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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해하던 ‘미드 폐인’들 영국 드라마에 눈떴다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긴 <셜록> 인기…시대극에도 관심 보여

이지강│영화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02.14(Tue) 11: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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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영국 드라마(영드)가 주목받고 있다. 해외 드라마를 즐기는 팬들 사이에서 영국 드라마는 더는 변방에 있지 않다. 편수에서는 미국 드라마(미드)에 뒤지지만 작품의 인기는 미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공산품 같은 미국 드라마에 식상함을 느낀 미드 팬들이 영국 드라마로 눈을 돌렸다. 거친 듯 과감하고, 엉뚱한 듯 독창적인 영국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진 ‘영드폐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영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상파, 케이블TV, IPTV 할 것 없이 인기 있는 영국 드라마를 편성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드라마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은 <셜록>이다. 2009년 BBC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셜록>은 전세계 드라마 팬을 매료시키고 있다. 홈즈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왓슨을 연기한 마틴 프리먼은 이 작품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할리우드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에서 합격점을 받은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다음 시즌을 목매어 기다리는 열성 팬을 거느리는 것도 당연했다. 2010년 말 시즌1의 3부작이 지상파 방송사인 KBS 2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셜록>은 해외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던 시청자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KBS 2TV가 해외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시즌2의 3부작을 지난 2월3일부터 3일 동안 연속 편성한 것은 <셜록>의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제작 시기·장르 불문하고 수작들에 주목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셜록 홈즈>는 탐정소설의 대명사로 불리며 드라마와 영화로 꾸준히 만들어졌다. 영드 <셜록>은 원작이 가진 기본 구도는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 캐릭터와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해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홈즈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을 명쾌하게 풀어주고 있다. <셜록> 속 홈즈는 여전히 관찰과 논리적 사고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편집증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레인코트 대신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즐겨 입고, 담배 대신 니코틴 패치를 붙이며,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감각적인 영상 연출은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그중에서도 속도감 있는 화면 전개와 간결한 자막을 통해 표현되는 홈즈의 추리 과정 묘사는 압권이라 할 만하다.

<셜록>의 인기는 영국 드라마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작 시기와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중에서도 <닥터 후>는 영국 드라마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3년에 시작해 1989년까지 6백개 이상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진 영국의 국민 드라마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부활해 현재까지 제작되고 있는 새로운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닥터 후>는 행성 갈리프레이에서 온 9백 살 먹은 외계인 주인공 ‘닥터’가 공중전화 부스 모양의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미래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험담을 담은 SF물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마니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관을 치밀하게 조직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의문점을 풀어나가는 식의 미국 SF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은 <닥터 후>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닥터 후>는 황당하지만 현실 풍자적인 세계관에 불쑥불쑥 엉뚱한 개그가 튀어나오는 영국 SF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잡해 보이는 세트와 분장 역시 영국 SF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만약 <닥터 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면 <토치우드> <사라 제인 어드벤처> <프라이미벌>로 이어가도 좋을 것이다.

<스킨스>와 <미스핏츠>로 대변되는 영국 청춘 드라마도 ‘영드폐인’을 열광시키고 있다. <스킨스>는 영국의 중소 도시 브리스톨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10대 청소년의 삶과 사랑, 갈등을 그린 드라마이다. 갈등 속에서도 건전한 청소년으로 자라는 국내 청춘 드라마나, 상류층 10대의 호사스런 생활 속에서 사랑 놀음을 나누는 미국 청춘 드라마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킨스>에 등장하는 청소년이 보여주는 일탈과 방황의 모습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묘사된다. 폭력, 계급 간 갈등, 약물, 동성애 등 현대 사회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모든 요소가 거침없이 등장한다. <미스핏츠>는 사회봉사 활동을 명령받은 비행 청소년들이 번개에 맞아 초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행 청소년의 일탈적 행동에 초능력이라는 SF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꽃미남과 미소녀가 등장하지 않는 청소년 드라마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영국 드라마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시대극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제인 오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만과 편견> <엠마> <맨스필드파크>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시대극은 원작에 대한 고증과 작품성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2010년 ITV에서 첫 방영된 <다운튼 애비>는 영국 시대극에 대한 이같은 편견을 부숴버릴 작품으로 손꼽힌다. 제1차 세계대전 전후를 배경으로 다운튼 애비라는 성을 소유하고 있는 크롤리 가문과 성을 운영하는 하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영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누리며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닥터 후> ⓒ KBS

인기 미국 드라마의 원작인 영국 드라마 보는 재미도

영국 드라마에 새롭게 눈을 뜬 ‘미드 폐인’에게는 리메이크 작품을 통해 경험했던 재미를 영국 원작 드라마를 통해 재확인하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다. 사실 그동안 인기 미드로 알려진 작품 중에는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 남자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퀴어 애즈 포크>, 스티브 카렐이 주연을 맡은 시트콤 <오피스>,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과거로 돌아간 경찰관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다룬 <라이프 온 마스>가 대표적이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나 속도감에서 미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원작 드라마가 선사하는 재미도 확인해볼 만하다.

다양한 장르의 영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최근 영드 붐을 이끌고 있는 것은 단연 <셜록>을 위시한 수사물이다. 미드 수사물이 4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콤팩트하게 전개되는 반면, 영드 수사물은 영화 상영 시간에 준하는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긴 호흡으로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사건을 구성한다.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이들 수사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체로 정의로운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더 많다. 사건의 해결만큼이나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과 극복 과정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톰쏜> <루터> <월랜더>

<와이어 인 더 블러드> 등 최근 몇 년 동안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된 영국 수사 드라마는 조잡·엉뚱·진중이라는 영드의 키워드를 바꿔놓고 있다. 미드만큼이나 속도감 있고 스케일이 크면서도 캐릭터 구축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작품들이 ‘영드 수사물은 웰메이드’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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