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좌초하는가
  • 김광수 |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 ()
  • 승인 2013.06.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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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케이지수가 갑자기 요동쳤다. 아베노믹스를 발판으로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던 닛케이지수가 5월23일 전일 대비 7.3%나 하락해 1143포인트 폭락한 것이다. 열흘 후인 6월3일에는 폭락 직전인 5월22일의 고점에 비해 2400포인트가량 하락했다.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던 아베노믹스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장기 국채 수익률도 요동치고 있다. 닛케이지수가 폭락한 날 일본의 장기 국채 수익률도 1%를 넘는 급등 양상을 보였다.

엔화 환율 역시 불안정하다. 닛케이지수 폭락 직전인 전날에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3엔을 넘었으나 닛케이지수 폭락과 함께 하락하면서 101엔 전후 수준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닛케이지수가 갑자기 폭락한 원인에 대해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일시적 조정, 금융 정책 거품 장세 붕괴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2012년 9월 아베노믹스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순매도를 지속해오던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최근까지 계속 매수세를 이어왔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일본의 개인과 기관투자자는 순매도를 지속해오고 있다.

주식 매매 비중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50~6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개인 투자자는 15~30%에 불과하다. 도쿄 증시의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가 파생상품 거래의 7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는 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하는 ‘외국인 장세’이며, 닛케이지수 폭락의 주범은 외국인 투자자임을 알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선물 매도 공세가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왜 갑자기 일본 주식의 선물 매도 공세에 나섰을까. 닛케이지수가 폭락한 날 미국 FRB 버낸키 의장이 미국 의회에서 출구 전략 조기 실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버낸키 의장 발언 이후 미국의 장기 국채 수익률도 2%를 넘는 급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지금까지 급등세를 지속해온 일본의 주가와 주택 시장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듯하다.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 당연히 일본의 장기 금리도 상승한다고 본 것 같다. 이미 일본은행의 대담한 금융 완화책으로 일본 장기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장기 금리마저 상승한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천문학적인 정부 채무에 대한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번 닛케이지수 폭락으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아베노믹스를 이용해 주가 상승을 주도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일본 주가를 비롯해 미국의 주가도 상승 일변도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임을 시사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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