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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쉬워도 내일은 더 좋아질 것”

여성 오페라 연출자 1호 강화자 베세토 오페라단 단장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2.12.18(Tue) 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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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임준선
“앞으로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이 될 것이다. 유럽에서는 우리나라 성악가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세계 최고이고, 무용수도 세계 최고이다. 이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K오페라가 세계에서 평가받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민간 오페라단인 베세토오페라단의 강화자 단장은 한국 오페라의 미래를 낙관했다. 숙명여대에서 성악(메조소프라노)을 전공하고 1973년 미국으로 유학 가 1981년에 귀국한 뒤에는 20년 동안 연세대 음대 교수로 봉직했다. 그 후 1996년 베세토오페라단을 창단해 정열적인 오페라 창작 활동을 펴고 있는 그는, 정열만 놓고 보면 아직도 20대이다. ‘오늘 조금 아쉬워도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오페라 제작을 하면서 노래를 그만둔 게 좀 아쉽다. 오페라단을 운영하다 보면 말도 많이 해야 하고 해야 할 일도 많아서 가수를 그만두게 되었다. 가수도 근육(성대)을 쓰는 직업이라 매일 연습을 해야 하는데, 제작 일을 하다 보면 후원도 얻어야 하고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노래를 그만뒀겠나. 오페라단 운영이 힘드니까.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아직도 그거 하세요?’라고 말하면 서글퍼진다.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 노래인데, 재능도 안 쓰면 썩는 것인데…. 하지만 오페라 제작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재능을 나눈다고 생각한다.”

그가 무대 가수를 그만둔 것은 지난 2006년 키에프에서 올린 <카르멘>이 고별 무대였다. “가수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오페라를 만들 때 내가 했던 역을 다른 가수가 하는데 성에 안 찬다 싶으면 화가 나면서 내가 연습해서 해볼까라는 생각도 한다.(웃음) 그래도 후배를 키우고 오페라 시장을 키운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참는다. 사실 제자가 잘되고 힘들게 무대를 완성했을 때의 기쁨은, 자식을 키우는 기쁨 이상이다.”

메트로폴리탄에 한국 오페라를 올리는 꿈

강화자 단장은 전직 메조소프라노 가수이자 대학 교수이고, 지금은 오페라단 단장이자 오페라 연출가이다. 특히 오페라 연출은 국내 여성 연출가 1호이기도 하다.    

“내가 연출가로 데뷔한 뒤 여성 연출가가 여럿 등장했다. 지금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도 많고. 12월 초 중국 항저우 대극원에 올렸던 <춘향가>
에도 후배(여성)를 협력 연출자로 이름을 올리게 했다.”

그가 연출자가 되고자 생각하게 된 것은 미국 맨해튼 음대에 다니던 중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을 자주 찾으면서부터였다. 음대생에게는 싼 표를 살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는데 이를 이용해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극장을 찾아갔다. “극장 6층에 스코어 데스크 관람석이 있다. 그 자리에서는 무대 위의 가수들이 발걸음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손은 어떻게 하는지, 표정은 어떤지 다 보인다. 악보(스코어)를 놓고 연출자들이 공부하는 자리였다. 그걸 보면서 연출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가수는 노래만 부르면 되지만 연출은 노래를 포함한 무대의 모든 것을 만들어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니까, 이게 참 재미있어 보였다. 그때 제임스 루카스라는 유명한 연출가가 있었다. 그는 모든 오페라의 악보를 외우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그가 노래하면서 ‘앉아라’ ‘서라’ ‘이렇게 움직여라’ 등의 디렉션을 하는 것을 보고 빠져들게 되었다. 조지 시크 총장에게는 악보를 놓고 배우고, 루카스에게서는 무대 연출을 배운 셈이다. 루카스 연출 무대를 따라다니면서 도제식으로 배웠다.”

미국 유학을 가기 전 강단장은 국내에서는 음악교사를 했다. 바리톤 최현수가 바로 그때 제자였다. “음악 시간에 노래를 시켰는데 우렁차게 하더라. 바로 성악을 권했다. 나도 어릴 때는 문학소녀를 꿈꿨는데 누가 내 노래를 듣더니 ‘외국 사람 소리와 거의 같으니 유학 가서 공부해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유학을 꿈꾸게 되었다. 그런 게 가르치는 즐거움인 것 같다.” 그는 음악교사 일을 하면서도 1971년 국내 오페라계의 대모인 김자경오페라단의 <아이다>에 암네리스 여왕으로 출연해 첫 무대를 갖고, 이어 <라트라비아타>에 서는 등 일급 가수로 꼽혔다. 유학 중 잠시 귀국해 <일토레바토레> 무대에 섰을 때 기립 박수를 끌어내고 1981년 <삼손과 데릴라>(국립오페라단)에서 데릴라 역으로 화려하게 귀국 신고를 했다. 

귀국과 함께 연세대에서 교편을 잡은 그는 1982년 연세대 음대 주최로 무대에 올린 <마술피리>의 연출을 맡으면서 연출자를 겸하게 되었다. 1983년에 서울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에 올린 <마술피리>를 통해 학교 밖에서도 연출자로 신고했다. 1985년에는 오페라 <박쥐>의 국내 초연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에게는 아직도 꿈이 있다. 뉴욕에서 성악 공부를 할 때부터의 꿈이다. “우리 오페라를 메트에 올려볼 것이다. 중국 작곡가 탄둔이 플라치도 도밍고에게 헌정한 <진시황>이 2007년 메트 무대에 올라갔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준비 중이다. 일단 아리랑을 소재로 한·중·일 작곡가가 참여한 3막 오페라를 구상 중이다. 아리랑을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를 만들면 세계에 통할 수 있다고 본다.”

동북아 넘어 세계로 뛰는 ‘K오페라’ 꿈꾸다

그가 오페라단 이름을 ‘베세토’라고 붙인 것도 세계 시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베이징-서울-도쿄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 베세토이다. 동북아를 아우르면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얼마 전 중국 항저우에서 <춘향전>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는 지난 2002년
<춘향전> 공연팀을 한·중·일 세 팀으로 꾸며 세종문화회관과 도쿄 문화회관, 베이징 보리극장에 차례로 올리기도 했다. 물론 모두 한국어로 부르는 무대였다. 그는 “우리 성악가가 세계 일류이고, 의상도 아름답고, 현제명 선생이 작곡한 멜로디도 아름다워서 이번 항저우 공연에서도 중국 관객의 호응이 무척 좋았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프로젝트가 한·중·일 작곡가가 참여한 창작 오페라인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더 쉽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뮤지컬에 환호하지만 결국은 오페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 오페라계의 사정이 열악하고 정부의 지원도 적지만 환호하는 관객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10개를 꿈꿔도 6~7개가 나오면 만족한다. 언젠가는 10개를 이룰 것이라는 꿈을 꾼다. 언젠가는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목표는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후배가 커 가는 것을 보면 보람이 있다. 그게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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