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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의 꿈 안고 왔다 눈물 머금고 주저앉는다

로스쿨, 대부분 적자에 허덕…변호사 시험 재수생 갈수록 늘어

반도헌 객원기자 ㅣ | 승인 2013.05.07(Tue) 1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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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6일 ‘2013년도 제2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험이다. 이 시험에 합격해야만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로스쿨 3년 과정을 똑같이 수학했지만 합격자만 웃을 수 있다.

하지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닥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출범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 로스쿨 유치에 앞장섰던 전국 25개 대학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상당수 로스쿨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 일러스트 배중열
학업 포기하는 로스쿨 자퇴생 급증

지난 3월19일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공개한 ‘로스쿨 13개 대학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건국대·경북대·서울대·이화여대·충북대 등 5곳의 로스쿨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총 2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전남대와 전북대 2곳뿐이다. 강원대·부산대·인하대 등 6개 대학은 총 수입액과 지출액이 정확히 일치해 제출된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남겼다.

25개 대학 가운데 12개 대학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점을 감안하면, 로스쿨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로스쿨이 능력 있는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인건비와 관리비 지출을 감수한 반면, 발전기금 유치와 연구 프로젝트 수주 등 재원 마련은 쉽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학업을 포기하는 자퇴생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로스쿨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법학전문대학원별 자퇴생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로스쿨 자퇴생 수는 입학자의 3.9%인 310명이다.

부산대가 25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대·전남대가 각 20명, 연세대 18명, 충남대 16명 순이다. 지금까지는 입학 정원 미달, 자퇴 등의 이유로 결원이 생기면 입학 정원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다음 학년 신입생을 더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4학년부터는 신입생으로 결원을 보충할 수 없다. 자퇴로 인한 결원은 결국 재정 악화를 부른다는 점에서 로스쿨로서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한 셈이다.

상위권 대학 로스쿨로 가거나 다른 직업을 찾아 자퇴하는 학생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 로스쿨에 다시 들어간 이 아무개씨는 “학비가 저렴해 지방 국립대를 선택했지만 원하는 대형 로펌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최상위권 로스쿨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재입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시험은 로스쿨 졸업생에게 놓인 첫 번째 관문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다. 지난해 치러진 1회 시험 시행에 앞서 로스쿨 학생들이 집단 자퇴 선언을 하는 등 반발했지만, 합격률은 그대로 유지됐다. 매년 새로 배출되는 졸업생의 4분의 1은 탈락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응시자 대비 합격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치러진 2회 변호사 시험의 응시 원서 제출자는 2095명으로 1회 시험의 1698명보다 397명이나 늘어났다. 해가 갈수록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변호사가 되지 못하는 변호사 시험 재수생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일본의 경우 74개 로스쿨에 정원이 5700여 명에 이른다. 로스쿨 졸업생이 누적되면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25%대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로스쿨 지원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로스쿨은 재정적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김성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 회장은 “단순히 합격률을 얼마만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설립 취지에 맞게 일정한 교육 과정을 거치면 이를 입증하는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로스쿨들은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지방대의 처지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로스쿨의 경우 법조인 양성을 위한 교육보다는 시험 합격을 위한 입시학원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많은 로스쿨이 방학을 이용해 변호사 시험을 위한 특강을 하고,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특별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4월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법학전문대학원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로스쿨 1기 검사 85.7%는 SKY 출신

로스쿨 졸업생이 변호사 시험이라는 1차 관문을 넘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더라도 취업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1기 졸업생을 배출한 로스쿨 취업률은 81.7%로 일반 대졸자 취업률 59.5%에 비해 높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은 자리가 한정돼 있다.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한 변호사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국가 기관과 대형 로펌의 경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른바 SKY 출신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편중이 심하다. 지방대 로스쿨에는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변호사 시험 성적은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공개가 금지돼 있다. 학교 성적은 학교마다 편차가 크다. 그런 탓에 선발하는 입장에서 세울 만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사법연수원 성적에 의해 선발되는 사법시험 출신들과 다르다.

법무부는 대학 간 학력 편차에 관한 오해를 유발해 공정한 검사 선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로스쿨 출신 검사의 출신 대학을 공개하지 않는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조사한 결과 2012년 법무부가 임용한 로스쿨 1기 검사 42명 중 85.7%인 36명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시험 출신으로 검사를 임용했던 과거에 비해 학교 편차가 심해졌다. 2010~13년 신규 임용된 사법시험 출신 검사의 65.5%가 이들 세 학교 학부 출신이었다. 주요 대형 로펌의 SKY 선호 경향도 뚜렷하다. 이들 로펌이 채용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81%가 이 학교 로스쿨 출신이었다. 반면 지방대 로스쿨 출신은 4%에 불과했다. 국내 25개 로스쿨 중 14개 학교는 졸업생 중 취업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취업 양극화는 단독 개업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6개월 동안의 실무 실습 단계에서부터 표출된다. 잘나가는 법무법인과 변호사사무소에는 실무 실습을 하려는 변호사가 몰린다. 법무법인이나 개인 변호사사무소에서 실무 실습을 하는 경우는 행복하다. 법무법인은 원칙적으로 대가를 주지 않아도 되지만 대부분 월급 개념의 일정액을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 사무소 가운데는 로스쿨 졸업생을 쓸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실비만 주기 어렵고 대우를 소홀히 하다가 소문이 퍼지면 안 한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실무 실습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과 개인 변호사사무소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이들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일괄적으로 주관하는 실무 실습을 이수하게 되는데, 이 경우 거꾸로 자비를 들여야 한다. 변호사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 지방대 로스쿨 졸업생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실무 실습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로스쿨 교수의 추천을 받거나 개인 인맥을 동원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취업 양극화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인해 변호사가 양산되면 취업 양극화는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이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변호사를 늘려 법률 서비스의 다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변호사들의 경쟁이 변호사 시장 문턱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경쟁 당사자인 로스쿨 졸업생에게는 힘겨운 현실일 뿐이다. 로스쿨 졸업생은 3년 과정 동안 국립대 3000만원 이상, 사립대 7000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투자해야 한다.

변호사 시험과 실무 수습으로 이어지는 기회비용도 상당하다. 투자한 것을 생각하면 수입 감소와 심화된 경쟁을 동반하는 법률 서비스의 다변화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은 7급 공무원으로 변호사를 뽑겠다는 채용 공고를 냈던 부산시에 대한 일부 로스쿨 재학생 및 졸업생의 반발로 나타났다. 이들은 변호사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지원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지원한 사람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로스쿨 출신들의 현실과 일반인과의 인식 차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로스쿨 재학·졸업생 예비시험 도입 추진

로스쿨과 로스쿨 재학생·졸업생에게 예비시험 도입 추진은 큰 위협이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은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필요한가?’라는 세미나를 주최하며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상반기 중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사법시험이 완전히 폐지되더라도 예비시험을 통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게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예비시험 도입에 찬성하는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로스쿨은 도입 5년 만에 위기에 처했다. 눈앞에 닥친 재정적 어려움, 졸업생들의 취업 양극화 등의 문제에 예비시험까지 도입된다면 로스쿨의 앞날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예비시험제 도입은 사설 학원만 좋은 일” 
김성주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회장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는 25개 로스쿨 재학생들을 대표하는 자치 기구다. 김성주 학생협의회장에게, 당면한 로스쿨의 위기와 예비시험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연합뉴스
예비시험제도 도입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핵심 논거는 서민과 사회 취약 계층이 로스쿨에 들어갈 수 없으니 통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사실 왜곡이다. 이미 로스쿨 특별전형을 통해 지난 5년 동안 489명이 예비 법조인으로 공부하거나 법조계에 진출했다.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도입된다고 해도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사설 학원이 가장 기민하게 움직일 것이고, 수험생들은 사교육에 기댈 것이다. 결국 사법고시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이 그대로 나타나고, 사교육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 계층은 법조계 진출이 어려울 것이다.

상당수 기존 법조인은 예비시험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기존에 있었던 법조인 선발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지난 예비시험 찬반 토론회를 보더라도 찬성하는 쪽에서는 예비시험의 당위성보다는 오히려 예비시험도 문제가 있으니 사법고시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했다.

로스쿨 특별전형이 서민·취약 계층의 법조계 진출을 충분히 소화한다고 보는가?

학교마다 다르지만 평균 6~8% 정도다. 기회 균등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 곤란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재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도 확대돼야 한다. 단, 특별전형에 대한 선발 기준은 좀 더 엄격하고 투명하게 추진되는 것이 옳다.

취업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취업박람회를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진 결과로 해석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로스쿨 도입 취지 중 하나가 다양한 분야에 법률 전문가를 진출시키는 것이다. 취업박람회도 다양한 진출 분야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학생들도 학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여러 길을 모색할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다. 참고로 지난해 변호사가 된 1기 졸업생들은 거의 취업을 했다.

부산시 7급 공무원 채용 공고에 대한 반발 사례를 보면 로스쿨 출신이 느끼는 박탈감이 큰 것 같은데….

학생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전문 자격을 갖추고 석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 인력을 기존에 있던 공무원 채용 시스템보다 낮춰서 선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로스쿨 도입 취지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들어가는 것이고, 당장의 채용 조건보다는 전문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취업하는 것까지 막을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로스쿨 졸업생의 서울과 수도권 지역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방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가입을 2년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취지는 맞지만, 수단이 문제다. 지방 법조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조인이 법조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각 지역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해결 과제다. 거주 이전·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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