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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스로 문제 깨닫고 개선하도록 도와야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 이제는 변해야 한다

이승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ㅣ 승인 2013.03.27(Wed) 13: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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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가 ‘학교폭력이 예전보다 심각해졌느냐’는 것이다. 우리들의 학창 시절에도 분명 학교폭력이 있었는데 최근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인 것처럼 부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를 떠올려보면 내 학창 시절에도 학교폭력은 있었다.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가 늘 한두 명은 있었던 것 같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 그 누구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 관련 기관까지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학교폭력의 가해 행위 방식이나 피해를 느끼는 강도가 달라진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폭력에 대한 인식이 둔감해져 가해 행위를 가볍게 생각하는 반면, 피해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피해를 지나치게 심각히 받아들이고 자살·보복 등 극단적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학생 개인의 문제로만 봐야 할 것인가. 요즘 학교폭력에서 가해 행위를 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학교폭력을 할 수밖에 없는 원인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가정에서 부모의 무관심과 가정폭력 피해 경험, 학교에서의 부적응,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 미디어·인터넷에서의 과도한 폭력 장면 등 가정·학교·사회의 문제들이 학교폭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 2012년 6월18일 학교폭력·왕따·자살 예방 선포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강력한 처벌이 만능 해결책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를 학생 혼자서 감당하라고 하니 학교폭력이 점점 더 해결될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지는 것이다. 최근 10여 년간 나온 정부 대책들을 보면 과연 이게 학교폭력 대책일까 의심이 들 정도로 무리한 전시 행정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경찰 인력 증원, 전문 상담교사 배치 인력 증원, CCTV 화소 및 설치 대수 확대,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일진경보제, 교원 징계 및 가산점 제도, 가해 학생 처벌 등이다. 모두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정책들이 대부분 단순히 예산만 증원하면 해결할 수 있거나 특정 집단을 처벌하면 된다는 식이어서 근본적인 예방책으로는 미흡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경찰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신고 체계를 가지고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줄 인력이 더 절실하다. 배움터지킴이는 상시적으로 학교에서 현장 감독을 하는 인력으로 배치됐으나 대부분 경비원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스쿨폴리스 역시 지역 단위로 배치되긴 했으나 여러 학교를 관할하다 보니 정작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 상담교사 역시 증원되고 있긴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늘리다 보니 상담 기술 및 능력 등 전문성에 대한 검증 없이 1년 계약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CCTV 화소를 100만 화소로 늘리거나 설치 대수를 늘린다고 해서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전국 학교에 설치된 CCTV는 10만1177대이고 이는 전체 학교의 97.5%에 해당한다. 각 학교에 20여 개의 CCTV가 있지만 학교 안팎의 모든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CCTV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인력이 없다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온 학교에 경찰을 투입해 일진을 소탕하는 일진경보제는 학교폭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신고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학교가 일진 학교로 낙인찍힐 수 있고, 학교가 학교폭력을 더욱 은폐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생활기록부 기재 역시 기재 여부를 놓고 학부모와 학교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학교가 이러한 논쟁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학교폭력 사실을 은폐하거나 가볍게 처리하도록 만든다.

가장 문제가 크다고 생각되는 것이 바로 가해 학생에 대한 강력 처벌이다. 최근 언론 보도나 일반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강력한 처벌이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이 법 감정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장차 그 사람을 교정하고 개선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형량이 높으니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고 인식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가정 내 문제나 학교 적응 실패 등에 의해 학교폭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 개인의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처벌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교원에 대한 징계나 가산점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학생 문제를 살펴볼 여유가 없는 교육 시스템에서 교사에게 징계나 가산점을 부여하면 교사는 부담만 떠안을 뿐 학교폭력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예방센터’가 2012년 12월12일 학교폭력 예방 기능이 담긴 앱 ‘학교폭력 멈춰’ 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정·학교·사회의 공동 책임 의식 중요

정부가 학교 현장 문제를 현실적으로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하고 책임지는 대안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예방 교육은 교육 시간과 숫자를 채우기 위해 하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상담 전문가가 수시적인 상담과 상황극을 통해 내 옆에 있는 친구의 문제가 바로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가 100% 없는 국가는 없다. 외국의 경우에도 항상 학교폭력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학교폭력 대처 방법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학교폭력 문제를 학생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는 예방 교육이 주를 이루고,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가정·학교·사회의 공동 책임 의식이 강하다.

미국은 학교폭력에 대해 강력한 무관용 정책을 펼치면서도 가정·학교·사회의 공동 책임과 유기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조정자 훈련을 받은 또래 학생이 학교 내 친구들 사이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또래 조정’ 등 자율적인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는 2006년부터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방관자가 피해자를 돕도록 교육하는 ‘끼바 꼬울루(Kiva Koulu)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학생 스스로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폭력 상황을 보면 반사적으로 ‘STOP’을 외치고 학급회의를 개최해 문제를 풀어가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학생 스스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나가는 것으로, 학교폭력 해결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도 이제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이나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가정·학교·사회 전체가 학교폭력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야만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학교폭력 해결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어야 한다. 학생이 그들의 시각에서 스스로 학교폭력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는 그 방향을 제대로 잡아나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관심과 사랑으로 학생의 작은 일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면서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교사가 학생과 함께 머리를 맞대 대화하고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 인성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는 학교폭력을 학생 개인에 대한 처벌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학생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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