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같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살아왔다”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10.1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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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연합뉴스
‘일본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가족사를 ‘일본 최고의 논픽션 대가’로 꼽히는 사노 신이치 작가가 파헤쳤다. <손정의 - 끊임없이 시대를 휘젓는 손정의의 숨겨진 이야기>(럭스미디어 펴냄)는 이전에 나온 손정의 평전과 많이 다르다. 그의 성공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3대에 걸친 집안 내력을 샅샅이 뒤져 앞뒤가 맞는 ‘손정의론’을 이끌어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손회장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까지 방문하는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의 구호 기금으로 100억 엔을 기부해 한국 언론에까지 크게 소개되었던 손정의 회장. 그의 성공 뒤에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오르는 아픈 역사가 있었다. 특히 그의 아버지에 대해 손회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부자지간의 정을 넘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가족이었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내용들이다.

손회장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아온 데 대해서 “아버지가 나를 한도 끝도 없이 치켜세웠기 때문이다. ‘너는 나보다 머리가 좋다’라고. 나는 아버지한테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탓인지 내가 평생을 걸고 정말 열심히 하면 상대가 브리지스톤이든, 혹은 토요타든 마쓰시타든 반드시 앞지를 수 있다는 전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만은 있었다”라고 말했다.

1세기 전 한반도에서 도망치듯 대한해협을 건너와 재일 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받았던 손정의 집안.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손회장이 한국 이름을 버리라는 제의를 뿌리친 내막에서는 자긍심이 넘친다. 

“삼촌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손이라는 진짜 성을 버리면서까지 돈을 벌어 뭐하느냐고 그랬다. 설령 그것이 10배는 어려운 길일지라도 나는 자긍심을,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우선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은 손회장이 차별받는 재일 한국인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수십만 명이나 되는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서 취직과 결혼, 돈을 빌릴 때 차별받고 있다. 하지만 재일 한국인도 일본인과 똑같은 정의감과 능력이 있다. 그것을 내가 사업으로 성공해 증명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젊은 재일 한국인에게 그것을 몸소 보여야만 하는데, 내가 본명을 숨기고 그 일을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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