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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육영재단에서 여교사 술 시중도 시켰다"

육영재단 전 관계자 "박근혜 이사장 시절 일" / 경찰, 박후보 조카 살해사건도 은폐·축소 의혹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12.04(Tue) 11: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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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 여야 대선 후보의 네거티브 전쟁이 치열하다. 자칫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하면서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상대의 감정을 무너뜨리고 약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시사저널>은 두 후보에게 쏟아지고 있는 의혹을 확인 취재했다. 먼저 박근혜 후보다.

   

지금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캠프 내부는 고민에 빠져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정책 대결과 TV 토론에 더 집중할 것인가 하는 것 때문이다. 후자를 주장하는 쪽은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공방에 식상해 있고, 문후보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래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만큼 박후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에는 박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을 제보하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박후보가 지난 1980년대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여성 교사에 대해 인권 탄압을 했다는 논란이다. 때마침 새누리당과 박후보측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자 “‘여성 대통령’이 여성의 인권을 탄압할 수 있는가” 하는 공세로 맞서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 논란의 중심을 추적하고자 당시 육영재단 관계자들을 다각도로 접촉했다.

유치원 여교사 자살 둘러싸고도 의문 제기

유정아 문후보 시민캠프 대변인은 지난 11월27일 “박후보가 1982~90년까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그때 어린이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었는데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대변인은 “박후보는 (결혼 시 퇴사한다는) 각서를 받은 것에 대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라고 공격했다.

<시사저널>은 문후보측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1980년대 초 육영재단 유치원에서 근무했던 여교사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 대다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50대 여성 ㄱ씨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당시 육영재단 유치원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ㄱ씨는 “당시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은 것이 맞다”라면서 문후보측의 주장을 확인해주었다. 그는 “교사들은 결혼하게 되면 미련 없이 (육영재단 유치원을) 나갔다. 미래를 약속한 남자친구만 있어도 자진해서 사표를 썼다”라고 덧붙였다. 그 이유에 대해 ㄱ씨는 “당시 육영재단 유치원의 근무 환경은 최악이었다. 심지어 북한 여성 노동자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푸념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유치원을 그만두기 위해 오히려 결혼을 서두를 정도였다”라고 주장했다.

ㄱ씨에 따르면, 당시 육영재단 유치원은 교사 14명에 24개 교실이 운영되었다. 이때 교사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ㄱ씨는 “엉덩이를 붙일 새가 없었다. 아침에는 껌 뜯고, 풀 뽑고…, 오후에는 초·중·고 견학 학생들 인솔하고…, 보조교사도 없이 교사 1명당 40명이 넘는 유치원 학생들을 담당했다. 수업 준비를 할 겨를이 없어 항상 저녁까지 남아야만 했다. 정규 근무 시간은 오후 6시까지였지만, 늘 밤 9~10시까지 근무했다. 야근수당은 당연히 없었다. 수익 사업에 투입되는 것은 당연했다. 교사들이 도구화되었다. (내가)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업무 하중 외에도 군대식 사내 문화가 교사들을 짓눌렀다고 한다. 교사들에게 제식훈련식 걸음걸이와 유니폼을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ㄱ씨는 “당시 (육영재단) 어린이 회관 관장은 예비역 준장이었고, 유치원 원장은 중령 출신 여성이었다. 군대 문화가 (유치원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교사들이 (육영재단 내에서) 걸어갈 때 줄을 맞춰서 걸었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는 육영재단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박후보측 “당시 박이사장 뜻과 관계없는 일”

그런데 기자는 ㄱ씨로부터 더 충격적인 증언을 들었다. 당시 여교사들에게 ‘정서적으로 불쾌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자, ㄱ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를 포함한 일부 여교사들에게 술시중을 시켰다”라고 폭로했다.

ㄱ씨는 “육영재단에 외부 손님이 왔을 때였다. 군 관련 인사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 몇몇 (유치원) 여성 교사들을 불러서 술을 따르라고 시켰다.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선생님 한 분과 내가 자리를 바로 박차고 나왔다. 다음 날 출근해서 보니 (어제 술자리에 있었던) 선생님들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 그 이후의 일들은 물어보지도 못했다”라고 밝혔다. ㄱ씨는 “(이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당시 근무했던 선생님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기자는 ㄱ씨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한 다른 관계자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당시 육영재단 유치원에 근무했던 여성 교사 ㄴ씨가 유치원을 나간 직후 자살했는데, 그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시 ㄴ씨(사망 당시 27세)와 함께 근무했던 또 다른 교사 ㄷ씨는 “ㄴ씨가 당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자살했다는 소식은 그때 들었다. 하지만 육영재단 유치원 교사 때 겪었던 일 때문에 자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반면, ㄱ씨는 “ㄴ씨는 1985년쯤에 (유치원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1986년 서울 잠실의 친척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한 것으로 기억한다. (ㄴ씨는) 매우 착한 친구였으나, 유치원에서 근무하면서 매우 힘들어했다. 매일 울었다. 개인적인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기자는 ㄴ씨의 유가족을 접촉하기 위해 애썼으나, 2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유가족의 행방을 기억하는 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박후보측의 박선규 선대위 대변인은 “정말로 그런 일(결혼 시 퇴직을 강요했던 일)이 있었다면 아마도 (박근혜) 이사장의 뜻과 관계없이 현장에서 당시의 관행에 따라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ㄱ씨의 측근인 ㄹ씨는 “박후보가 육영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날은 1982년 10월27일이고, 유치원 설립 인가는 1983년 3월5일에 났다. 박후보가 설령 이 사실을 몰랐을지라도 책임은 박후보에게 있다. 또한 박후보가 유치원을 설립한 이유도 궁금하다. 1회(1984년 2월) 졸업생 5백6명의 부모들 대다수가 고관대작들이었다고 한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5촌 조카 살인 사건’ 국과수 감정서 단독 입수

민주당이 또 하나 예의 주시하고 있는 사건은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이른바 ‘박근혜 5촌 조카 살인 사건’에 대한 의혹이다. 지난해 9월6일, 서울 우이동 북한산 둘레길 탐방안내센터 인근에서 박후보의 5촌 조카들인 박영길(가명·사망 당시 50세)·영석(가명·사망 당시 52세)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둘은 사촌지간이다.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해 10월12일 “영석씨가 사촌동생인 영길씨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을 매 숨졌다. 피의자(영석씨)가 목숨을 끊어 기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민주당측에 이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제보가 접수되었다. 제보 내용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되지 않은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 사건을 맡은 수사팀에 수사 축소 압박이 있었다”라는 것이다. 이후 대선 정국에서 이 얘기는 정치권에서 회자되었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얼마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영길·영석 씨 부검 감정서와 영석씨 유서 필적 감정서를 단독 입수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국과수 감정서

이 감정서에서 당시 경찰이 발표하지 않은 내용이 다수 발견되었다. 첫 번째로 영길씨와 영석씨의 혈액 및 위장 내용물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인 졸피뎀과 디아제팜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길씨의 경우 졸피뎀의 혈중 농도가 0.52㎎/L이 나왔다. 졸피뎀은 불면증 등에 사용되는 신경안정제로, 독성 농도는 0.5㎎/L이다. 용철씨의 몸에서 독성 농도 이상의 졸피뎀이 나온 것이다. 또한 디아제팜 역시 0.25㎎/L로 측정되었다. 디아제팜은 불안·긴장·골격근 경련의 완화·간질 발작의 치료 보조제 등으로 사용되는 신경안정제이다. 독성 농도는 3~20㎎/L이다.

“경찰, 부실 수사 스스로 시인한 꼴”

문제는 이 두 약품을 술과 함께 복용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영길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96%였다. 운전면허가 취소(0.1% 이상)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국과수는 이와 관련해 “본 변사자(영길씨)의 경우 사건 발생 당시 이러한 약물 및 알코올의 영향하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경찰의 발표와는 달리 국과수는 영길씨가 영석씨의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 하나의 의혹은 유서 부분이다. 경찰은 영석씨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경찰은 유서와 영석씨의 필적이 동일한지 여부를 국과수에 의뢰했다. 이에 대해 국과수는 “(유서 필적과 영석씨 필적의 동일 여부는) 분석할 자료가 부적합하므로 제시된 증거물만으로는 논단하기 곤란함”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영석씨가 유서를 직접 쓰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이같이 중요한 증거를 당시 발표하지 않은 것일까? 이 사건 관련 제보를 처음 접수한 임내현 민주당 의원 측은 이와 관련해 “경찰의 사건 담당자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그 담당관이 ‘수사 결과 발표 후에야 국과수의 감정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를 스스로 시인한 꼴이다. 국과수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수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라고 주장했다.

친인척·정수장학회·로고송까지 각양각색 
민주당의 박후보 검증 수위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검증 공세는 여러 갈래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가족 문제이다. 박후보의 제부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는 “(박후보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나를 중국 칭다오로 납치해 죽이라고 사주했다”라고 주장하는 등 박후보와 박회장을 비방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지난 11월29일 대법원은 신 전 교수에게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민주당에서는 박후보 3남매 간의 ‘진흙탕 싸움’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수장학회 문제는 네거티브 단골 이슈이다. 특히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지분 30%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측은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모두를 한 대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런 식으로 지분을 처리해 MBC를 민영화시키면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여론도 잠재울 수 있고, MBC 노조와 야당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보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박후보에 대해 수첩이 없으면 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버벅공주’, 새누리당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는 뜻에서 ‘민생 파탄 공모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네거티브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후보의 로고송 18곡 전곡이 저작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격하기도 했다.

문후보 캠프 내에서는 네거티브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지난 11월28일 “대선이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이제 네거티브 선거는 중단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짊어지고 갈 지도자를 뽑는 선거이다. 확인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네거티브가 아닌 정당한 검증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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