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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마을’이 인민을 격분시키다

중국, 환경 관련 시위 매년 120%씩 늘어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ㅣ 승인 2013.07.31(Wed) 14: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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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2일 중국 광둥(廣東)성 장먼(江門) 시 정부 청사 앞에 1000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어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장먼은 방사선을 원치 않는다’는 현수막을 들고 다니며 구호를 외쳤다. 일부 흥분한 시민은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가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날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원인은 국유 에너지기업인 중국핵공업그룹(CNNC)이 장먼 시가 관할하는 허산(鶴山) 시 룽완(龍灣)공업단지에 2020년까지 원자력 연료 처리 및 제조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장먼 시 정부는 의견 수렴에 나섰는데, 주민들이 강력한 반대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었다.

CNNC가 추진하는 우라늄 처리 기지 투자 규모는 370억 위안(약 6조8080억원)으로 중국 최대 규모다. 이 기지는 1994년 중국 최초로 건설된 후이저우(惠州)의 다야완(大亞灣)발전소와 현재 건설 중인 타이산(臺山)·양장(陽江) 등 광둥성 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쓰일 연간 1000만t의 우라늄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7월13일 장먼 시 정부는 우라늄 처리 기지 건설 백지화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다시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중앙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반핵(反核) 시위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환경오염으로 녹조가 심각한 윈난 성 쿤밍의 덴츠 호수 위로 목선이 지나가고 있다. ⓒ 모종혁 제공
중국 전역에서 발견된 ‘암 마을’ 247곳

이번 장먼의 집단 시위는 최근 중국에서 트렌드처럼 번지는 사회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반(反)환경오염 시위다. 지난 5월 중국 내륙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시에서도 2000여 명의 시민이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페트로차이나가 쿤밍 인근 안닝(安寧) 현에 대규모 정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주민들이 대대적인 반대에 나섰다. 이러한 대규모 환경 시위는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일어났다. 지난해 7월 쓰촨(四川)성 스팡 시와 10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시에서 발생한 집단 시위가 대표적이다.

스팡에서의 시위는 타이완 기업인 훙다(宏達)가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몰리브덴구리 합금 공장 단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일어났다. 은밀히 진행됐던 사업은 기습적인 공장 착공식을 계기로 표면화됐다. 이에 반발한 수만 명의 주민이 일주일간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며 반대했다. 일부 시위대는 시 정부와 시 공산당위원회 청사에 난입해 기관 현판을 내동댕이치고 집기를 부쉈다. 진압에 나선 무장경찰들에게 돌을 던지며 저항해 민란에 가까운 양상을 보였다. 특히 중·고교생과 20대 젊은 층이 대거 참가해 시위를 이끌었다. 닝보에서의 시위도 스팡만큼이나 치열했다.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이 공장 증설 계획에 유독성 화학물질인 파라크실렌(PX)의 증산을 포함시킨 게 화근이었다. PX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간 등 장기가 손상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시노펙이 닝보에서 조업을 시작한 후 공장 주변 마을에서는 원인 모를 병을 앓는 주민이 급증했다. 때문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나흘간 중심가 톈이(天一)광장과 시 정부 청사에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경찰이 시위대가 준비한 현수막을 찢고 곤봉을 휘두르면서 과격하게 변했다. 일부 흥분한 주민은 공안 차량을 전복시키고 경찰에 돌을 던졌다.

중국에서 반환경오염 시위가 대형화·과격화하는 것은 중국인이 느끼는 생존권 위협 수준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본래 중국인은 웬만한 불편은 잘 참고 환경 문제에도 무관심했다.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 파괴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라거나 ‘공장이 들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월급이 오르는데 공기와 물이 좀 나빠지는 것이 대수인가’ 하는 것이 대다수 중국인의 현실 인식이었다. 이런 그릇된 태도에 변화를 가져다준 계기가 이른바 ‘암 마을(癌症村)’이다. 암 마을은 2009년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지도로 만들어져 발표되면서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중국 전역에서 197곳이 확인됐고 올해 들어 50곳이 추가로 밝혀졌다. 대부분 화학공장, 염색공장 등이 마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오랫동안 중국 정부는 암 마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6월 수질 오염이 암 발생에 영향을 주었음을 증명하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질병관리센터는 수년간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화이허(淮河) 수질 환경 및 종양 사망 지도집’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허 인근 안후이(安徽)성 쑤저우(宿州) 시 융차오(埇橋) 구에서는 2010년 2150명이 암으로 죽었고 허난성 선추(沈丘) 현에서는 1724명이 죽었다. 인구 대비로 볼 때 전국 평균보다 2배나 높은 암 사망률이다. 선추 현의 남성과 여성의 폐암 사망률은 30년 사이 각각 14배, 20배나 폭증했다.

화이허 일대가 죽음의 지대로 변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다. 화이허와 그 지류인 사잉허(沙潁河) 유역에는 피혁·제지·유리·화학비료 등 오염 유발도가 높은 공장이 줄지어 들어섰다. 공장에서 버려진 납과 카드뮴에 오염된 물로 두 강은 거품에 뒤덮인 검은 물이 흐르고 악취가 진동하는 대표적인 오염 하천으로 변했다.

환경을 도외시한 경제 성장의 대가가 암 마을이라는 공포로 다가오자 중국인들은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발표한 <사회청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벌어지는 집단 시위는 연간 최대 10만건에 달한다. 시위의 발생 원인은 토지 수용에 따른 강제 철거가 50%, 환경오염 및 노사 분쟁이 30%로 분석됐다. 그중 최근 5년간 발생 빈도가 가장 크게 높아진 것이 환경 관련 시위다. 장리쥔(張力軍) 환경보호부 부부장도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일어난 환경 관련 시위는 총 927건으로 해마다 120%씩 증가하고 있다”며 “중대한 시위만도 72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시위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배출되는 공장의 신규 건설이나 증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가리킨다.

집단 시위 외에도 소송을 통한 행정 처리나 보상 요구도 활발하다. 2005년부터 6년간 행정소송 980건, 행정적 재의 요구 2614건, 형사소송 30건이 접수됐다.

관료들 “기업이 중요하니 환경 문제 거론 마라”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도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오염 기업을 퇴출시키고 있다. 화이허 일대의 오수 배출 공장을 대부분 폐쇄했고 대대적인 수질 개선 사업도 벌이고 있다.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공장 건설을 밀어붙인 스팡 시 리청진(李成金) 당 서기는 해임시켰다.

그러나 가시적인 경제 실적에 매달려야 하는 지방 정부 관리들은 환경보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현장에서 환경을 중시하면 승진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정융헝(鄭永恒) 교수가 중국 283개 중소 도시의 당 서기와 시장의 10년간 업적과 승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전임자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 높인 당 서기나 시장의 경우에는 승진율이 8%나 됐지만, 민생과 환경 부문에 투자할 경우 거의 승진하지 못했다. 중국공공환경연구센터 마쥔(馬軍) 대표도 “지방 정부를 찾아 오염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부시장 같은 고위 관리가 나서서 ‘해당 기업이 매우 중요하니 건드리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GDP 성장이 승진과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정부 관료의 인식 전환이 선행되지 않는 한 중국에서 환경 시위의 불길은 더욱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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