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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웃기고 재밌지 듣기만 해선 ‘알랑가 몰라’

싸이·조용필 성공은 뮤직비디오의 힘

김봉현│대중음악 평론가 ㅣ | 승인 2013.05.07(Tue) 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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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새 앨범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컴백 소식만을 듣고 존경할 준비를 마친 것처럼 사람들은 그의 열아홉 번째 앨범에 경배를 표시하고 있다. 핵심은 그가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젊고 세련되며 유행을 앞서가는 음악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물론 필자는 이것이 과도한 호들갑이자 뒷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조용필은 늘 그래왔고, 그저 나이 먹은 트로트 가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과는 별개로 조용필이 이번 앨범에 요즘 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을 담은 것은 맞다. 이러한 판단은 <헬로>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헬로>의 뮤직비디오에 조용필은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등장하는 것은 혼혈 남성 모델과 백인 여성 배우다. 여성을 향한 남성의 마음을 재기발랄한 연출로 표현하는 이 영상을 소리를 끄고 본다면 모니터 속에서 도무지 조용필의 흔적을 끄집어낼 재간이 없다. 뮤직비디오 <헬로>는 조용필의 나이를 지워버렸다.

싸이의 이야기를 해보자.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이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추측하건대 아마도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싸이의 성공은 뮤직비디오 속에 비친 코미디와 안무 그리고 자신의 캐릭터에 적어도 절반 이상은 빚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물론 ‘보는 음악’ 혹은 ‘음악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중요도’ 같은 개념을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논하는 것처럼 말할 생각은 없다. 어쩌면 이미 낡은 주제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마돈나와 마이클잭슨 같은 슈퍼스타의 성공에 1980년대 초반 개국한 MTV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식의 이야기를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들어왔다. 또 조성모로 촉발(?)된 드라마 타입의 대형 뮤직비디오가 유행했던 시절이 살짝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오늘날 벌어지는 ‘음악의 시각화’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복합적이며 물량 공세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상당 부분 변화한 매체 환경에 기대고 있다. 예컨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조합이 없었다면 그토록 빠른 확산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광역 인터넷 서비스의 보편화와 전 세계에 국경 없는 서비스가 가능한 유튜브라는 플랫홈, 저작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공짜로 볼 수 있게 무료로 공개한 싸이의 선택이 ‘보는 음악 시대’의 폭발에 한몫했다.

   
조용필 뮤직비디오 <헬로> 한 장면. ⓒ 룸펜스 제공
힙합은 영상 시대 앞서나가는 음악

이처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가 확산시키는 매체 환경에 ‘영상 제작의 경제적·기술적 용이함’이 더해졌다. 경우에 따라 차이는 좀 있겠지만 영상 장비의 낮아지는 단가와 보편화된 보급, 쉬워지는 사용 방식은 급기야 아이폰만으로도 단편영화 정도는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눈여겨볼 만한 것은 ‘바인(Vine)’이라는 어플리케이션(앱)의 출현이다. 트위터가 텍스트를 공유하는 SNS였다면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공유하는 SNS다. 그런데 이제는 영상의 공유가 주가 되는 SNS까지 등장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뮤직비디오의 경우 큰돈을 쓰거나 대규모 제작 인원을 동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1인 작가 혹은 소규모 영상 제작팀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 주목해야 할 흐름이다. 앞서 언급한 <헬로>의 뮤직비디오 역시 ‘룸펜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최용석의 작품이다.

‘음악의 시각화’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장르를 들라면 아무래도 힙합이다. 미국의 힙합 씬은 물론 한국의 힙합 씬을 보더라도 제이 팩토리(Jay Factory), 신(SIN), 알몬드(ALMOND), 에치포르테(EtchForte) 등 독립 영상작가(팀)가 활발히 활동 중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움직임이 앞서 설명한 보편적인 환경 변화에 힙합의 음악적·문화적 고유 맥락이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레이블마다 자신의 인터넷 영상 채널을 경쟁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모습은 힙합 특유의 ‘크루’ 문화의 반영처럼 보이고, 무대 뒤 모습이나 라이브 현장의 생생함을 날것 그대로 제공하는 것도 힙합의 기질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힙합의 믹스테이프 문화, 무료 싱글 공개 관행, 리믹스와 프리스타일 랩의 일상화 등은 힙합음악과 영상의 결합을 더욱 빈번하고 끈끈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힙합처럼 모든 음악(과 비음악)을 ‘최대한 영상으로 활용하는’ 장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어쩌면 힙합은 영상 시대를 가장 앞서나가는 음악이다.

얼마 전부터 빌보드가 유튜브 비디오 스트리밍 조회 수를 반영하기 시작할 만큼 이제 음악과 영상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아니, 실은 그 수준을 넘어 이미 영상이 주도권을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는 음악’의 시대는 앞으로 또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시대에 ‘음악’은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이며 존재일까. 고민은 계속된다.


“여러 매체 통해 유쾌한 반항 즐긴다” 
시각 퍼포먼스 아티스트 룸펜스

   
ⓒ YPC 제공
2011년 1월 소년들의 ‘전설’ 속에서만 존재하던 국회의사당의 돔이 열리고 마침내 로봇태권V가 출동했다. ‘태권V 프로젝트’. 2013년 4월 조용필의 떠들썩한 귀환에는 그의 뮤직비디오도 한몫했다. 누나를 사랑하는 소년의 두근거림을 다룬 <헬로>는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작품을 만든 이는 룸펜스(본명 최용석).

룸펜스는 시각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비디오를 활용한 설치미술도 하고,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의류 디자인도 하고,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중 대중음악 뮤직비디오는 대중과 만날 기회가 많아서 그를 더 널리 알리는 수단이다.

화제가 된 <헬로>에 대해 그는 “어릴 때 어머니가 조용필의 팬이었다. 경주에서 우연히 만나 사진을 같이 찍은 적도 있다”고 인연을 전했다. 그는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조용필에 대한 추억이나 감성을 나타내고 싶었다. 어린 시절 나는 첫사랑을 떠올리며 방에서 혼자 록음악을 틀어놓고 록스타가 된 양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멋진 포즈를 취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뮤직비디오 콘셉트는 모두의 추억을 건드리며 또 어린 친구에게는 세련돼 보이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 작업이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상상해오던 것을 구현하는 부분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그는 “내 본업은 그냥, 움직이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작업물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흥미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케팅 요소로만 접근하는 뮤직비디오 제작 의뢰’는 거절한다는 그는,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음악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뮤지션이 원하는 이미지(음악뿐만 아니라 그 뮤지션 자체가 바라는)와 처음 노래를 접했을 때 드는 이미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가끔 그 첫인상이 일반적인 감성이 아닐 때가 있어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아직까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 고민할 만큼 성숙한 자아를 갖진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작업에 임할 때 공통되게 생각하는 것은 기존 매체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쾌한 반항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의 메일 아이디는 ‘strut’다. 고교 시절 활동하던 댄스 동아리 이름이라고 한다. “그때는 ‘건들건들, 자신감 있게 걷다’라는 뜻의 strut가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웃음)는 그는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장편 영화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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