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탐욕의 발톱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5.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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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검색 점유율 앞세워 문어발 확장…공정위 조사 주목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국내 포털 사이트 1위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밝히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공정위는 5월13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NHN 사옥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시장감시국 서비스감시과 직원 10여 명을 투입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인터넷 벤처 및 중소 콘텐츠 사업자와의 거래에서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했는지,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지를 조사한다. NHN이 27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공정위의 네이버 조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정위는 판도라TV 등 동영상 서비스업체들의 제소로 2007년 NHN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008년 5월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자회사를 편법 지원했다는 이유로 2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NHN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서울고등법원은 “포털 전체 매출이 아니라 동영상과 관련된 매출 기준으로 시장 지배력을 판단해야 한다”며 “네이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현재 이 사안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업계 제소로 인한 단발성 조사가 아닌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인 만큼 기간이 길고 강도도 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네이버 손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형 포털 사이트를 휘어잡기 위한 기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며 “창조경제가 최우선 국정 과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인터넷 독점으로 문제가 된 네이버는 ‘좋은 먹잇감’인 셈”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네이버에 다시 칼을 빼든 것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독과점 논란 때문이다. 그동안 중소 인터넷업체들은 네이버가 인터넷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악용해 부동산, 가격 비교, 장르소설 등 ‘인터넷 골목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네이버가 진출하는 분야마다 기존 업체들이 설 땅을 잃어 그 피해가 상당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된 분야가 바로 부동산 중개 서비스다. 네이버는 2006년부터 부동산114·부동산1번지·부동산써브 등 중소업체들을 포탈에 입점시켜 자릿세를 받아오다가 2009년 독자적으로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했다. 허위 매물 정보를 잡아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결과는 부동산 정보업자들의 줄도산으로 나타났다. 기존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매출은 80% 이상 급감했고, 직원들은 부동산 광고 대행업체로 대거 이동했다.

“돈 되는 시장은 어디라도 진출한다”

네이버가 부동산 광고 시장을 독식하게 되면서 부동산중개업자들 역시 희생양이 됐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광고비를 너무 비싸게 받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자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부동산 매물 화면의 상단에 노출되는 프리미엄 회원비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다. 실제로 인천 부평구의 한 822세대 아파트는 2010년 88만원(6개월)이던 프리미엄 회원비가 2013년에는 192만원(6개월)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과거 부동산 정보업체의 경우 1년 동안 자유롭게 매물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서비스 이용비가 20만원대에 불과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중개사무소는 전국에 1만6563곳에 이른다. 부동산 경기 불황에 이어 치솟는 광고비까지, 영세한 중개업소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10년째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조 아무개씨는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에 대해 “워낙 많은 사람이 네이버를 이용하니까 아무리 비싸져도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네이버에 프리미엄 회원비로 6개월마다 120만원씩 내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전 아무개씨 또한 “경기가 어려워서 광고비 부담이 엄청나다”면서도 “중개업소 역시 네이버를 이용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남들이 다 하니까 (광고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돈이 되는 시장이라면 어디라도 진출한다.” 한 웹소설 업체 관계자의 네이버에 대한 평이다. 지난 1월15일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인터넷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장르소설 분야에 네이버가 뛰어든 것을 두고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장르소설 사이트 1위인 조아라닷컴 관계자는 네이버의 모습이 유통 대기업의 횡포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네이버가 무료로 소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대형 마트가 값싼 치킨을 나눠주고 손님을 끌어모으는 행태와 비슷하다”며 “대형 마트가 이벤트로 내놓은 치킨 때문에 영세한 치킨가게가 전멸하듯 웹소설에만 주력하는 업체들도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연 12억원 규모이던 매출이 지난해 40억원으로 뛰면서 이제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큰 복병을 만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존 웹소설 업체에서 네이버로 이동한 작가의 수가 아직 많은 편은 아니다. 5월 현재까지 네이버 웹소설이 흡수한 간판급 작가의 수는 30여 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색력’을 쥐고 있는 네이버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이는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경기라는 것이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검색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를 우선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검색어뿐만 아니라 자금력, 마케팅력에서도 거대 기업인 네이버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 업체들이 시장을 개척한 분야에 (네이버가)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네이버 가격 비교 서비스인 지식쇼핑 또한 대표적인 인터넷 골목상권 침해 사례로 꼽힌다. 네이버가 지식쇼핑을 시작했을 때는 10여 곳에 이르던 가격 비교 사이트가 대부분 도산해 지금은 다나와 등 불과 2~3곳만 남아 있다. 웹 사이트 분석평가업체인 랭키닷컴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인터넷 쇼핑몰 방문자 가운데 네이버의 지식쇼핑을 통한 이용자 비중이 30%를 넘었다.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 10명 중 3명은 네이버 지식쇼핑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가 인터넷 생태계 망친다”

내친 김에 네이버는 지난해 2월 직접 오픈마켓에 진출했다. 네이버의 오픈마켓형 서비스인 샵N이 바로 그것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해 물건을 파는 판매자 수는 전체 오픈마켓의 10%대에 이른다”며 “아직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제 그것이 현실화될지 몰라 오픈마켓들이 떨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음원 시장에서도 네이버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도 최근 새로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구글 플레이 뮤직 올 엑세스’를 선보였는데 향후 음원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음악 포털업체인 벅스의 한 관계자는 “포털은 소비자들이 음원을 구매하려고 할 때 접하는 첫 관문이다. 온라인으로 음악을 접하려면 먼저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포털을 이용한다”면서 “네이버는 이 첫 관문과 소비자로 이어질 수 있는 막강한 ‘검색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 자체만을 다루는 업체인 벅스에는 그런 요소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혀 동등한 위치에서의 경쟁이 아닌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5월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NHN 사옥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에 나섰다. ⓒ 시사저널 박은숙
네이버는 현재 웹소설, 웹툰, 음원, 영화, 부동산 정보, 가격 비교, 오픈마켓, 증권 등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의 이러한 문어발식 영역 확장이 자칫 인터넷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터넷이란 것이 전 세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갖고 있는데, 네이버는 (네이버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자사의 서비스로 잘 차려놓은 ‘한상차림’을 계속 취하다보면, 다른 사이트에 접속할 기회가 원초적으로 차단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네이버가 인터넷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가 네이버 사이트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검색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네이버는 외부의 콘텐츠를 네이버 안에 불법 복제해서 쌓아두고 그것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라며 “게다가 (네이버와) 독점 계약을 맺은 업체의 것만 보여주고 있고, 그것을 외부에서 검색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지적은 네이버가 ‘인터넷 골목상권’ 논쟁에 휘말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포털 내에서 뉴스와 만화를 보고 쇼핑도 하면서 이용자를 오래 머무르게 해 광고 수익을 내는 ‘잡아두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용자를 잡아두는 서비스를 네이버가 직접 제공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번진 것이다.

반면 네이버에 비해 훨씬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구글은 ‘빨리 내보내는 전략’으로 골목상권 논쟁을 비껴갔다. 구글은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해당 사이트로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하는데, 얼마나 빨리 이동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올라간다. 김 교수는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90%에 이르는 검색 점유율을 지녔지만 구글 때문에 인터넷업체가 죽어간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네이버와의 극명한 차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네이버가 자꾸 내부에 쌓아놓는 식의 전략을 펴고 있어 한국 인터넷의 파이가 커지지도 않고 부작용만 커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일까. 네이버측 관계자는 “네이버는 정보 유통이 본업인 업체다. 가장 좋은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줘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자체 서비스와 외부 서비스를 구분하지 않고 (검색 결과로)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사이트 노출 문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며 “가령 2011년에는 외부 블로그 수집 시스템을 개편해 100만여 개의 외부 블로그가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불거진 ‘인터넷 골목상권’ 논란과 관련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네이버측 관계자는 “부동산 정보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선보이기 전인 2008년에 대형 업체인 미래에셋이 부동산114를 인수해 시장에 먼저 뛰어들었다. KB금융그룹도 자체 부동산 서비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에선 SK그룹이 팍스넷을 운영하고 있고, 음원 분야도 최근 삼성전자가 도시락음악과 제휴해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다”며 “네이버만 유독 ‘인터넷 골목상권’에 진출해 모든 것을 장악한다는 주장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인터넷 절대 강자’ 네이버의 독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대대적인 전면 조사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네이버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네이버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인 전병헌 의원은 ‘포털 검색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법률안’을 이르면 5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독과점 논란에 구글도 ‘굴복’ 


해외에서도 인터넷 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중국·러시아 등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검색 점유율 70~90%대에 이르는 구글 역시 반독점 분쟁으로 홍역을 앓았다. 구글은 3년여에 걸쳐 미국과 유럽에서 반독점 혐의로 대대적인 조사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경쟁사들이 구글을 제소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구글은 일단 미국에서는 한시름 놓게 됐다. 지난 1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구글의 반독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쟁사들이 제기했던 반독점 고소를 기각했다. 약 2년간에 걸친 구글의 독점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 구글이 자사 서비스에 대해 부당하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 등이 모여 결성한 ‘페어서치(FairSearch.org)’는 지난 4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규제 당국에 구글을 제소했다. 페어서치의 주장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해야 구글 지도나 유튜브 같은 핵심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검색 결과 또한 구글에게 유리한 식으로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자사 콘텐츠일 경우 출처를 명기하고, 자사 사이트가 아닌 경쟁 검색 엔진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최소 3개 이상 제공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아 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세계 인터넷 검색 엔진의 절대 강자인 구글이 특정 지역에서 검색 결과 조정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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