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공무원연금 좌절’ 비화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5.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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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 1월30일 아침.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회의장 입구에서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박명재 행정자치부장관이 목소리를 높여 설전을 벌였다. 박 장관이 화가 난 듯 큰소리로 따지자, 유 장관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맞섰다. 국무위원들이 청와대에서 말싸움을 하는 일은 이례적이라 차를 마시며 환담 중이던 다른 국무위원들은 긴장한 채 이들을 지켜봤다.

이날 두 장관이 언쟁을 벌인 이유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당시 유 전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국회 통과를 강하게 추진 중이었다. 공무원연금 역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반면 박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장관이 유 전 장관에게 따진 것은 ‘왜 행자부 소관 일을 복지부에서 문제 삼느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은 5월1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무회의 시작 전에 한바탕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장관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 부총리가 없던 사회문화 장관회의는 복지부장관인 자신이 주재했다고 한다.

유 장관은 “당시 국민연금 개혁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회의를 통해 꾸준히 보고했는데,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한 번도 보고가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행자부 차관에게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보고해달라’고 했는데도 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보고하기 어려우면 언제까지 준비가 되겠느냐’고 닦달을 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국무회의를 앞두고 박 장관과 언쟁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주무 장관은 난데 왜 소관도 아니면서 함부로 그러느냐”며 언성을 높이자, 유 장관이 “난 국무위원이고 또 사회문화 장관회의 의장이다. 당연히 소관 업무 중 하나다. 그 얘기를 왜 못 하느냐”고 되받아치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변모를 거듭했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된 적은 없었다. 2000년 연금 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놓였는데도 공무원 비용 부담률은 1% 상향되는 데 그쳤다. 

참여정부 들어 연금 개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복지부가 관장하는 국민연금과 행자부가 관장하는 공무원연금이 그 대상이었다. 특히 공무원연금의 경우 양 부처 수장이 다른 국무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말다툼을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연금 수혜자인 공무원 스스로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여야 하는 일이다 보니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공직 사회를 적으로 만들기 싫은 정치권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앞장서기를 꺼렸다. 결국 참여정부도 군불만 지피다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소폭 개편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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