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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티베트의 저항 불씨는 ‘종교 간섭’

중국 정부, 친중국 승려 앞세워 라마승들 자극 승려들의 분신에 성난 티베트 민중까지 ‘폭발’

모종혁│중국전문 자유기고가 ㅣ 승인 2012.02.07(Tue) 01: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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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승조차 써다(色達) 현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 접속이 끊겼고, 휴대전화 문자서비스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1일 중국 쓰촨(四川) 성 간쯔(甘孜) 현에 사는 라마승 라룽완자(가명)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써다는 외부로부터 고립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두 번 써다 현에 있는 티베트 불교 승원 도시 ‘라룽가르’, 중국명 오명불학원(五明佛學院)에 들어가 교리 공부를 해왔다. 하지만 지금 라룽가르로 가는 수행 길은 막혔다. 1월23일 이후 써다는 중국 정부에 의해 봉쇄되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첫날 쓰촨 성 루훠 현에서 티베트인 시위대와 중국 공안이 충돌했다. 해외 티베트 인권 단체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하는 사건의 발단은 라마승 세 명의 분신 시도설이었다. 이날 정오 루훠 현 도심에 라마승과 티베트인이 조금씩 모여들자 이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공안이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 이에 흥분한 티베트인들이 순식간에 늘어나면서 수백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져갔다. 시위대가 종교 자유와 부정 부패를 외치며 경찰서로 행진하자, 공안 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 밖으로 추방당한 티베트인들이 지난 1월29일 인도의 뉴델리에 모여 티베트 희생자들의 사진과 티베트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 연합

1년간 간쯔·아바 지역에서 승려 16명 분신

다음 날 중국 정부는 발포 사실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칼과 돌을 든 시위대가 경찰차와 소방차를 뒤집고 상점과 은행을 공격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했다”라며 강경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티베트 인권 단체들은 “시위대가 흉기를 들고 나섰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총탄을 앞세운 중국 공안의 만행으로 세 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했다”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던 같은 시각 루훠 현과 맞닿아 있는 써다 현에서 또다시 유혈 시위가 일어났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공안 당국이 거리로 몰려드는 티베트인 군중에게 발포해 적어도 두 명이 죽고 40여 명이 다쳤다.

이번 사건은 2008년 3월 티베트 자치구 수도인 라싸(拉薩)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중국 시위 이래 최대의 유혈 사태이다. 사건이 발생한 간쯔 자치주는 아바 자치주와 더불어 대표적인 티베트인 거주지이다. 오늘날 행정구역상으로는 중국 내지인 쓰촨 성 관할이지만 과거 지역적으로는 티베트 동부, 역사적으로는 ‘캄(康巴)’이라 불리던 곳이다. 2010년 현재 간쯔 전체 인구 1백9만명 가운데 78.3%, 아바의 89만명 가운데 56.6%가 티베트인이다. 티베트인과 혈연적으로 가까운 창(羌)족 인구 16만명까지 합치면 한족과 무관한 티베트의 땅임을 알 수 있다.

1년 전부터 간쯔와 아바 자치주에서는 심상치 않은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지난해 3월 아바 현 키르티(格爾登) 사원의 승려 푼촉이 소신공양한 이래 모두 16명이 분신해 아홉 명이 죽었다. 이 가운데 네 명의 라마승은 올 들어 한 달 사이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써다 현에서 티베트 망명 정부 국기가 등장하는 대규모 군중 시위가 일어났다. 그 후 지금까지 외지인은 써다 현 서북부에 있는 세계 최대 승원 도시 라룽가르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나 해외 언론은 간쯔와 아바 자치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티베트 독립 시위 또는 달라이 라마 14세와 연관시키고 있다. 2월1일 쓰촨 성 공산당위원회는 “티베트 분리주의 세력이 장기간 모의를 통해 인민들 사이에서 증오를 조장하고 폭력 행위를 일삼는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과 서구 언론은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저항이다”라는 피상적 인식 위에서 시위 배경을 찾고 있다. 전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티베트 지지 시위의 참가자들은 중국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동화 정책과 종교 탄압을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상황은 거대 담론이나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라마승은 자유로운 종교 생활을 원할 뿐이고, 티베트인은 사회·경제적 모순에 분노를 폭발했을 뿐이다. 간쯔와 아바 자치주의 티베트 불교는 다른 티베트 지역과 사뭇 다른 발전 양상을 보여왔다. 잘 알려졌다시피 티베트는 정교 합일의 불교 국가이다. 현재 티베트 불교의 최대 종파는 달라이 라마가 이끄는 겔룩파이다. 14세기 대학승 총카파가 창시해 티베트 4대 종파 중 가장 늦게 성립했지만, 지금은 사찰과 승려 수가 가장 많다. 1642년 달라이 라마 5세가 등극한 뒤 겔룩파는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종파로 자리매김해왔다.

간쯔와 아바 자치주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갖추고 있는 종파는 닝마파이다. 닝마파는 9세기 티베트로 밀교를 전해준 빠드마삼바바가 종조(宗祖)로, 4대 종파 중 가장 오래되었다. 닝마파 승려들은 붉은 모자를 많이 써서 ‘붉은 모자 교파(紅帽敎)’라고도 불린다. 쓰촨 성 내 주요 티베트 불교 사찰은 닝마파 소속으로, 그중 라룽가르가 가장 크다. 라룽가르는 캄의 전설적 고승 직메 퓐촉(晋美彭措)이 건설한 승원 도시이다. 오늘날 이곳에서 수행하는 승려는 무려 3만여 명. 이 중 30%는 중국 내지에서 온 한족이다.

1951년 중국의 침공 이후 사원 대부분 파괴

   
라룽가르의 한 학당 안에서 교리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라마승들. 이곳에서 수행 중인 라마승의 30%는 한족이다. ⓒ 모종혁 제공
1951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 이후 캄의 불교 사원 대부분은 중국군에 의해 파괴되었다. 1958년 쓰촨 성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티베트인 거주지에 남아 있는 사찰은 36곳, 승려는 1만4천여 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959년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티베트 불교 지도자들이 인도로 망명하면서 잿더미가 되었다. 문화대혁명 시기 직메는 홍위병에 의해 구타당하고 감금되면서도 캄의 민중과 고난의 세월을 함께했다.

1980년 직메 퓐촉이 써다 현의 한 깊은 산골짜기에 작은 사찰을 열었다. 민중 사이에 명성이 자자했던 직메를 따라 수행자들이 몰려들자, 산골짜기는 10년도 안 되어 번화한 마을로 변모했다. 32명의 학승으로 시작한 라룽가르는 1990년대 말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갑작스런 거대 종교 커뮤니티의 출현에 중국 정부는 당황했다. 이에 직메에게 직위를 주고 라룽가르를 정식 사찰로 편입시켜 간섭하려 했다. 그러나 직메는 끈질기게 거부했다.

2001년 중국 정부는 무장 경찰을 동원해 라룽가르 내 승방을 파괴하고 승려를 쫓아냈다. 이 소식은 방문 중인 서양인을 통해 곧 해외로 알려졌다. 이어 캄의 모든 불교 사찰에서 항의 법회가 열리고 티베트인들이 동요했다. 민심이 흉흉해지는 데 놀란 중국 정부는 강경책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라룽가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한족 승려들을 이끌 종교 지도자를 따로 두는 조건으로 자치를 허용했다. 오늘날 간쯔와 아바 자치주에서 닝마파가 최대 종파를 형성한 데에는 직메와 라룽가르의 노고가 크다. 최근 바이위(白玉) 현에서는 2만여 명의 승려가 수행 중인 ‘아츄가르’, 중국명 야칭스(亞靑寺)도 번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캄 지역에서 닝마파의 성장을 눈감아왔던 이유는 달라이 라마의 겔룩파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인도로 망명한 뒤 오랜 세월 티베트인들과 유리되었던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었다. 달라이 라마를 향한 티베트 민중의 신심(信心)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닝마파 승려들이 앞장서 달라이 라마를 최고 지도자로 모시고 추앙했기 때문이었다. 2007년 9월 루얼가이(若爾盖) 현의 한 사찰에서 만난 린포체(活佛)는 망명한 닝마파 수장인 민돌링 린포체, 입적한 직메 퓐촉와 함께 나란히 걸려 있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가리키며 “모든 티베트인의 지도자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3월 격렬한 시위가 간쯔와 아바 자치주에서 일어난 이후 중국 정부는 닝마파에 대해 강공책으로 전환했다. 캄의 티베트 불교 사찰에서 수행하는 라마승을 대상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벌였다. 애국주의 교육은 지방 관원의 참관 아래 친(親)중국 승려가 중국어로 진행했다. 중국의 체제와 법률을 가르치거나 티베트 독립 세력과 달라이 라마를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최근에는 사찰 내에 중국 국기와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 정치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의무적으로 내걸도록 하고 있다.

‘동화 정책’은 티베트인의 생활고로 이어져

   
수행 승려만 2만여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승원 도시인 쓰촨 성 써다 현 라룽가르에 빼곡히 들어선 작은 승방들. ⓒ 모종혁 제공
중국 정부는 린포체 선출을 간섭해 라마승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티베트 불교는 전생활불(轉生活佛)의 교리에 따라 입적한 고승의 혼이 다른 티베트인이나 승려에게 옮겨가 환생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린포체의 환생 증명은 교단이나 사찰 내 고승들이 전담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가 친중국 승려를 앞세워 배후 조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판첸 라마 11세인 기알첸 노르부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사찰의 린포체까지 중국 정부가 간섭해 지정하고 있다. 3년 전 지방 정부에 의해 린포체가 된 마얼캉(馬爾康) 현의 한 라마승은 “나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 덕분에 활불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일반 주민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불만은 더욱 크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는 캄의 티베트인에 대해 강력한 도시화 및 유목민 정착 정책을 펼쳐왔다. 오랜 세월 동안 고립적이고 자급자족 생활을 해왔던 티베트인을 간쯔와 아바 자치주 곳곳의 도시로 몰아넣었다. 중국 관영 언론 매체는 도시에 정착한 티베트인 가정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무엇보다 티베트인은 전례 없는 빈부 격차와 취업난, 물가고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것은 지난해 9월 쓰촨 성 정부가 티베트인 거주지인 32개 현 1천4백58가구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조사 대상의 47.2%는 당면한 취업난이 심각하고 앞으로도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쓰촨 성 정부조차 “심각한 빈부 격차를 축소하고 물가고를 해소해야 민생 안정이 가능하다”라고 역설할 정도이다. 2009년 5월 시민단체인 공맹법률연구센터는 ‘티베트 지구 사회·경제 조사 보고’를 통해 티베트인이 외지에서 유입한 한족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출발점에서부터 찾았다. 티베트인은 문자와 언어 체계가 전혀 다른 중국어를 새로이 익혀야 한다. 자녀를 상급 학교로 진학시킬 경제적 여력은 없고, 거주지에서 직업 교육을 받을 만한 학교도 적다.

농업과 목축을 해왔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던 티베트인이 도시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돈 벌 기회가 찾아와도 이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 10년 전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캄의 특산물인 동충하초와 송이버섯 가격이 급등했다. 그러나 돈을 번 것은 외지에서 온 한족 상인이었다. 유통을 장악한 한족은 티베트인에게서 그것을 싼값에 사들여 연해 대도시에 비싼 값에 팔아넘기고 있다. 이처럼 지역 내 재화마저 한족에게 빼앗기면서 울분을 토하는 티베트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암담한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중국 정부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티베트 불교를 조종하려 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몸서리치는 티베트인을 보듬어주지 않는 한 저항의 불길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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