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2등이었으면 좋겠어요”
  • 정덕현│문화평론가 ()
  • 승인 2013.03.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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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서수민 PD 인터뷰

ⓒ KBS 제공
요즘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고민은 늘 많았지만 올 들어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예전의 <개콘>이 아니다 보니 기대감이 너무 높아졌다. 뭘 해도 봤던 것 같다고 한다. ‘비대위’ ‘애정남’ ‘사마귀유치원’ 등등 2012년 초반에 너무 센 것들을 한꺼번에 했다. 그 이후에는 어떤 이야기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넘어설 수 있으리라 본다. 가장 큰 고민은, 책임감이 생기면서 소재가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코미디니까 용인된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회적인 책임까지 따진다. 즉 외모 지상주의나 뚱뚱한 사람 이야기, 못사는 사람 이야기, 정치 이야기 뭐든 다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어떤 한 사람의 상처까지 아울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 그렇다 보니 개그맨 스스로도 이제 뭘 건드릴까 그런 고민을 한다. 요즘은 그냥 콩트하자, 기본으로 가자고 말한다. 사실 시청률 전체 1위가 주는 압박감도 있다. 때로는 1위를 내려놓고 싶다. 그래야 다시 1위를 할 수 있으니까. 역시 코미디는 2인자 자리에서 올려다보며 해야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높아진 개그맨들의 위상이 부담되지는 않나?

대견하지만 부담도 된다. 이제 다른 방송에서 버라이어티를 굳이 하지 않고 개그만 해도 수입이 되는 상황이다. 캐릭터 사업도 하고 음원 사업도 하는데 그런 것도 관리가 필요하다. 사실 예전에는 개그맨이 이런 걸 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했다. 행사도 마음껏 할 수 없었다. 개그맨이 숨통이 트여 살기는 편해졌는데, <개콘> 내에서는 관리 감독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또 요즘은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 여러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을 서로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개콘>을 등한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하는데, 다행히도 우리 개그맨들이 <개콘>을 제일 우선시하며, 이게 있어야 다른 것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개그맨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내가 개그에 대한 감이 없어서다. 자꾸 개그맨에게 물어보고 말을 많이 시켜본다. 정태호씨는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데 익숙한데 자꾸 물어보니까 힘들다”라고. 그런데 그것이 개그맨에게는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토론과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버라이어티에서는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허경환씨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툭 치며 “이게 다 감독님 덕분”이라고 하더라.(웃음)

차세대 개그맨 중 유망주가 있다면.

25기 김기리씨는 이미 자리를 잘 잡고 있다. 메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문재씨도 꽤 연기가 잘 되는 친구이다. 송영길씨는 사실 얼굴에 묻혀 있었는데 의외로 아이디어가 많고 연기력도 좋아지고 있다. 25기, 26기가 좀 더 전면에 나와야 한다. 기존에 중심을 맡았던 22기, 23기와 잘 연결해서 하면 될 것 같다. ‘네 가지’나 ‘용감한 녀석들’에 묶여 있던 22기를 풀어서 그 힘을 새로운 차세대 주자와 엮어서 새 코너를 키우려고 한다.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고민이 많지만 그래도 결국은 웃기자는 것이다. 물론 차 떼고 포 떼야 할 것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런 고민은 내가 하면 되고, 개그맨들은 가질 필요가 없다. 그들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면 안 되니까. 다행스러운 것은 개그맨이 그런 고민에 과하게 빠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시청률 1위는 욕도 많이 먹지만 관심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너무 심각하기보다는 웃기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그것이 초심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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