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뛰어넘는 롱런 캐릭터 만들 터”
  • 엄민우 (mw@sisapress.com)
  • 승인 2013.02.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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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매출 1조원 ‘뽀로로 아빠’ 김일호 오콘 대표

미국 월트디즈니 사의 ‘미키마우스’는 올해 나이 83세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지금쯤 손자를 대학에 보내고도 남았을 나이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키마우스는 아이들의 친구이다. 50년 전 아이들이나 지금의 아이들이나 모두 미키마우스를 좋아한다. 아버지와 아들 간 수십 년 세월의 간극이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 하나로 채워진다. 한국의 캐릭터는 어떤가? 아버지가 좋아하던 ‘똘이장군’은 더는 아이들의 친구가 아니다. 이것이 바로 ‘뽀로로 아빠’ 김일호 오콘 대표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연간 로열티 1백50억원, 누적 매출 1조원 등의 숫자가 늘 그를 따라다니지만, 숫자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목표를 생각하면 지금보다도 더 근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대표는 “지금까지의 10년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에는 ‘뽀로로’를 세대를 뛰어넘는 ‘롱런 캐릭터’로 만드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곱 살 때 뽀로로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지금 열일곱 살이 되었다. 10년 후면 아이를 낳을 때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가 열 살 된 뽀로로를 키우며 가장 크게 신경 쓰는 것은 지켜가야 할 것과 바꿔나가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김대표가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평범함’이라는 뽀로로의 정체성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김대표는 “뽀로로는 처음에 투자가 잘 안 되었다. 평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뽀로로는 다른 캐릭터들처럼 영웅이 아니라 실수투성이의 옆집 아이 같은 캐릭터이다. 스토리도 담백하다. 억지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면서도 유익한 평범함’이 엄마들에게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정체성은 지켜나가야 하지만, 시장 변화에 맞게 바꿔나가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뽀로로도 결국 뒤처지게 되리라는 것이 김대표의 생각이다. 김대표는 “뽀로로는 진보해야 한다. 기술과 콘텐츠 플랫폼에 맞게 뽀로로도 계속 변신해나가야 한다. 진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체성도 계속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가 영화를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결정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뽀로로 아빠 김일호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다. 김대표는 “영화는 캐릭터에 대한 인지도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또 산만한 아이들을 77분 동안 묶어두기 위한 스토리가 필요한 부분이라 쉽지 않지만, 뽀로로의 ‘탈(脫)장르’를 위해 꼭 필요한 도전”이라고 전했다. 현재 영화 관객 수는 평일은 2만명, 주말은 13만명 정도이다. 김대표는 “뽀로로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관객이 타깃이 되기 때문에 일반 영화만큼의 관객 수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완구 판매 등 다른 사업 분야와의 시너지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중국에서도 동시 개봉한다. 중국 국영기업 ACG도 30% 지분을 투자해 글로벌 수익 중 30%를 챙긴다. 중국 기업과의 합작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선택이었다. 김대표는 “중국의 문화 산업 보호 정책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공식 및 비공식적으로 층층이 막고 있어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다. 그래서 ‘너희 시장을 먹겠다’가 아니라 ‘한·중이 힘을 합쳐 세계로’를 내세운 접근법을 택했다”라고 전했다.

뽀로로가 창출해내는 경제적 효과는 5조7천억원, 브랜드 가치는 8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되면 대기업에서도 눈독을 들였을 법하다. 실제로 관심을 보이는 곳들도 있었다. 하지만 김대표는 모두 거절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대표는 “콘텐츠 산업은 창작자 중심의 소규모 중견 규모의 기업이 이끌어가고 대기업은 유통 등 시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대기업 논리는 ‘타 기업 성공의 모방’이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는 카피될 수 없다. 크리에이티브를 생산하는 집단과 이를 부가가치로 만드는 시스템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창의 산업은 획일적 시스템하에 들어가면 조기에 고사한다. 차라리 대기업에서 선순환 투자해서 그 몫을 가져간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투자자들과 상의해 상장 계획 세우겠다”

김대표는 기업 상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대표는 “우리 사업은 창작을 기반으로 판권 수익을 얻는 스튜디오 비즈니스와 돈 벌어다주는 역할을 해줄 오피셜 비즈니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판권 로열티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자회사를 만드는 등 노력하고 있다. 상장은 앞으로 3~4년 후 투자자들과 생각해볼 예정인데, 빠르면 올 결산이 끝나면 전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뽀로로가 인기를 끌면서 여기저기에서 뽀로로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반창고에도 뽀로로 얼굴이 그려져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되자 판권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 김대표는 길을 가다가도 무단으로 사용되는 뽀로로를 마주치곤 한다. 하지만 김대표는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김대표는 “선진국도 캐릭터 무단 사용으로 인한 누수율이 15~20%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콘텐츠 시장 분배의 공평성이다. 창작자들이 작품 자체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하는데 유통 구조에서 차 떼고 포 떼고 하면…. 카카오톡이 왜 떴겠나? 나는 이 카카오가 콘텐츠 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본다. 콘텐츠로 성공한 스타들이 나와야 좋은 인재들도 동기 부여를 받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존 유통 매체들도 이제 상생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뽀로로와 미키마우스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동물 친구들이 여러 명 있다는 것이다. 미키마우스의 친구인 도널드덕과 구피는 독립적으로 한 캐릭터로서 활동할 정도로 미키마우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뽀로로의 친구들도 부끄럼쟁이(루피), 똑똑박사(에디) 등 각자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김대표는 뽀로로의 친구들도 스타로 만들어줄 계획이다. 김대표는 “이미 <똑똑박사 에디>라고 에디를 주인공으로 한 TV 콘텐츠가 나오는 등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전체 시장 파이도 키워가는 효과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뽀로로 아빠 김대표는 뽀로로와 그 친구들을 돌보는 데에만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크리에이티브 조직의 속성상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다. 디즈니 역시 미키마우스에 이어 곰돌이 푸우도 만들어 그 친구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뽀로로 동생 볼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김대표는 “창작자 집단은 늘 새로운 것을 하려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 조직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다양한 캐릭터는 물론 다양한 장르에도 도전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크리에이티브 회사는 당연히 그래야 하고 그러한 와중에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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