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할 것 없어 편한 우리 옷이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3.12 15: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취임식 이후 한복 관심 늘어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입은 모습이 화제다. 지난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예복으로 한복을 입은 모습에 많은 이가 찬사를 보냈다. 한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취임식 날 입었던 붉은색 계열의 한복에 대해 문의가 많았다.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한복을 입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세계 각국 인사를 초청한 자리에서 전통 복식을 갖춰 입은 것에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 한복업계의 목소리였다.

여성들이 대통령 패션 따라 하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대통령의 한복을 제작한 전통한복 김영석에서 발표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처럼 저렴하면서 품위 있는’ 한복을 찾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우리가 그동안 전통 복식 문화를 홀대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거리에서 한복 입은 모습을 보기 힘들고, 집안의 큰 행사가 아니고는 입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장롱 속에서도 찬밥 신세다. 이사하면서 버리거나 장롱이 비좁아 한복은 보자기 등에 싸여 어딘가에 처박혀 있기 십상이다.

지난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을 마친 뒤 한복 차림으로 식후 행사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최근 고미술품 경매사 아이옥션 전시장에 전시된 1960년대 초 박근혜 대통령의 10대 시절 가족사진. (위부터)ⓒ 사진 공동취재단, ⓒ 사진 공동취재단, ⓒ 시사저널 이종현
한국에선 ‘장롱 신세’인데 외국인에겐 ‘아트’

한국인에서는 ‘장롱’ 신세인데 외국인에게는 예술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한복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유명 큐레이터 버니스 스테인바움 기획으로 열린 ‘아트 마이애미’ 오프닝 아트쇼에서 한복 패션쇼가 선보였다. 해외 유명 화상, 컬렉터, 작가가 참가하는 아트페어의 개막 행사가 이례적으로 이혜순 디자이너의 한복 패션쇼였다. 당시 ‘패션도 아트다’라는 제목으로 한복쇼를 진행한 이 디자이너는 뜻밖에도 서울의 한 호텔 뷔페식당에서 한복 차림이라고 출입 금지를 당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이씨는 마이애미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버니스 스테인바움에게서 영감을 얻은 그는 한복 디자인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했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에 시대적인 배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형태를 바꾸거나 일상복에 한복의 아이템을 얹는 일에 골몰했다. 하지만 한복을 본 일도 드물고 입어본 경험도 적은 사람들에게 형태만 바꿔 눈을 현혹시킬 게 아니라 한복이 이런 옷이라고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을 지켜본 사람 중에는 앞으로 대통령이 한복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자주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되면 한복을 일상에 다시 끌어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복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복 입은 모습을 많이 본다고 해서 한복 문화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 한복에 관심을 갖고 입는 경험을 자주 해야 우리 복식 문화로서 제대로 대접받을 것이다. 그런 것을 아는 듯 대통령이 몸소 한복을 차려 입고 불편해하지도 어색해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였으니 한복 업계가 일제히 환호를 보낸 것 이다. 이혜순 디자이너는 “아이에게 부모가 입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거나 직접 입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덜 어색해하고 덜 불편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고미술품 경매사 아이옥션 전시장에서 1960년대 초 청와대에서 촬영된 박근혜 대통령의 10대 시절 가족사진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경매에 나온 박 대통령 가족사진에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 동생 근영씨가 함께 한복을 입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 입은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한복을 보고 입고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