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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눈부신 꽃이 강물을 죽인다”

현지 르포 / 중국 최대 꽃 시장 윈난 성의 빛과 그늘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 기고가 ㅣ | 승인 2013.01.15(Tue) 09: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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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남부에 자리 잡은 윈난(雲南) 성. 수도 쿤밍(昆明) 시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20여 ㎞ 떨어져 있는 더우난(斗南) 화훼 시장은 쿤밍에서 유일하게 3백65일 24시간 상시 영업을 한다.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어둠이 깔린 화훼 시장 한편에 위치한 쿤밍 국제화훼경매센터(KIFA)는 불야성처럼 불을 환히 밝히고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밤 10시부터 시작될 꽃 경매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축구장보다 넓은 창고에서는 경매에서 팔릴 다양한 품종의 꽃들을 출품하려는 손길로 바빴다. 9시가 되자 중국 각지에서 온 상인들이 하나 둘 센터 안으로 들어섰다. 경매 시작 전에 당일 출품된 꽃의 상태를 먼저 점검하기 위해서다.

   
경매장에 나갈 꽃들로 가득한 쿤밍 국제화훼경매센터 창고. ⓒ 모종혁 제공
“중국, 미국·EU와 함께 3대 화훼 시장”

시곗바늘이 10시를 가리키자, 본격적으로 경매가 시작되었다.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각양각색의 꽃을 가득 담은 트레일러가 숨 가쁘게 경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경매석에 앉은 수백 명의 상인은 전광판에 나타나는 가격을 보며 쉴 새 없이 탁자 위에 배치된 버튼을 눌러댔다. 경매는 밤 1시가 넘어서야 끝났고, 상인들은 새벽 4시까지 구매한 꽃을 다시 옮기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더우난 화훼 시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자생적으로 형성되었다. 이후 쿤밍 시 정부가 나서 1999년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했다. 전체 면적이 10만㎡, 하루 거래에 참여하는 상인 수는 3천~4천여 명에 달한다. 매일 거래되는 꽃은 5백만여 송이, 하루 평균 거래액은 6백만~7백만 위안(10억~12억원), 꽃의 품종은 3백종을 넘는다. 규모와 거래액은 중국에서 가장 크고 많다.

KIFA는 더우난에서도 꽃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이다. 2002년 12월 완공된 KIFA는 세계 최대 경매장인 네덜란드 알스메어 화훼경매센터와 합자로 세워졌다. 매일 밤 KIFA에서 거래되는 꽃은 2백만 송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종은 장미, 국화, 패랭이꽃이다. 장미는 윈난 성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이 여기에서 거래된다. KIFA 관계자는 “규모와 거래량에서 아시아 최대이고, 세계 2위이다. 경매에 참가한 상인 중에는 일본·한국·태국 등 아시아 각지에서 온 도매상이 적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 경매센터에서 거래된 꽃의 10%는 40여개 국가로 수출된다.

KIFA에서의 거래가 끝날 쯤인 새벽 3시, 시장 중앙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윈난 성 각지에서 몰려든 농민들이 가져온 꽃을 팔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때부터 저녁 6시까지 축구장 4배 크기만 한 야외 거래장은 소규모 재배농의 차지가 된다.

KIFA에 참가하는 판매상은 대형 화훼 생산회사나 일정한 규모를 갖춘 농민이 대다수이다. 이에 반해 거래장에서는 회원 등록만 하면 누구나 꽃 판매에 나설 수 있는데, 그 수가 무려 6만명을 넘는다. 아직 여명이 밝아 오기 전 거래장은 갓 따온 꽃다발을 담은 좌판에 옮기는 농민, 꼼꼼히 꽃 상태를 살펴보는 소매상, 먹거리를 파는 장사치로 북적거렸다.

더우난이 중국 최대 화훼 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윈난 성의 독특한 자연 기후 조건에서 비롯되었다. 윈난 성은 동남아 국가들과 맞붙어 있지만, 평균 해발은 1천5백m가 넘는다. 가장 높은 서북부 더친(德欽) 현의 메이리(梅里) 설산은 무려 6천7백40m에 달하고, 쿤밍만 하더라도 1천8백m가 넘는다. 평균 해발이 높다 보니 공기가 맑고 일조량이 많으며 일조 시간도 길다. 일교차가 크고 강수량이 풍부하다. 풍부한 자외선은 화훼의 품질 향상에 최적의 환경을 가져다준다. 이 때문에 윈난 성에만 무려 15만여 종의 식물이 번식하고 있고, 화훼는 2천5백종이 넘는다.

1996년 우리나라 기업 중 처음 윈난에 진출한 금호화웨는 이러한 윈난의 기후 조건에 주목했다. 쿤밍은 여름에는 30℃를 넘지 않고 겨울에도 영상의 따뜻한 기온을 유지한다. 원예 작물 재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김희석 금호화훼 이사는 “처음에는 한국과 다른 나라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들어왔다. 그런데 수년간 중국 내수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윈난에 투자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중국 내 화훼 시장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소비되는 꽃은 20억 송이가 넘고 재배 농가는 1백50만 가구에 달한다. 더우난보다 규모가 작은 화훼 시장이 전국 각지에 2천8백여 개나 있다. 2010년 현재 중국 전체 재배 면적은 91만7천6백ha, 총 매출액은 8백62억 위안(약 14조8천2백60억원)에 달했다. 대외 수출도 4억6천3백만 달러에, 수출 대상국은 50여 곳에 달한다. 리강 윈난화훼산업연합회 부회장은 “중국은 외적 규모와 거래액에서 이미 일본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급팽창하는 중국인의 소비력을 바탕으로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미국, EU와 더불어 세계 3대 화훼 시장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녹조로 물든 뎬츠를 가로지르는 배. 뎬츠는 중국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각한 호수이다. ⓒ 모종혁 제공
처리 시설 갖추지 않은 채 오수 배출

그렇다고 중국 화훼 산업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화훼 품종이 해외에서 수입한 것이라 막대한 로열티와 종묘비를 지불해야 한다. 현재 중국 화훼 기업과 농가는 장미 한 송이에 1마오(약 17.2원), 카네이션 한 송이에 6펀(약 10.3원)을 로열티로 내고 있다. 네덜란드산 백합 하나의 종묘비도 무려 3위안(약 5백16원)으로 판매가인 7위안(약 1천2백원)에서 다른 비용을 제외하면 이윤 폭은 극히 작다. 화훼는 품종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중국 화훼 기업은 당장 팔 수 있는 인기 품종에만 몰려 재배할 뿐, 신품종 연구·개발은 도외시하고 있다. 화훼 전문 인력도 2009년 15만명으로, 5년 전에 비해 겨우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단기간에 많은 꽃을 생산하기 위해 쏟아붓는 농약과 그 뒤처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딩젠화(丁建華) 녹색쿤밍협회 부회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100억 위안을 들여도 뎬츠의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 데는 수많은 화훼 농장이 무단으로 버리는 농약이 하나의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기업의 농장은 쿤밍 외곽으로 이전했지만 수많은 재배 농가가 여전히 뎬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처리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오수를 그대로 뎬츠로 흘려보낸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1인당 연간 화훼 소비량이 2송이에 불과하다. 일본 3백 송이, 미국 40송이에 비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며 외적에만 치우치는 성장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룰 수 있는지를 중국 화훼 산업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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