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 너머 강적’숨 막히는 공천 혈전
  • 감명국·이규대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2.28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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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보다 더 뜨겁고 치열한 예선전이다. 4·11 총선을 약 50일 앞두고 여야 각 당은 막바지 공천 심사에 한창이다. 선거 때마다 공천 심사장 주변에서는 ‘살생부’니 ‘전략 공천’이니 하는 말들이 나돈다. 오죽했으면 ‘공천 학살’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까.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새 정치’를 부르짖고 있는 여야 정치권은 ‘공천 물갈이’를 쇄신의 잣대로 삼고 있다. 역대 어느 총선보다 후보자 교체 폭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격전지 10곳’을 찾았다. 

서울 강남은 ‘신정치 1번지’로 불린다. 신정치 1번지에 여야 거물급 인사들이 몰려드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그런데 강남 갑은 비교적 한산한 반면, 유독 강남 을 지역에서 여야 모두 공천 전쟁이 치열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에서는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허준영 전 경찰청장,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등이 대거 몰려들었다. 공성진 전 의원이 지난해 6월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무주공산’이 된 이 지역에 계속 눈독을 들여온 인사들이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강남 을 출마를 계속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정 전 수석과 허 전 청장의 싸움으로 보았으나, 김 전 본부장이 뛰어들면 상황은 예측을 불허하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대권 주자와 스타급 여성 정치인 격돌

지난 2월23일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공천신청 후보자 면접에서 출마의 변을 밝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더욱 재미있는 것은 민주당의 ‘살벌한 전쟁’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자갈밭’이나 다름없는데도 현역 의원 두 명이 뛰어들었다. 그것도 한 명은 대권 주자인 정동영 상임고문이고, 또 한 명은 대변인 출신의 스타급 정치인 전현희 의원이다. 역시 이 지역에 민주당 공천 신청을 한 이양한 전 예금보험공사 감사는 “압구정동·청담동·도곡동 등의 갑 지역에 비해서 대치동·개포동·일원동 등으로 이루어진 을 지역구가 상대적으로 야당 성향이 좀 더 강한 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압구정동과 청담동, 도곡동 지역에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60~70%의 압도적 지지율을 얻었지만, 개포동과 일원동 등에서는 50%대의 지지율로 박원순 후보와 경합하는 양상을 나타냈다”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에서 전현희 의원이 강남 을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공천은 무난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정동영 고문이 전주 덕진에서 부산 영도로, 영도에서 다시 서울 강남 을로 전격 선회하면서 구도가 복잡해졌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마치 지난 2007년 이명박과 박근혜의 당내 경선을 연상시킬 만큼 불편해졌다. 2월23일 있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도 두 사람의 날카로운 신경전은 극명하게 노출되었다. 특히 전의원이 이날 면접 후 기자회견을 열고 “정고문이 경선 없이 전략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와 공심위를 압박하고 있다. 정고문이 측근 의원을 통해 내 남편에게까지 다른 지역구로 가라고 요구했다”라고 주장해 향후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과 신은경 전 KBS 앵커의 서울 중구 공천 경쟁은 여러 면에서 본선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끄는 ‘빅매치’로 등장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으로 상당한 대중적 인기도 얻고 있는 두 사람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라이벌’이다. 나이는 1958년생인 신 전 앵커가 다섯 살 많다. 두 사람은 지난 18대 총선 때 중구에서 한 번 정면 대결했다. 신 전 앵커의 남편은 이 지역에서 15대와 17대 때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한 박성범 전 의원이다. 하지만 18대 공천 때 박 전 의원은 비례대표 출신인 나 전 의원에 밀려 낙천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신 전 앵커가 남편을 대신해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결과는 46.1%를 득표한 나 전 의원의 승리였다. 신 전 앵커는 선전했으나, 제3당의 한계를 실감하며 20.6% 득표율에 그쳤다.  

이번에 신 전 앵커가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신청하면서 두 사람은 본선이 아닌 예선에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되었다. 나 전 의원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서울시장 후보에 선출되는 등 ‘차세대 리더’로 급성장했지만, 지역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 틈을 신 전 앵커가 비집고 들어왔다. 지난 15대 때부터 남편의 선거운동을 위해 중구 일대 목욕탕을 돌아다니며 때를 밀어주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지역 곳곳을 다져왔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2월22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신은경 전 KBS 앵커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차이 없어

친박계 주변에서는 나 전 의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가 나온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나 전 의원 간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신 전 앵커는 2월22일 실시한 공천 면접에서 “작고 사소한 것을 귀중히 생각하는 국민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분히 박위원장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공천 심사 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뒷말을 남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서울 종로는 예전 ‘정치 1번지’로서의 명성이 다소 퇴색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국 2백45개 선거구의 제일 첫머리에 올라 있을 만큼 상징성이 강한 곳이다. 민주당에서는 대권 주자급인 정세균 상임고문이 일찌감치 자신의 고향인 전북을 떠나서 종로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에 맞설 여당 후보 자리를 놓고 공천 경쟁이 뜨겁다. 모두 다섯 명이 공천 신청을 했는데, 특히 대변인 출신인 조윤선 의원과 이동관 전 청와대 특보가 눈에 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엄격히 말하면 종로 공천은 2파전이 아닌, 3파전이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에서 전략 공천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2파전 아니라 사실상 3파전?

전략 공천 얘기가 나오는 것은 현재 조의원이나 이 전 특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정고문에 비해 열세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가 2월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고문에 비해 이 전 특보가 12.2%포인트, 조의원이 12.8%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의 2월21일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특보가 17.0%포인트, 조의원이 17.6%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당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비대위에서는 “이명박 정부를 상징하는 인물을 공천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고, 그 대표적인 인물로 이 전 특보가 꼽히고 있다. 조의원측 또한 “‘정권 심판론’보다는 초선 여성 의원과 중진 남성 의원의 대결이 본선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라며 이 전 수석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정고문에 비해 뚜렷한 열세를 면치 못하면 전략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현재 전략 공천 대상으로는 정운찬 전 총리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2파전이 아닌 3파전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마포 을은 지난 18대 때 강용석 전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지역구이다. 2010년 ‘성희롱 파문’으로 당을 떠났고, 최근에는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역풍으로 의원직마저 사퇴했다. 여러모로 여당에 불리한 지역 분위기 탓인지 유난히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공천 경쟁이 뜨겁다. 민주당은 2월24일 공천 심사에서 비례대표 출신인 김유정 의원과 지난 17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서 당선된 적이 있는 정청래 전 의원 그리고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명수 정책위 부의장 등 세 명의 경선을 발표했다. 특히 김의원과 정 전 의원 간의 공방은 벌써부터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게 할 정도로 치열하다.

지역구 선거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김의원은 마포가 교육 및 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의원측 관계자는 “(김의원이)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소속이며 민주당 정책위원회에서도 교육 및 문화 분과를 담당했던 만큼 지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운동을 주도하며 오랜 기간 시민사회 운동을 해온 정부의장도 지역에 상당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출마 이대 동문 명단’까지 공개

이에 맞서는 정 전 의원은 8년간 지역위원장을 맡으며 평소 지역구 관리를 잘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여성 15% 의무 할당 공천’ 방침에 앞장서 반발하며 김의원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월8일 김의원이 포함된 ‘총선 출마 예정 이화여대 동문회 명단’을 실명 공개했다. 지역구 여성 후보들 중 상당수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같은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여성 후보 15% 의무 공천을 하려면 지금 여성 후보들이 신청한 지역구 37개로 100% 전략 공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15% 룰은 기성 여성 정치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의원측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정치적 의사 표현은 자유이고, 선거 국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 중·동구가 새누리당의 최대 공천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 소속의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지난 15대 때부터 내리 4선을 한 곳이다. 부산 지역에서도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동안 당 안팎으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정부의장이 5선을 노리고 공천 신청을 하자 당내에서 “이제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 유난히 여성 예비후보가 많이 몰리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비례대표 출신의 손숙미 의원이 일찌감치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해부터 표밭을 다져왔다. 여기에 현영희 부산빙상경기연맹 회장, 권혁란 부산시 여성단체협의회장 등도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회장은 이 지역에서 부산시의원을 두 번 지냈고, 권회장 또한 대한여한의사협회장을 지낼 정도로 지역에서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의원은 “이 지역은 당의 유력 여성 후보가 세 명이나 공천을 신청한 만큼 사상구와 함께 여성 후보를 전략 공천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성린 의원 출마 선언으로 구도 더 복잡

지금까지 정의원 대 여성 후보들의 대결 양상이었으나, 역시 비례대표 출신인 나성린 의원이 지난 2월23일 부산 중구 중앙동에 사무실을 내고 출마를 선언하면서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고향인 부산 출마를 모색해오던 나의원은 한때 문성근 민주당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 을 출마설이 돌았으나, 결국 중·동구를 선택했다. 더욱이 나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부의장을 대신하기 위한 당의 ‘전략 공천’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자 정부의장은 발끈하고 나섰다. 정부의장의 한 측근은 “만약 진짜 그런 식이라면 정부의장은 무조건 출마를 강행할 것이다”라며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접전이다. 광주 북구 을 지역구에서는 네 명의 민주당 예비후보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네 후보는 최근 두 달 새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각 10% 안팎의 지지율을 나눠 가지며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이다. 어느 예비후보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40~50%에 달하는 만큼, 상황 변화에 따른 변수도 많다.

후보마다 내세우는 강점도 가지각색

각 후보들의 성향도 관심거리이다. 최경환 (사)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전통적인 ‘친DJ’ 정서를 파고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서 “‘5·18 광주 정신’과 ‘김대중 정신’으로 광주의 자존심을 살려내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면 최경주 광주시 산악연맹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친노’ 정서에 어필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광주시당 위원장, 강운태 광주시장인수위 자문위원장, 제조중소기업 경영 등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광주고검장 출신의 임내현 변호사는 호남 지역에서 호감도가 높은 법조인 경력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지역민들과 더불어 호흡하면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지역과 정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왔다”라며 인지도를 내세우고 있다. 현역 의원인 김재균 의원은 수차례 우수 국감 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의정 능력을 지녔다고 강조한다. 경제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 최근 민주통합당의 정책 노선에 맞는 개혁적 정체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 서구 갑의 ‘공천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현역인 민주통합당 조영택 의원이 재선 가도에 올랐지만 길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호남 물갈이론’ ‘여성 전략 공천설’ 등이 조의원의 수성(守城)을 위협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인 송갑석 한국공공데이터센터 소장, 참여정부 때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낸 장하진 전 장관 등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만만찮은 잠재력을 지닌 후보들이 3파전 구도를 형성하여 그 어느 지역보다도 혼전을 벌인다.

‘인지도’ ‘참신한 이미지’ ‘개혁적 정체성’ 대결

최근 광주 지역에서 정치 신인들이 파괴력을 보이는 경향은 서구 갑 지역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지난 2월10일부터 12일까지 광주·전남 지역 11개 언론사와 광주·전남 언론포럼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송갑석 소장은 29.9%의 지지를 얻어 17.2%를 얻은 조영택 의원을 앞서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호남 물갈이론’이 현실로 나타나는 분위기이다.

장하진 전 장관이 지난 2월10일 공천 전쟁에 가세하면서 판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출마 직전 장 전 장관은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자 광주에 출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라며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장관이 전략 공천을 노린다는 얘기도 들려 송소장과 조의원을 바짝 긴장케 하기도 했다.

조의원은 18대 의원을 지내면서 쌓은 업적과 인지도를 내세운다. 송소장은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내세워 ‘물갈이론’의 기수로 나섰다. 장 전 장관은 경쟁력 있는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입지와 개혁적 정체성을 강조한다.

천년의 고도 경주에는 일찌감치 총선 열기가 불붙었다.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 경쟁이 뜨겁다. 지난 2009년 보궐 선거에서 맞붙은 적이 있는 정수성 의원과 정종복 전 의원이 리턴매치를 준비하는 가운데,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가세하면서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이 뜨거운 것은 ‘MB맨’(김 전 청장) 대 ‘친박맨’(정의원) 대 ‘SD맨’(정 전 의원)으로 각각 구분되는 세 사람의 상징성이다. 경주 지역 공천 과정을 보면 새누리당의 공천 경향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이다.

세 사람 모두 오차 범위 내 접전

경주신문이 지난 2월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수성 21.6%, 정종복 18.9%, 김석기 1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오차 범위 내 접전이다. 이성주 경주신문 편집국장은 “지난해 12월 1차 여론조사 결과에 비하면 정수성 의원이 약 10%포인트가량 떨어진 반면, 김석기 전 청장이 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전 청장의 상승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역구를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김 전 청장에게는 ‘용산 참사 진압 지휘관’이라는 족쇄가 늘 따라다닌다. 때문에 서울 중앙당사에서는 공천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김 전 청장은 “공천이 안 되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라는 각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경주 지역은 여권의 텃밭이기는 하지만, 역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나 그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들이 번번이 무소속 후보들에게 패배한 사례가 많았다. 2009년 재·보선 때 당선한 정수성 의원도 무소속이었고, 지난 15대 총선(1996년) 때에는 갑·을 두 지역에서 모두 무소속 후보가 여당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다.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PK(부산·경남) 지역 공략에 나선 민주당에 의미가 각별한 곳이기도 하다. 애초 전략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민주통합당은 지난 2월22일 이 지역을 ‘경선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과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이 3월 초부터 시작될 경선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비록 공천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이지만, 두 후보는 출혈 없는 ‘상생’의 경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지난 2월21일에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총선에서 민주주의 성지인 김해 을 지역에서 민주통합당의 승리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한다. 또, 총선 승리를 위해서 김해 시민의 뜻이 100% 반영되는 시민 참여 경선에 합의하기로 의견을 맞췄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두 후보는 공정한 경선을 위해 서로 노력하며, 경선 이후에도 김해 지역에서의 야권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승리 위해 공동 노력”

김본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가졌던 철학과 비전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역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김본부장측은 “이번 총선은 지난 참여정부의 방식과 이명박 정부의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국민들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선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김후보라는 사실을 지역민들께서 잘 알아주시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곽 전 차장은 17대 총선과 지난해 4·27 재·보선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이번이 김해에서만 세 번째 도전이다. 국세청에서 오래 근무하며 쌓은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다. 곽 전 차장측의 관계자는 “경제 관료로서 오래 공직 생활을 하면서 얻은 전문성이 강점이다. 경제 문제를 깊이 있게 진단할 수 있는 혜안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두 번의 경선 도전에서 지역 내 지지 기반을 다져둔 것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최대 이변 지역으로 꼽혔던 경남 사천에서 이번에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는 인물은 역시 이방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게 패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던 이 전 사무총장이 이번에 설욕전을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 전 사무총장이 강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서는 우선 당 공천이라는 관문부터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경쟁자의 면면들이 결코 만만찮다. 검사장 출신의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4성 장군을 지낸 이상의 전 합참의장이 공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이방호, 1월에는 앞서 갔지만…

이 전 사무총장은 지난 18대 총선 때 ‘공천 학살 주범’으로 지목되며 친박계의 표적이 된 바 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한 친박계 인사는 노골적으로 “이재오는 몰라도 이방호만큼은 절대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같은 중앙의 목소리는 지역에도 전달되는 분위기이다. 최시문 사천신문 편집국장은 “지난 1월 본지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이종찬·이상의 후보들에 비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후발 주자들보다는 지역 기반이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한 달 새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지는 추후 새롭게 여론조사를 해보아야 알 것 같다. 지역에서도 이 전 사무총장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찍혀서 공천을 못 받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종찬 전 수석이나 이상의 전 의장이 그런 틈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늦게 뛰어든 이 전 의장은 군인 정신을 내세우며 “무조건 끝까지 완주하겠다”라는 강한 결심을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얼음장 깨보자는 심정으로 강남 택했다” 
정동영 상임고문 인터뷰

전현희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경선을 하자는 입장이다. 경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역구를 옮겨달라고 얘기할 이유가 있나? 

다른 지역구도 있을 텐데 굳이 강남 을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25년 동안 강남 을은 한 번도 꽁꽁 언 얼음장이 깨지지 않은 곳이다. 얼음장은 날카로운 바늘 하나가 시초가 되어서 주변이 모두 깨질 수 있다. 내가 그 바늘 역할을 해서 강남 3구 전체의 얼음을 깨겠다는 헌신으로 택한 것이다. 당에 대한 그런 헌신이 없다면 그냥 전주에 있지 왜 이곳에서 나왔겠나.

최근 ‘좌클릭’ 행보가 강남 을에서 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내가 주장했던 얘기들이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강령이 되었다. ‘정동영 강령이 곧 민주당 강령’이라는 말도 있다. 경제 민주화, 노동의 가치, 보편적 복지 국가 등이 그것이다. 강남 을에서 이 정책으로 심판받겠다.



“정고문의 지역구 이전 압력은 사실이다” 
전현희 의원 인터뷰


오늘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정고문측의 ‘지역구 이전 압력’은 사실인가?

그렇다. 내가 말한 워딩과 이에 대해 정동영 의원이 말한 워딩을 잘 살펴보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한 것은 실제의 10분의 1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구를 옮기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있나?

(정고문을 피해) 지역구를 옮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지역구에 먼저 출사표를 던진 것은 나다.

지역 여론조사에서 정고문에게 지지율이 다소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지금 일부 언론에 소개된 (정고문과의) 여론조사 수치는 그야말로 인지도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 우리 쪽에서 실시한 새누리당 유력 후보와의 가상 맞대결 결과를 보면, 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온다. 이미 나의 경쟁력은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다면 공천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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