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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 또 빛내며 노벨상 앞에 한 발짝 더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4년 연속 1위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2.10.24(Wed) 09: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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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 차세대 인물로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44)가 선정되었다. 김교수는 올해까지 4년 연속 이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20%가 지목한 김교수는 한국인으로서 이 분야 노벨상 수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연구 대상은 마이크로 RNA(작은 리보핵산. 일반 RNA보다 작은 RNA)이다. 사람 신체 내에 수백 종류가 있는 이 물질은 각각 성장과 노화 등 생명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 속에서 유전자가 과하거나 부족하게 활동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조절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뇨나 암이 생길 수 있다.

   
ⓒ 뉴스뱅크
과학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물질을 10여 년 전부터 연구해온 김교수는, 34세였던 2002년 마이크로 RNA가 세포 속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명쾌하게 규명하면서 세계 과학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간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3년에는 마이크로 RNA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런 공로로 2004년 정부가 선정한 ‘올해의 선도 과학자’ 25명 중 한 명이 되었고, 2007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을 받았다. 2008년에는 특정 마이크로 RNA가 암 발생에 연관된 사실을 밝혀냈다. 2009년 신체 성장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를 발견함으로써 이 물질이 인간 성장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0년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셀(cell)>의 편집위원으로 선임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김교수를 국가과학자로 선정했다. 

2011년 국가 과학계의 핵심 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은 수학·물리학·화학·생명과학 등 기초 과학 분야의 국내외 석학 10명을 연구단장으로 확정했는데 거기에 김교수도 포함되었다. 올해 김교수는 또 하나의 성과를 거두었다. 줄기세포와 암에 관련된 마이크로 RNA에 관한 연구 결과이다. 줄기세포 연구와 암 치료제 개발에 기초를 제공한 셈이다.

   
현택환·백성희·김필립·정재승·홍병희 교수 등도 주목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김교수는 한때 선배 여성 연구원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한 현실을 보며 장래를 고민하기도 했다. 연구비가 없어서 자신의 돈으로 재료를 사서 연구하던 시기도 있었다. 당장 상용화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응용과학에 치중하는 국내 과학계 분위기 탓에 기초 과학자는 환영받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에 매달려온 그는 국내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은 완치되었지만 한때 위암 선고를 받고 실의에 빠지기도 했고, 중학생 딸과 열 살짜리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김교수는 1992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미생물학 석사, 199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료 과학자들은 김교수를 기초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에 이른 인물로 평가한다. 그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 연구물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49)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그는 공학을 의료에 접목하는 연구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개발한 새로운 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이다. MRI 촬영을 할 때 혈관이 잘 보이도록 투여하는 물질이 조영제인데, 기존 조영제보다 독성과 부작용은 없으면서 혈관이 또렷하게 보이는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아도 혈당을 조절하는 캡슐을 개발했다. 사람 몸에 이식하면 인슐린이 주기적으로 분비되는 캡슐이다. 현교수는 캡슐을 이식한 쥐의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1987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무기화학 석사, 1996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 대학원에서 무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밖에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암 진단과 치료제 연구),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 대학 물리학과 교수(신소재 연구),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뇌 인지과학 연구),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신소재 연구) 등이 이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해마다 이 분야에 등장하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올해에는 빠졌다. 

한편, 이 분야와 관련해 ‘가장 읽고 싶은 매체’로는 <사이언스>(40%), <네이처>(26%), <내셔널지오그래픽>(10%) 등이 꼽혔다. 국내 매체로는 <과학동아>가 6%로 4위를 차지했고, <셀>, 전자신문,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은 아인슈타인(14%), 안철수 전 서울대 대학원장(10%), 고 최형섭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지금의 한국과학기술원) 초대 소장(8%), 스티븐 호킹(8%) 순으로 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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