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회원권 가격 가을께 돌아설 듯”
  • 안성찬│골프 전문기자 ()
  • 승인 2013.06.12 14: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수 증가 시점에 매물 부족 가능성…현재는 ‘약보합세’

일찍 찾아온 무더위 때문일까. 골프 회원권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상승 기류를 타던 회원권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일부 종목은 매물 부족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 회원권 시장은 저금리 기조에 세수 확대와 부자 증세 기류로 연초에는 강한 상승장을 시현했다. 2분기 들어 환율의 급격한 변화와 국내 경기를 지탱하는 수출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 내수 부진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에이스회원권거래소의 ACEPI지수 변동을 살펴보면 1월 748.9포인트에서 6월4일 기준 785포인트로 4.8% 상승했으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낮아졌다.

6월 들어서 거래 움직임이 줄고 있다. 특히 ‘황제 회원권’으로 불리던 남부가 누적 매물의 증가에 따라 약세가 예상된다. 이스트밸리는 추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상승 기류를 타고 있지만 남촌은 문의가 거의 없다.

ⓒ 안성찬 제공
‘황제 회원권’ 남부C.C. 6월 약세 예상

고가대는 약보합으로 전환하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다. 신원은 시세 조정을 통해 거래가 기대되고, 아시아나는 대기자가 많지만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마이다스밸리와 프리스틴밸리는 거래가 뜸하다.

중가대도 약보합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뉴서울은 대표이사가 바뀌면서 강세를 돌아섰고, 88은 매물이 늘어나면서 내림세를 보였다. 남서울은 매물 부족으로 소폭 반등세를, 중부 역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저가대는 약보합세인 데다 거래량 역시 줄어들었다. 태광은 매물 증가로 하락세를 보인 반면, 한성과 리베라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양지파인은 신규 매수 주문이 늘어나고 있고, 안성 역시 매수세 영향으로 상승세다. 몽베르는 예탁금 반환 소식에 문의가 늘어났지만 시세 변동은 없다.

지방도 수도권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청권의 우정힐스는 매물이 없고, 천룡은 보합세다. 세종에머슨은 매물이 늘어나면서 약세가 이어졌고, 시그너스는 회원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하반기 회원권 시장에선 변동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종 법인들이 지출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회원권 구입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자연스레 개인도 매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는 3분기 여름 휴가철과 혹서기를 거치며 회원권에 관심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 약보합세로 하반기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장기간 지속되는 경기 동향에 대한 불확실성에는 내성이 생긴 반면, 내부적으로 수급 상황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측면이 부각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의 회원권 시장 조정 분위기는 매물이 누적되는 일반적인 하락장과는 달리 매수세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시세가 조정을 받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매수세가 커지는 시점에서는 매물 부족을 근거로 상승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시기적으로는 가을 시즌에 맞춰 매수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와 마찬가지로 입지 면에서 수도권 및 도시 지역 접근성이 양호한 곳과 모기업 리스크가 작은 골프장에 매수세가 몰릴 것이고, 국지적이지만 시세 상승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회원권 시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관망세가 지속됐기에 하반기에는 반등이 올 수 있다. 회원권 시장 전체적으로는 전약후강(前弱後强)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투자 목적으로 회원권을 취득하는 것은 철 지난 이야기다.


예탁금 반환, 시한폭탄 되나 

“내 회원권은 안전할까요?” “회원권 가격이 더 떨어질까요?” 회원권거래소에 주로 문의하는 내용이다.

국내 골프 회원권 시장 규모는 반 토막 났다. ‘황제 회원권’이 등장한 지난  2008년에는 40조원대를 훌쩍 넘었다. 남부C.C.의 회원권이 20억원대를 넘었던 시절이다. 최근에는 연 20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신규 골프 회원권 분양 시장이 죽은 게 큰 원인이다.

값이 곤두박질치는 골프 회원권을 소지한 골퍼의 속내는 어떨까. 반반이다. 투자 목적인 사람은 불안해할 것이고, 이용할 권리에 가치를 둔 사람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회원권 가격으로 명문인지를 따지던 시절은 지나갔다. 회원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골프장은 오히려 불편했다. 회원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대다수 회원제 골프장은 일본처럼 ‘예탁금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골프장은 예탁금을 반환해야 한다. 회원권은 골프 시설의 배타적 이용 권리와 계약 기간 후 예탁금을 환불받을 권리를 포함하는 유동성 기타 자산으로 분류된다. 또한 회원권은 소유권보다는 채권 개념이 강하다. 골프장이 부도날 경우 회원권 소지자들에게 소유권 분쟁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회원권이 경영주에게 예탁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골프장 회원에겐 예치한 금액에 대해 약정한 기간이 지나면 입회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준다. 이 때문에 2600개나 되는 일본의 골프장은 800여 곳이 도산하거나 파산했다. 일본의 오랜 경제 불황으로 입장객은 줄고,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자 회원들이 한꺼번에 반환 신청을 했다. 돈 없는 골프장은 그대로 무너졌다.

일본의 골프 붐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92년. 그때 일본의 골프 인구는 1200만명, 골프장 수는 2000여 개, 한 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은 1억2000만명에 달했다. 그러다 1993년부터 수직으로 떨어졌다.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자 한꺼번에 예탁금 반환이 몰린 것.

회원권 하락세가 대세가 된 지금 우리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아직까지는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는 의견이 대세다. 국내 회원권 소지자는 회원권 가격의 등락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회원권 소유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회원권을 산 게 아니라 ‘부킹’이라는 실제적 쓰임이나 회원 간의 상호 교류 등 ‘투자보다는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 가치’의 효용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다. 안양골프장의 한 회원은 연간 수천만 원을 내면서도 골프장을 한 번도 가지 않는다. 회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부킹을 해주겠다는 골프장측의 배려에도 그 회원은 “내가 그 정도는 있다”며 연회원으로 등록하고 있다.

국내의 개인·법인 회원권은 모두 합쳐 19만여 장밖에 안 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골프는 소수만을 위한 귀족 스포츠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을 다녀간 골퍼는 3000만명이 넘었다. 골프장 수는 500개에 달하고, 골프 인구는 4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크린골프 인구만 120만명에 달한다. 일본과는 다른 양상으로 국내 골프 시장이 움직일지 주목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