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관인 대통령 사저 파문
  • 성병욱 | 현 인터넷신문 심의위원장 ()
  • 승인 2012.10.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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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내곡동 사저 파문이 한국 정치의 후진·난맥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 매입이 특혜·배임 의혹에 휩싸이고 특별검사 수사까지 받게 되면서 청와대와 여야 당의 불법·무원칙·표리부동 행태가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청와대였지만 특검법을 만들고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여야 당이 문제를 더욱 엉망으로 만들었다.

내곡동 사저는 경호 편리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었다고 한다. 사저와 경호 시설을 위해 총 9필지 7백88평의 토지를 매입했다. 그중 경호 시설을 포함한 사저 부지가 2백57평, 그 대금이 35억5천2백만원이었다. 이 대금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11억2천만원, 청와대 경호처가 24억3천2백만원을 각각 분담했다. 그런데도 등기부상에는 시형씨가 약 1백40평, 그 배 이상을 지불한 경호처는 1백17평을 소유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호처가 국가 예산을 들여 대통령 아들의 땅값을 부담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배경이다. 청와대는 경호 시설을 포함해 매입한 총 부지 7백88평을 평균 매입 가격으로 환산하면 시형씨 지분(1백40평)에 해당하는 가격은 9억원 정도로 오히려 2억원을 더 부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내곡동 사저 추진이 백지화되고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배임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특검 수사는 불가피했다. 문제는 내곡동 사저 특검법 입법 과정에서 특검 후보 추천권을, 의혹을 부풀리고 특검을 강력히 요구한 민주통합당에 주었다는 점이다. 특검 제도의 근본 취지는 특별검사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수사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비교적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법원장·대한변협회장 등 독립 기관 책임자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부여해왔다.

이번에는 현직 대통령과 직결된 수사인 만큼 야당측이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나 보수 성향의 현 대한변협회장을 기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직접 추천권을 가지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은 사라진다.

더욱 기막힌 일은 여당이 이 말도 안 되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특검 제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에 동조한 것이다. 19대 국회 개원 협상 때문이라는 변명이지만 목전의 작은 이익을 위해 더 큰 원칙을 저버리는 모습이 너무 잦다. 원칙대로 하면 이런 특검 법안은 대통령이 거부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원죄가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특검 추천권을 거머쥔 민주당은 누가 보아도 중립적이지 않은 진보 성향 법조 단체 창립 멤버 두 명을 여봐란듯이 후보로 추천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간에 합의된 원만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추천 자체가 무효라고 반발했다. 청와대도 여야가 협의해 민주당이 특검을 추천하겠다는 여야 합의에 따라 특검 추천 문제를 다시 논의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파문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대선 후보와 각 정당들이 입에 달고 있는 정치 쇄신·개혁·변화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기성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안철수 현상’을 초래한 정당 정치의 최대 위기 상황에서도 반성 없는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일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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