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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에 할리우드가 술렁인다

<레드: 더 레전드>에서 세계 유명 배우들과 호흡 맞춘 이병헌

이은선│<매거진 M> 기자 ㅣ 승인 2013.07.23(Tue) 11: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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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꾸준하다. 20여 년간 쉼 없는 작품 활동을 했고,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그는 청춘 드라마 <내일은 사랑>(KBS2, 1992년)에 출연할 때부터 스타였다. 이후 차곡차곡 쌓은 필모그래피에는 흥행과 작품성까지 두루 살뜰하게 거머쥔 것들이 빼곡하다. 이병헌 스스로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늘 최고의 자리에서 최선의 행보를 다진 그여서 앞으로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증이 일 무렵, 이병헌이 과감하게 새로운 수를 뒀다. 그는 ‘할리우드로 간 사나이’가 되기로 했다. 이병헌을 포함해 당시 이 결정이 그의 배우 인생 전체에 어떤 전환점이 될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이병헌이 일일 드라마에 아버지 역할로 출연하는 것이 적어도 10년은 더 늦춰졌을 거라는 예상 정도라면 모를까.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어 대사 ‘술술’, 연기력 ‘쑥쑥’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공개된 <지.아이.조-전쟁의 서막>(2009년)은 이병헌의 첫 도전이 헛발질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결실이었다. 의문의 암살자 ‘스톰 쉐도우’로 분한 이병헌은 현란한 검술 액션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시아 배우들이 어설픈 영어 발음으로 관객의 몰입을 처참하게 부쉈던 무수한 사례들과도 거리가 멀었다. 비록 적은 분량이지만 이병헌의 영어 대사 처리는 준수했다. 후에 그는 “누가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입에서 영어가 줄줄 쏟아져 나올 만큼 대사를 연습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주연 배우 채닝 테이텀과 시에나 밀러가 홍보차 내한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이병헌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현장에서 제작진이 ‘무술도 잘하는데 연기도 꽤 하는 아시안 스턴트맨’ 정도로 생각했던 이병헌의 주가는 이때를 기점으로 확 달라졌다. 파라마운트픽쳐스 관계자들과 주연 배우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는 구름 떼처럼 몰린 이병헌의 팬들을 보고 입이 떡 벌어져 돌아갔다. 이후 이병헌은 동료들의 자발적이고도 친절한 홍보 덕분에 <지.아이.조 2> 촬영장에서 ‘아시아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부차적인 이유일 뿐, 이병헌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그의 탁월한 연기력이다.

전편에 이어 <지.아이.조 2>에 스톰 쉐도우로 출연한 그를 두고 존 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온 아시아 배우는 발차기만 한다는 전형적인 사고방식을 바꿔놓았다.” 실제로 스톰 쉐도우가 묵묵하게 액션에 집중하던 1편과는 달리 2편에서는 그의 드라마가 한층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

이병헌의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 <레드: 더 레전드>에서도 그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R(Retired 은퇴했지만) E(Extremely 극도로) D(Dangerous 위험한)’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이병헌은 만만치 않게 위험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가 맡은 역할은 한때는 비밀요원이었으나 모함에 빠져 어쩔 수 없이 킬러가 된 남자 ‘한’. 프랭크(브루스 윌리스)를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은 캐릭터답게 총기 액션, 맨손 격투 등 고난도 액션 장면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한은 어딘가 살짝 부족한 ‘허당’ 짓으로 코믹한 모습까지 선보여야 하는 인물이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시리즈의 스톰 쉐도우는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이지만, 한은 본인은 한없이 진지하더라도 막상 그를 보는 관객은 웃겨야 한다는 점에서 연기하기가 한층 어려웠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할리우드에서의 새로운 도전인 셈인데 결과는, 멋지고 우스운 액션 히어로의 탄생이다. 원래 중국인이었던 한은 이병헌의 요청으로 한국인 캐릭터로 바뀌었다. 또한 짧지만 강렬한 한국어 대사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한조배 역을 맡은 이병헌이 양손에 권총을 들고 조준하고 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양한 할리우드 장르에서 활약 기대

놀라운 건 이병헌과 함께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들이 성룡, 주윤발, 이연걸이라는 사실이다. 정작 이병헌은 이 쟁쟁한 후보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를 “아마 내 출연료가 제일 낮기 때문일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금 할리우드에서 이병헌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같은 액션 연기라도 그 안에서 조금씩 캐릭터의 폭을 넓혔다는 것은 이병헌이 할리우드라는 개척지 안에서 일궈낸 중요한 변화다.

이병헌은 할리우드 활동을 핑계 삼아 국내 활동을 쉬지도 않았다. 심지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를 통해 ‘천만 배우’의 반열에 오르며 더욱 승승장구했다. 국내 시장에서 최고의 스타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할리우드에서도 활발하게 주가를 높인 배우로는 이병헌이 유일하다. 앞으로 이병헌의 새로운 ‘할리우드 드림’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 역시 기대되고 궁금하다.”

일단, <지.아이.조> 3편이 만들어진다면 또다시 이병헌이 연기하는 스톰 쉐도우를 볼 수 있는 건 확실하다. 그는 1편 출연 계약서를 쓸 때부터 제작이 계속되는 한 3편까지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스스로는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다고 말하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액션 히어로를 넘어 다양한 할리우드 장르영화에서 맹활약하는 이병헌을 목격하게 되지 않을까. 영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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