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웃고 금 펀드는 우울하다
  • 정은호│금융투자연구원 대표 ()
  • 승인 2013.07.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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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식 투자, 지금이 ‘타이밍’ 이머징 국가는 위험

올해 상반기 세계 투자 시장의 성적표는 미국과 일본 주식의 압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힘으로 미국 주식을 많이 편입하고 있는 펀드의 성적이 돋보였다. 일본 주식도 상반기에 27%가 넘는 수익률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위력을 이어갔지만 상대적으로 그 강도는 약해졌다. 해외 부동산 펀드도 상반기 5.27%의 수익률로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펀드와 기타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주식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정정이 불안한 브라질 주식은 상반기에만 15%의 손실을 냈고 러시아와 인도 펀드도 8%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이 더뎌짐에 따라 커머디티 펀드도 13%의 손실을 피하지 못했고, 특히 기초소재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는 상반기에만 -30% 이하의 참혹한 성적을 냈다.

국내 주식형 펀드도 상반기 -6.56%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유형별로는 등락이 갈렸다. 불안한 증시 흐름에도 중소형주 펀드는 3.3%, 배당주 펀드는 2.54%의 안정적인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소형주와 배당주를 주로 편입하고 있는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한국밸류10년투자’ ‘KB밸류포커스’ ‘신영마라톤’ 등 가치주 펀드 대표 주자들의 선전은 계속되고 있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상반기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주식 이외에는 투자처를 찾기가 용이하지 않은 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시장은 가치주 펀드 전성시대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전 세계 투자 시장은 ‘버냉키 쇼크’로 출렁거렸다. 그러나 <시사저널> 2013년 7월2일자(제1237호)에 언급한 것처럼 이 쇼크는 다분히 과장된 것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실제로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7월10일 전미 경제연구소(NBER)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현재의 경기 부양 기조를 당분간 더 유지’할 것이고 ‘미국 실업률이 연준의 목표 수준인 6.5%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기준금리를 바로 올리는 것은 아니며,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히며 시장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금융 시장 여건이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출구전략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끝나가는 줄 알았던 기존의 유동성 파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언급이다. 이에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11% 올라 1만5460.92포인트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S&P500 지수 역시 사상 최고치인 1만675.02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적어도 주식시장만은 금융 위기 이전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엄밀히 말해 버냉키의 스탠스가 바뀐 것은 전혀 아니다. ‘버냉키 쇼크’는 임기 만료를 앞둔 버냉키가 향후 ‘일정한 조건하에’ 자산 매입 축소와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데 지나지 않으며, 이는 기존에 여러 차례 언급했던 내용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이자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현재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에 불과하다. 결국 동어반복이다. 같은 사실에 대해,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시행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쇼크’라 이름 붙이고,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점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만한 호재로 인식하는 시장의 반응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아무튼 중요한 사실은 단기적으로 현재의 유동성 장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혼조세로 나타나는 한 갑작스럽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조치는 유보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파티에 끝이 있고,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미국 연준의 자산 매입은 축소되고, 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은 시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다. 투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시장이 이런 사실을 언제부터 가격에 반영하고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불확실성 대비해야

지난달 있었던 버냉키의 양적 완화 축소 시사 발언 직후 나타난 단기적인 충격은 향후 실제로 출구전략이 시행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유동성의 축소로 나타나는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이다. 그 규모는 연준의 정책이 얼마나 시장 친화적으로 시행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향후 시행될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 시장의 충격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지만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급작스런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미국의 주가가 계속 유지되려면 실물경제에 대해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 보여준 미국 주식형 펀드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낮출 필요가 있다. 주가 하락은 이머징 국가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시장 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가치주 펀드가 하반기에 있을지도 모를 충격에 내성을 보일 것이다.

현재 거의 폭락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금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유동성 공급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용으로 사용되던 금은 금리 상승에 따라 투자 매력이 더욱 감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달러화 강세 기조가 본격화되면 금값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양적 완화 축소가 본격화되면 ‘달러화가 가장 좋은 자산’이라는 서글픈 농담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양적 완화 조치의 축소는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확신 아래 이루어진다는 측면에서 실물경제는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라 소비 수요가 살아난다면 커머디티 펀드들의 수익률은 지금보다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수요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향후 실물 투자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7%로 예상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경착륙 판단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난 5월 중국의 10년간 경제성장률 목표가 7%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6.5%가 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저성장을 용인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흘렸지만, 목표로 하고 있는 경제 개혁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률마저 목표 수준을 밑돈다면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성장률이 7%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 어떤 형태로든 경기 부양 카드를 다시 뽑아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수요 증가, 중국의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률 개선이라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시켜줄 것이다.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충격임에도 그 정도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머징 국가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 대한 투자가 소나기를 피하는 데는 좀 나아 보인다. 자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면 적립식으로 투자를 시작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다. 거치식이라면 배트를 짧게 잡아야 할 시점이다. 미국의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는 시기, 연말까지는 시간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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