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을 희망에 부푼 대한생명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2.02.0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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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과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 다툼 치열…동양생명 인수·합병 성공하면 ‘빅2’로 치고 나갈 듯

신은철 대한생명 부회장. ⓒ 대한생명
동양생명 인수 건으로 관심을 모았던 한화그룹 계열 대한생명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 인수·합병(M&A)까지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보험업계에서는 대한생명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을 인수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일각에서는 한화의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 제스처로 해석했는데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ING생명을 인수·합병한다는 것은 곧 동양생명의 몸값을 낮출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동안 대한생명은 동양생명의 몸값이 높아 인수 결정을 미루어왔다.

1위 삼성생명과 격차도 많이 좁혀

대한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업계 선두 자리로 치고 올라가는 데는 이번 인수·합병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현재 대한생명은 교보생명과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업계의 순위를 매기는 데 정답이라고 할 만한 절대적 지표가 없어 양사의 2위 싸움은 비교 조건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생명은 지난 3년간 당기순이익 외에 총자산과 수입 보험료(보험 가입자가 낸 총 보험료 합계) 두 부문에서 모두 교보생명을 앞질렀다. 대한생명의 2010 회계연도 기준 총자산은 63조7천2백39억원으로 57억8천8백46억원을 기록한 교보생명보다 5조8천억원가량이 많았다. 수입 보험료 역시 대한생명이 11조9백75억원을 기록하고 교보생명이 10조7천8백14억원을 보이며, 3천억원 이상 차이로 대한생명이 앞섰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에서는 달랐다. 2009년 회계 연도 당시 교보생명(5천2백52억원)과 대한생명(4천1백83억원)의 당기순이익 차이는 1천69억원이었으나 이듬해 당기순이익은 교보생명 6천3백89억원, 대한생명 4천7백48억원으로 1천6백41억원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대한생명이 동양생명 인수에 성공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대한생명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65조7천9백87억원,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13조4천3백59억원으로 두 회사의 총자산을 합하면 80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의 59조5천9백7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이다. 수입 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시장 점유율 역시 13.3%인 대한생명과 4.3%인 동양생명을 합하면 17.6%이다. 12.5%인 교보생명을 큰 폭으로 앞서게 된다.

또 대한생명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강점에 동양생명의 방카슈랑스와 텔레마케팅 역량이 접목된다면 수치로 보이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생명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은 총자산이나 수입 보험료 같은 규모 면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었지만 교보생명은 질적인 면에서 우위를 지켜왔다. 그런데 동양생명이나 ING생명이 대한생명과 손을 잡게 되면 판세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이 빅3로 생명보험업계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빅2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 시급한 투자 계획이 없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서두르지 않고 안정되게 나아가는 것이 전략이겠지만 최악의 경우 대형 보험사로서의 입지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3분기 실적 전망도 선두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에 당기순이익 5백15억원이라는 초라한 지표를 기록했던 삼성생명은 3분기에 2천억원을 웃도는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분기에 2천6백80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하지만 2분기에는 국제 회계 기준(IFRS) 도입 여파로 1천3백억원 규모의 운용 자산 평가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다. 보험업계의 전망과 같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네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대한생명의 3분기 실적도 상승세이다. 지난해 2분기 6백억원대에서 1분기 만에 1천6백억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그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늘어나겠지만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신용부도스와프(부도가 발생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 프리미엄이 하락해 이익으로 잡히겠지만 일부에 그치고, 이마저도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 비용으로 상쇄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영업 조직 확충하고 중국 시장 진출 가속화

대한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 시사저널 이종현
인수·합병으로 규모를 키우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간다면 대한생명에게 남은 경쟁 상대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설계사 규모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3만8천3백명(25%)의 설계사를 보유하며 대한생명(2만4천3백명·16%)을 비롯한 여타 보험사의 설계사보다 훨씬 많다. 설계사 조직의 우위는 영업력과 비례하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중요한 요인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생명은 2020년 업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영업 조직을 확충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대한생명의 영업 조직은 수도권 5개, 지방권 5개 등 총 10개 지역본부 아래 63개 지역단, 6백14개 지점으로 개편되었다. 대한생명이 영업 조직을 확충하는 것은 삼성생명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다. 2013년까지 보험 영업 체력을 강화하고 성장 기반을 구축해 2020년에 업계에서 신계약 1위를 달성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차남규 대한생명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은 공격 경영의 신호탄이다. 신설된 조직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기존 영업 조직의 혁신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으로는 영업 조직을 강화한다면, 밖으로는 중국 보험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20일 대한생명은 중국 저장 성 국제무역그룹과 합작 생명보험사 설립을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자본금 5억 위안(한화 약 9백억원)을 50%씩 투자하고 합작 생명보험사의 본사는 항저우 시에 두며 일상 경영과 보험 영업 부문은 대한생명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한생명은 2009년 베트남 보험 영업 개시에 이어 중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동아시아·동남아 신흥 시장 등을 거점으로 한 글로벌 보험사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난제들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도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베이징, 톈진, 칭다오 등 세 곳을 거점으로 영업을 확대해나가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문제이다. 중국에서는 지점 설립 장벽, 역차별적 보험 규제 등이 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보험사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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