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무기로 서울 한복판 테러?
  •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 승인 2012.04.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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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되는 북한의 대남 도발 시나리오 / 남한 내 주요 시설이나 요인에 대한 무장 공격 가능성도

지난 4월1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김일성 100회 생일을 기념해 대규모 군 열병식이 열렸다. ⓒ AP 연합

“특별 행동의 대상은 ○○○ 역적패당, 동아일보, KBS, MBC, YTN. 우리 혁명 무력의 특별 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모든 쥐새끼 무리들과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다.”

2012년 4월23일 이른바 북한의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가 남한측에 통고한 내용의 키워드이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협박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군사적 협박을 단순히 볼 수 없는 몇 가지 사정이 있다.

첫째, 통고를 한 조직이 최고사령부이기 때문이다. 최고사령부의 수장은 최고사령관 김정은 제1비서이다. 이제까지 군사적 협박의 주체는 서부전선사령부, 중부전선사령부, 총참모부 등이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더라도, 재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전제할 때 실제 도발 결행을 염두에 둔 협박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남한 사회 공포심 유발로 도발 이미 시작된 셈

둘째, 도발 수단을 특정했다는 점이다. 3?4분 안에 초토화해버릴 수단을 적시했다. 셋째, 도발 대상으로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시설을 적시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도심 공격을 공언한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많은 이들은 북한이 언제 실제로 도발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위협 자체가 이미 도발이다. 군사적 협박, 테러의 1차적 목적은 도발을 예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포심을 만드는 데 있다. 이미 도발 위협을 통해 남한 사회에는 공포심이 형성되었다. 남한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북한이 도발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수단을 식별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 채 경호와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북한의 도발은 공포를 유지·확대·재생산하는 시점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별 작전을 시작은 하지만, 언제 할지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공포 기간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만약 그들이 예고한 대로 우리 서울 도심을 군사 공격한다면 이것은 선전 포고이다. 우리는 당연히 연합작계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어떠한 무기로 도발을 감행할 것인가? 3?4분에 수도 서울 중심을 초토화할 무기 체계는 무엇일까? 상상할 수 있는 북한의 무기 체계는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사이버 테러이다. 사이버 공간을 마비시켜 우리의 도시 기능, 국가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사이버 테러는 일시적으로 엄청난 불편함을 줄 것은 확실하지만, 북한이 언급한 ‘초토화’라는 도발 이후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치유 가능한 사이버 테러는 피해 강요 상태와 연결시켜보면 그 가능성이 떨어진다.

둘째, 생각하기도 싫지만 생화학무기에 의한 테러이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휴대용 생화학무기를 가지고 서울 도심에 잠입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랜드연구소의 버넷 박사가 오래전부터 우려한 북한의 도발 양상이기도 하다.

셋째, 남한의 주요 시설이나 요인에 대한 무장 공격이다. 시설에 대한 공격보다 요인에 대한 무장 공격 가능성이 더 크다. 시설에 대한 공격에는 국제적 비난이 집중될 것이고, 전쟁 도발로 규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인에 대한 테러는 도발 주체를 은폐하기 쉽고, 남한 정부를 엄청나게 흔들 수 있다. 특히 주요 언론인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면, 북한 체제에 대한 보수 언론의 비판 기능이 매우 위축될 수도 있다.

도대체 북한은 무엇을 믿고 이렇듯 초강경 군사 위협을 하는 것일까? 북한의 도발 양상이 이렇게 공세적인 것은 핵무기 보유와도 일정 부분 관련되어 있다. 아무리 도발해도  핵무기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막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핵무기의 억지 기능을 과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 즉 한·미 당국이 발전시키고 있는 ‘확장 억지 전략’이 기본적으로 방어적이라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같은 북한의 대남 군사 공세는 누가, 어느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현재 북한 내 정치 구도를 통해 정책 결정 과정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우선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와 연관시켜 해석해보자. 북한 체제와 북한 지도자·군부는 로켓 발사 실패로 엄청난 정치적 굴욕과 좌절을 감내해야 했다. 북한 체제는 강성대국 달성을 선언할 수 없었다. 북한 지도자는 출발부터 카리스마에 큰 손상을 입었다. 북한 군부는 북·미 관계를 증진해 체제 문제를 해결하자는 협상파들에게 망신을 당했고, 선군정치 체제에서 누렸던 특별한 지위도 흔들리게 되었다. 짐작컨대 정치·군사적 책임 추궁 때문에 전전긍긍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체제·지도자·군부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할 카드로 대남 도발 예고 성명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한 김영철 주목

그 중심에 인민군 정찰총국 총국장이며, 최근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한 김영철이 있다. 그는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세적 대남 정책, 대남 군사 도발에 일정한 역할을 했고, 이번 성명 작성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김계관이 이끄는 외무성과 대남 정책 및 대외 정책 주도권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의 위협에 따른 남한 사회의 혼란과 갈등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정면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김관진 국방부장관 등 우리 군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 ‘호전주의자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담론이 일각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 직후 남한 사회는 하나 된 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지만, 조금 지나면 사이버 공간에 양비론이 등장한다. 북한도 나쁘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도 잘못되었다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한반도 안정을 위해 남한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도 등장한다. 이미 북한의 도발 효과는 남한 사회에서 극대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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