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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스파이 도시서 만난 남북한 특수요원

박진감 넘치는 류승완표 액션 <베를린>

이지선│영화평론가 ㅣ 승인 2013.01.29(Tue) 17: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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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영화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세계가 동서로 단절되어 있던 시절, 영화 속 세상에서는 스파이가 대활약을 펼쳤다. 음모와 배신이라는 드라마에 액션이 빠지지 않는 스파이의 세계는 매력적인 영화적 소재였다. 여전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이 땅에서 첩보영화는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액션 장르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해 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를린>은 그 필연을 받아 안은, 그야말로 정색하고 만든 첩보영화이다.

북한의 정권 교체기 베를린. 한때 도시를 걷는 이의 10명 중 6명은 스파이였다고 알려진 도시에서 남북한의 특수요원이 만난다. 현지 상주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가 불법 무기 거래 현장을 감시하던 중 북측의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과 마주친다. 국적도 지문도 조회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와의 조우 이후 정진수는    표종성의 뒤를 캐고, 표종성은 베를린 장악을 위해 북에서 파견된 동명수(류승범)의 음모에 휘말려 아내 련정희(전지현)를 의심한다.

   
베를린
   
이야기는 일견 복잡하다. 실패한 불법 무기 거래, 미국과 아랍, 이스라엘을 아우르는 첩보전 그리고 남북의 복잡한 정치 지형도가 버무려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베를린>은 전형적이다. 자신이 소속되었던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한 일급 비밀요원, 그리고 드러나는 음모. 의심과 회의 속에 생존을 이어가는 외로운 안티-히어로의 모습은 그동안 수많은 첩보영화가 그려온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은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그 안에는 1970~80년대를 주름잡은 첩보영화의 갈등 구조와 2000년대 이후 스파이의 전형을 새로이 구축한 <본> 시리즈의 스타일이 적절히 뒤섞여 있다.

그러나 <베를린>은 새롭다. 이국의 배경 위로 할리우드에서나 볼 법한 대규모 스케일에 더해진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아날로그 액션 장면들은 기대 이상의 박진감과 흥미를 자아낸다. 전형 안에 그대로 머무른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 묘사는 다소 빤하지만 깨알 같은 디테일과 리듬감 넘치는 편집,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설득력을 더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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