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으로 호도할 일이 아니다
  • 성병욱 | 인터넷신문 심의위원장 ()
  • 승인 2012.06.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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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통진당)에 이어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에까지 종북 논란이 번지고 있다. 이미 통진당 구 당권파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거부 고수로 종북 세력의 국회 진출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여기에 민주당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변절자 새끼’ 욕설이 더해졌다.

술집에서 임의원이 탈북청년연대 사무국장에게 퍼부은 욕설은 변명의 여지없이 악성이다. 우선 “어디 근본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개겨”라고 한 말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비하와 신참 초선 의원답지 않은 권위 의식이 느껴진다.

특히 “개념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새끼들아”라는 대목은 전체 탈북자를 매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너 그 하태경(새누리당 의원)하고 북한 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그 변절자 새끼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라는 욕설에서는 북한 인권 운동과 그 운동으로 방향을 바꾼 하의원에 대한 적개심이 읽혀진다. 아무리 취중 발언이라고는 하나 탈북자를 변절자로, 북한 인권 운동을 이상한 짓으로 매도한 것은 도저히 그냥 흘려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임의원은 전부터 북한의 SNS에 불법 접근해 리트윗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임의원은 1989년 외국어대 4학년 때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석했다. 그 일로 5년형을 선고받고 3년여 간 복역했다. 당시 전대협 의장이 그녀가 공천받는 데에 큰 역할을 한 임종석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다. 임의원의 이번 막말 파문으로 인해 임 전 총장 등 민주당에 자리 잡은 운동권 486의 성향이 새삼 주목받게 되었다. 4·11 총선 때 통진당과 야권 연대를 밀어붙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의원은 막말이 크게 문제 되자 두 차례 사과했다. 사과 후에는 당의 지시로 입을 다물고 있다. 문제는 사과가 진심을 담은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탈북자에게도 ‘변절자 새끼’라고 해놓고는 “변절자는 탈북자가 아닌 하태경 의원을 두고 한 말”이라는 해명이 사실과 달라 탈북자들의 상처를 봉합할 만큼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임의원이 충분히 사과했기 때문에 당 차원의 조치는 없다”라고 했고, 이해찬 대표 후보는 “결례된 말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면 호들갑 떠는 것이다”라고 잘랐다. 당 차원의 후속 조치는 없다는 얘기이다. 더구나 이후보는 YTN 라디오와 생방송 전화 인터뷰 도중 임의원 발언과 관련된 질문이 계속되자 언성을 높이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거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는 3시간쯤 뒤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모든 사태를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의 신매카시즘 선동으로 몰아붙이고 단호히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이런 식의 대응은 당이 임의원 발언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두둔하는 것으로 비친다. 그것은 야권 연대에서 시작해 통진당 내분과 종북 논란, 임의원의 탈북자 매도를 거치며 커진 국민들의 의혹과 걱정을 해소하기는커녕 증폭시킬 뿐이다. 민주당이 진정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정당이라면 국민의 의문을 남 탓으로 호도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일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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