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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진보의 놀이터에 보수가 뛰어들다

<시사저널>-‘㈜코난테크놀로지’, ‘트위터 민심’ 분석

김회권 기자·노진석│코난테크놀로지 매니저 ㅣ | 승인 2012.12.18(Tue) 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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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시사저널 박은숙, (오른쪽) ⓒ 문재인 제공
선거에서는 여론의 흐름이 승패를 좌우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여론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번 18대 대선 역시 오프라인 유세전만큼 SNS 유세전이 치열했다. 그곳에도 유권자가 있고 후보가 뛰어들었으며 논쟁이 벌어졌다.

사실 그동안 트위터는 진보의 놀이터였다. 강한 연결과 약한 연결들이 모여 만든 관계망. 1백40자 이내의 메시지가 그 망을 타고 거미줄처럼 퍼져나가는 확산형 매체. 트위터의 주도권은 매번 진보 진영이 쥐고 있었다. 반대쪽 보수 진영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약자 신세였다. 보수담론은 흐르지 못했다. 꾸역꾸역 관계망은 어떻게 만들었을지 몰라도 보수의 메시지는 확산력이 트위터에서 약했다.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똑같이 지적받는 보수 진영의 트위터 약점을 두고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일개미처럼 열심히 해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간의 상식을 이번 대선에 대입하면 박후보는 트위터에서 식물인간에 가까워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문후보에게 트위터는 든든한 아군이 되었어야 했는데 지원 화력이 예전만 못했다. 메시지의 양적 측면에서 싸움이 이루어진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변화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이 SNS에서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그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눈물겨운 노력이 보상이라도 받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코난테크놀로지’와 함께 소셜 분석 서비스인 ‘펄스K’의 도움을 얻어 트위터의 정량적 측정을 해보았다. 코난테크놀로지는 미디컴과 함께 SNS 여론분석 사이트인 ‘SNS민심닷컴(www.snsminsim.com)’을 운영하고 있다. 11월22일부터 12월10일까지 발생한 7천1백16만9천6백88건의 트윗이 대상이다.

   
버즈량은 박이, 팔로잉·트윗수는 문이 앞서

먼저 두 후보의 트위터부터 들여다보자. 박근혜 후보의 팔로워는 24만5천6백76명, 문재인 후보의 팔로워는 32만2백95명이다(12월14일 오후 4시 기준). 박후보측에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아래에 SNS본부와 SNS소통자문위원회를 두었다. 직능본부나 도당에도 SNS 전담팀을 꾸렸다. SNS 공간을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펼친 셈이다. 문후보측에서는 SNS지원단과 온라인미디어팀이 SNS를 담당했다. 트위터를 정보 전달 용도로 쓰고 있지만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소통 여부는 ‘팔로잉’과 ‘트윗 수’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팔로잉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의견도 보겠다는 뜻이다. 내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박후보의 팔로잉 수는 5만9천1백76명, 문후보의 팔로잉 수는 16만2천8백99명이다. 박후보는 팔로잉 수가 팔로워 수의 4분의 1, 문후보는 2분의 1이다. 숫자에서도 비율에서도 문후보 트위터가 좀 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트윗 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박후보의 트윗 수는 4백81개, 문후보의 트윗 수는 1천6백42개이다. 두 후보는 공식 선거 캠프 트위터를 따로 두었는데 이곳의 트윗 수는 박후보가 2천6백9개, 문후보가 3천5백개였다. 두 후보 모두 전담 조직까지 두고 있지만 트위터 소통에 좀 더 충실하고자 하는 쪽은 문후보 진영이었다.

11월22일부터 12월10일 사이에 ‘박근혜’가 언급된 트윗은 1백67만9천3백41건, ‘문재인’이 언급된 트윗은 1백40만9천5백74건이었다. 후보 이름 언급 횟수(버즈량)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앞섰다. 버즈량이 많다는 것은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다. 물론 관심도와 호감도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좋은 것도 관심이지만 싫은 것도 관심이다.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도 버즈량에 포함된다.

시기별로 살펴보자. 안철수 전 후보가 11월23일 사퇴한 이후 안 전 후보에 관한 언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안 전 후보에 대한 언급 추이를 보면 주로 ‘단일화’ ‘사퇴’라는 키워드의 확산과 비슷하게 움직인다. 23일 사퇴 발표 이후 ‘단일화’ ‘사퇴’라는 단어는 출현이 줄어드는데 ‘안철수’에 관한 언급도 함께 줄어들었다. 대신 트위터에서도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와 문재인, 양자 구도로 좁혀졌다. 후보 언급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첫 분기점은 11월30일이다. 29일 문후보의 다운계약서 의혹이 제기되었고 다음 날인 11월30일 문후보를 언급한 트윗이 급증했다. 긍정·부정의 트윗이 모두 합해진 결과이다. 29일 문후보의 버즈량은 8만6천여 건이었지만 다운계약서 의혹이 알려지고 대중에게 충분히 반영된 30일에는 12만2천여 건이 ‘문재인’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쏟아졌다. 박후보도 덩달아 상승해 하루 만에 8만7천여 건에서 10만2천여 건으로 늘어났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박근혜’와 ‘문재인’ 언급은 서서히 늘어났다. 그리고 그 정점은 12월4일 1차 TV 토론에서 나타났다. 1일 기준 버즈량이 두 후보 모두 하늘을 향해 꼭짓점을 찍은 날이다. 12월4일 박후보는 24만2천여 건을 기록했고 문후보 역시 22만4천여 건의 버즈량을 보였다. 이날 TV 토론의 여파로 정책 관련 키워드가 트위터에 많이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12월4일 조사된 이슈 키워드를 보면 후보 3인의 이름 외에도 ‘안보’ ‘골목 상권’ ’한·미 FTA’ ‘대형 마트’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1차 TV 토론의 최대 수혜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이다. 토론회 이전까지 미미한 존재였는데 토론회 이후 버즈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TV 토론 전 이후보의 버즈량은 1천8백~8천5백건 사이에 머물렀는데 4일에는 19만3천여 건으로 폭증했다. 이후보의 버즈량은 ‘TV 토론’이라는 키워드가 트위터상에서 증감하는 것과 비례하는 모양새이다.

1차 TV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 내에서 누가 얼마나 언급되었는지 살펴보면 사뭇 흥미로워진다. TV 토론이 시작하는 8시 이전에는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버즈량이 거의 전부였는데 토론 시작 10분 만에 이정희 후보 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결국 토론이 끝날 때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후보는 박후보에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이후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후보에 대한 언급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문후보의 점유율이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이날 수세적인 입장이었던 박후보는 토론 시작 전부터 끝날 때까지 거의 일정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점유율을 서로 잠식한다는 점에서 문-이 후보를 언급하는 여론은 서로 겹친다고 볼 수도 있고, 박후보를 지원하는 독자 세력이 생각보다 꽤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11월22일부터 12월10일 사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언급 점유율’을 보면 초반에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이는 안철수 전 후보였다. 안 전 후보는 사퇴 시점인 11월23일부터 점유율이 낮아졌고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그 빈 공간을 차지해 점점 점유율을 증가시켰다. 그래프에 나타나듯 트위터 속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점유율은 거의 대등한 상태였다. 변화가 심했던 12월4일에도 두 후보의 버즈량은 늘었지만 점유율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이정희 후보만 점유율을 높였는데 이후보가 새로 획득한 점유율은 안 전 후보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알바’ 논란, 보수 메시지 확산 막아

양적 분석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박후보가 보여주는 의외의 견고함이다. 보수의 ‘박근혜’ 물량 공세는 박후보의 버즈량과 점유율을 유지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물량공세만으로도 ‘이슈몰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활동은 더욱 왕성해지고 있다.

그런데 보수의 트위터 확산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알바’ 논란이다. 물량 공세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의심이 있었는데 그것이 일부분 현실이 되었다. 12월14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SNS에서 새누리당을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윤 아무개 목사 등 8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윤 목사는 새누리당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새누리당 관계자는 “적발된 조직은 새누리당 선대위 내 조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위터에서는 도달률과 그 범위가 더욱 중요하다. 메시지의 확산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인데 ‘알바’라는 악재는 원래부터 약한 보수의 도달률과 범위를 더욱 좁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기간 트위터 민심은 어떤 이슈를 중점으로 다루었는지 이슈 키워드를 뽑아 연관 검색어로 알아보았다. 초반에는 ‘단일화 전쟁’으로 요약된다. 11월22일 ‘단일화’라는 단어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단일화의 대상인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의 이름이었다. ‘TV 토론’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되었고 ‘정권 교체’도 자주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였다.

11월23일 안철수 후보가 후보에서 물러난 뒤 ‘사퇴’라는 단어는 ‘안철수’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이다. 11월26일의 경우는 다른 사람에게 ‘사퇴’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날 사퇴한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였다. 12월4일 1차 TV 토론 이후에는 사퇴할지도 모르는 ‘이정희’ 후보에게도 ‘사퇴’가 함께 쓰였다.

‘TV 토론’이라는 주제어 역시 이번 선거판의 핵심 키워드였다. 초반 단일화 토론 덕에 ‘TV 토론’은 ‘문재인’ ‘안철수’와 함께 주로 등장했던 단어였지만 12월4일을 기점으로 ‘박근혜’ ‘이정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토론 룰에 대한 불만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키워드로 자주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박근혜’라는 키워드와 함께 쓰인 단어는 ‘문재인’ 후보가 많았지만 ‘이정희’ 후보 역시 만만치 않게 함께 등장했다. 후보 이름 외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춘상 보좌관’과 ‘6억원 논란’의 주인공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름이 ‘박근혜’와 함께 쓰였다. ‘문재인’의 경우 ‘다운계약서’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가격 논란에 휩싸였던 ‘의자’라는 키워드가 함께 등장했다.

 


‘보수 저격수’ 늘어났는데 ‘알바’ 의심도 커지네 

   
트위터상에서도 이제 보수가 강해졌다? 지난 10월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팀은 ‘SNS를 활용한 정치홍보 연구: 19대 총선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보수일간지(조선·중앙·동아일보)를 선호하는 SNS 사용자의 비율이 비사용자의 경우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SNS 사용자 가운데 조·중·동을 선호하는 비율이 40.3%로 한겨레·경향(22.3%)보다 높게 나타났다. SNS 사용자 중 보수 신문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SNS 사용이 사회 현안과 시사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자극하여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증가시키고 이것이 다시 기존 매체에 대한 열독률도 상대적으로 높인다고 추정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SNS 분석 전문가들은 “보수 성향의 트위터리안은 ‘#대선’ ‘#박근혜’ 등의 해시태그를 즐겨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해시태그를 사용하면 트윗을 주제별로 볼 수 있어 자신들의 의견을 확장하고 공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이 방법을 주로 보수 진영에서 사용한다고 한다. 과거 보수는 트위터에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동네북이었지만 지금은 진보 진영과 논쟁이 가능할 정도로 양적인 세력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확산력을 조사해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트위터에서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 비판에 앞장서는 일명 ‘저격수’를 알아보았다. 이들의 의견이 리트윗(RT)되는 수가 확산 지표의 간접적인 가늠자이다. 그래서 11월 한 달간 박근혜·문재인 양 후보에 비판적인 의견을 날려 리트윗(RT)이 많이 된 트위터리안을 꼽아보았다. 박후보를 비판한 경우는 ‘진보’, 반대의 경우라면 ‘보수’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박후보를 앞장서 비판한 트위터리안은 ‘AyoungC (@TheHanimuse)’였다. 이 트위터리안의 11월 한 달간 리트윗 횟수는 7천7백30건이었다. 2위는 ‘jungkwon chin(@unhei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4천94건), 3위는 3천3백12건의 레인메이커(@mettayoon)였다. 반대로 문후보 비판을 확산시킨 대표 저격수는 8천2백46건을 리트윗시킨 아이디 ‘@pyein2’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였다. 6천3백62건의 아이디 ‘@iamegg3’, 3천6백93건의 ’이대나온女子‘(@sexycat88)도 ’문재인 저격수‘였다. 박근혜 저격수 상위 20인의 리트윗 횟수는 평균 2천4백10회, 반대로 문재인 저격수 20인의 평균은 2천5백62회로 엇비슷했다.

문후보를 저격하는 친박 성향의 트위터는 ‘알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자발적 지지자를 무시하는 알바 발언은 위험하지만 무조건 퍼나르는 이른바 ‘깔대기’ 역할을 의심받는 트위터 계정도 적지 않다. 12월14일 문 아무개 목사 등이 선관위에 적발되면서 그런 의심은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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