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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마음까지 훔칠 ‘범죄 사기극’ 몰려온다

<시체가 돌아왔다>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화제…같은 장르이지만 각기 다른 재미 선사할 듯

이지강│영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03.27(Tue) 00:5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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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영화가 완성도 있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치밀하게 잘 짜인 시나리오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지휘자 격인 감독을 중심으로 촬영, 스턴트, 후반 작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야 한다. 물론 전면에 나서는 배우의 연기력도 꼭 필요한 요소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관객을 사로잡고 이는 경제적 성공으로 이어진다. 성공적인 사기 범죄에는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완벽한 범죄 계획이 있어야 하고 지휘자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꾼들이 기술을 발휘한다. 성공적인 사기 범죄에는 경제적인 부가 동반된다.

닮은 점이 많아서일까. 범죄 사기극을 다룬 영화는 관객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 또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라는 이름의 특정 장르로 묶일 정도이다. 치밀하게 구성된 하이스트 무비가 지니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관객과의 머리싸움에서 승리한 완성도 있는 하이스트 무비는 보는 이에게 짜릿한 희열을 안긴다. <스팅>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처럼 만들어진 작품 수에 비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관객의 뇌리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할리우드로부터 사랑받아온 하이스트 무비이지만 충무로에서는 그다지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다.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도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데 2012년은 한국형 하이스트 무비를 기다려온 영화팬들에게 선물 같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이 올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우치>로 잠깐 외도를 했던 최감독이 자신의 장기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도둑들>의 전후에는 <시체가 돌아왔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포진한다. <도둑들>이 하이스트 무비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우선호·김주호 두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 <시체가 돌아왔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장르를 비트는 재기 발랄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체가 돌아왔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홍보를 맡은 퍼스트룩 관계자는 “범죄 사기극이라는 큰 틀에서 비슷한 점이 있지만 세 작품이 각각 다른 메리트를 가지고 있어 나름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충무로산 하이스트 무비의 선두 주자인 <도둑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2012년에 가장 주목되는 작품이다. 많은 영화팬이 <도둑들>이 개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캐스팅은 역대 한국 영화 최강급이다.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오달수 등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주연급 스타 군단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해를 품은 달>로 대세로 떠오른 김수현까지 등장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시킬 만한 라인업이다. 연기파 배우 임달화를 비롯해 이신제, 증국상 등 홍콩 배우들도 대거 참여한다. <도둑들>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프로페셔널한 다섯 사람의 한국 도둑들이 옛 보스인 마카오 박으로부터 달콤한 제안을 받고 중국의 4인조 도둑들과 함께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줄거리만으로도 하이스트 무비가 지녀야 할 요소를 고루 갖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주연급 스타 총출동시킨 <도둑들>, 내용과 연출력에도 기대감 커

화려한 캐스팅이 <도둑들>의 강점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최동훈 감독이다. 최동훈 감독이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무대에 섰다는 것이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다. 치밀하게 구성된 범죄극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면서도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 최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배급사인 쇼박스측은 “<도둑들>이 하이스트 무비의 진수를 보여줄 최동훈 감독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하고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세 작품 중 가장 먼저인 3월29일 관객을 맞는다. 시체를 훔치려는 2인의 범죄극으로 시작해 예기치 못한 인물과 사건의 등장으로 점점 꼬여가는 상황을 풀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단의 무리가 모여 한탕 범죄를 모의하는 하이스트 무비의 전형에서는 벗어나 있다.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집단이 우연과 필연으로 얽히게 된다는 점에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유사한 면이 있다. 영화사 관계자는 “치밀한 이야기 구조에 개성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코믹적인 요소가 강하다. 하나를 훔쳐서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점점 증폭되는 과정이 재미있게 펼쳐진다”라고 설명했다.  2005년 단편영화 <정말 큰 내 마이크>로 미쟝센 영화제 희극지왕(코미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우선호 감독의 코미디 감각이 기대된다. 개성 있는 캐릭터 연기에서 능력을 보여온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이 주연을 맡았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금보다 얼음이 더 귀했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서빙고의 얼음을 훔치기 위해 조선 최고 범죄꾼들이 모여 벌이는 작전을 담는다. 이 작품의 두 키워드는 사극과 차태현이다. 하이스트 무비를 사극으로 구성한다는 발상의 신선함은 예측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차태현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차태현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재능이 있는 배우이다.

위트와 웃음이 하이스트 무비의 필수적 요소 중 하나라는 점에서 차태현의 재능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범죄 과정이 주는 쾌감이 하이스트 무비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웃음만큼이나 진지함 또한 중요하다. 이 점에서 최근 개봉한 <타워 하이스트>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제목에 하이스트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하이스트 무비의 원칙에 충실하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모여 펜트하우스의 금고를 턴다는 내용은 하이스트 무비의 전형적인 플롯이다. 하지만 벤 스틸러, 에디 머피 등 연기자들 면면은 전형적인 코믹 영화이다. 주연 배우들은 코미디와 정극 연기를 오가지만 중심을 잃은 이야기는 시나리오의 어설픔만 부각시킨다. 차태현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상이다.

보석·금고 노리는 대신 시체·얼음 훔치는 독특한 소재도 주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체가 돌아왔다>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두 작품 모두 독특한 소재를 무기로 하고 있다. <시체가 돌아왔다>는 다들 꺼리는 시체를 훔치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보석이나 금고를 노리는 하이스트 무비의 전형을 깨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라는 점이 참신하다. 두 작품의 감독이 신인이라는 점은 우려보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이스트 무비는 시나리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데뷔 전 오랫동안 숙성시킨 시나리오를 들고 나온 신인 감독들의 데뷔작 가운데 성공적인 작품이 많았다.

2년 동안 공들인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이 대표적이다.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가이 리치 등도 성공적인 하이스트 무비 데뷔작으로 주류 감독 대열에 입성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김주호 감독이 3년을 공들인 시나리오이다. 외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시체 강탈극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시체가 돌아왔다>의 시나리오에도 우선호 감독의 노력이 들어 있다. 두 신인 감독이 보여줄 한국형 하이스트 무비에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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