치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익 단체들과 얽혀 있어 연금이나 의료보험 등 고령화에 따른 문제들에 대해 획기적인 방안은 내놓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나 현의 지사와 같이 직선제로 선출되는 직책에 연예인, 문학가, 코미디언 등의 무소속들이 상당히 진출해 있다. 이들은 기존 정치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엉뚱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치인들과 정당들이 이런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정책을 만들어낸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그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고령화의 진행에 따라 세대 간의 갈등이 앞으로 한국 정치의 핵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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