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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누가 죽였나

북한 최고 권력자 여인들의 암투설…부인 리설주 배후로 거론

이영종│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ㅣ 승인 2013.09.11(Wed) 14: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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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관현악단 소속 미모의 여가수들이 공개 처형당했다.” 8월 중순 서울의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인 소문이 은밀하게 돌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표적 악단 중 하나인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가수와 관계자들이 ‘황색 바람’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황색 바람은 북한에서 자본주의 색채를 의미하는 말로 통한다. 모두 13명이 총살형으로 처형됐는데, 그중 4명은 여자 단원이라는 구체적이고 그럴듯한 내용도 흘러나왔다. 이들이 이탈리아 공연을 갔는데 현지에서 여성 단원들이 매음을 했고, 단원들 사이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단장의 경우 평양에 돌아온 후 외국 사상을 떠들고 다녔고, 성경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이 국가안전보위부의 감시망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7월 말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휴전협정 체결일) 행사에 참석했던 재미동포 인사 등을 통해 북한의 다른 내부 소식들과 함께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북한 권력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가 쉽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8월29일자에 보천보전자악단 출신 가수 현송월이 처형됐다는 보도를 베이징발로 내놓았다. 그녀가 음란한 영상물을 촬영해 판매하다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북한 전문 뉴스 매체인 데일리NK는 9월5일자에서 “김정은과 내연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전 보천보전자악단 성악가수 현송월이 음란물 영상 촬영 혐의로 처형당했다는 소문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총으로 처형됐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로동당 제1비서가 6월20일 제1017군부대의 비행 훈련을 지도하는 자리에 부인 리설주가 함께했다. 작은 사진은 최근 처형설이 나도는 현송월. ⓒ 조선중앙통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하수든 보천보든 평양의 악단들에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정은 시대가 본격화한 지난해 모란봉악단이 출범하면서, 김일성 시대의 보천보와 김정일 시대의 은하수가 동반 몰락하는 전주곡이란 얘기도 나왔다. 현송월은 지난해 7월 김정은이 처음으로 부인 리설주를 동반하고 모란봉악단 첫 공연에 나타나면서 그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 TV의 화면만으로는 리설주의 모습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았고, 김정은과 내연 관계라는 설이 있던 현송월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북한 전문가와 언론들 사이에 제기된 것이다.

“현송월이 뭐가 아쉬워 음란물 촬영했겠나”

현송월은 2005년 <준마처녀>(잘 달리는 말처럼 일 잘하는 여성을 의미)란 히트곡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로 부상하던 2006년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은하수관현악단 음악회에 6년 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당시 만삭의 몸으로 객석에 있던 현송월은 사회자가 무대에 오를 것을 권유하자 ‘출산을 앞두고 있다’고 사양하다 거듭된 요청에 노래를 불렀다. 정부 당국자는 언론에 “현송월은 김정은과 10대 시절부터 친분이 있고,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는 이들이 내연 관계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라는 첩보를 전하기도 했다. 일부 일본 언론이 이런 내용들을 보도하면서 김정은과 현송월이 실제 어떤 관계일까에 관심이 쏠렸다.

현송월 처형설이 번지면서 그 배경에 은하수관현악단 출신인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있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북한 최고 권력자의 공개된 옛 애인이었던 현송월이 뭐가 아쉬워 음란물을 몰래 촬영했겠는가”라며 그녀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과의 각별한 관계에 부담을 느껴온 리설주가 자신의 심복 라인을 가동해 현송월을 제거할 명분을 찾았고 결국 성공한 것이란 얘기였다.

사실 북한 여가수나 여배우가 음란물 유통에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는 2000년대 들어 심심찮게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데다 조선로동당 간부나 군부 고위 인사가 전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배우나 가수들이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사회의 성 문화가 문란해지고 외부에서 음란물이나 퇴폐적인 문화가 유입되면서 이런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조직까지 생겨나면서 배우와 가수를 동원한 포르노물 제작이 성행하고 있다는 게 관계 당국의 판단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북한의 인기 배우 변미향이 찍은 음란물 동영상이 일본에서 유통돼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동영상에 김일성 배지가 등장한 걸 발견한 조총련계 인사들이 제동을 걸어 관여된 사람들이 대거 교수형에 처해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최고 권력자와의 스캔들로 인해 스타급 연예인이 총살에 처해진 사례는 적지 않다. 1960~70년대 북한 최고의 인기 영화배우였던 우인희 사건(상자 기사 참조)이 대표적이다.

현송월 처형설의 구체적인 진상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비춰볼 때 사실관계로 전모가 확인돼 드러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과 그의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사안이란 점에서 북한 당국이 철통 보안을 유지하려 들 것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북한 체제에서 성적 타락과 이를 둘러싼 권력 내 암투는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이 존재하고, 압력밥솥처럼 극도로 억압된 사회에서는 서구 자본주의 못지않은 성 문란이나 사회적 일탈이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인희 처형도 김정일의 여자였기 때문?  


개성 출신인 북한 여배우 우인희는 1960년대 초 <춘향전> 주인공을 맡으면서 하루아침에 은막의 스타가 됐다. 수없는 유혹을 받게 된 그녀는 심심찮게 스캔들을 뿌렸지만, 체코 유학파 인기 영화감독인 유호선과 결혼해 3명의 아이까지 두게 된다. 결혼 후에도 그녀를 둘러싼 스캔들은 이어졌다. 결국 우인희는 스캔들로 인해 전체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비판대에 서게 된다. 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손가락질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은 나에게 뭐라 뭐라 하며 유혹한 적이 없었느냐”고 폭로하면서 당차게 대응하고 나섰다.

영화계에서 방출된 그녀는 2.8영화촬영소의 보일러실 화부로 전락했다. 1년 이상 고생하던 그녀는 영화적 재능을 안타까워한 지인들의 청원에 힘입어 1979년께 배우로 복귀했다. 그녀는 로동당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한 재일교포 청년과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 1980년 겨울 어느 날 두 사람은 청년의 고급 승용차 안에서 히터를 켜놓고 사랑을 나눈 뒤 잠들어버렸다. 결국 청년은 질식사한 채로 발견됐고, 우인희는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가 2주 만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어느 날 모든 영화촬영소와 배우들에게 집합령이 내려진다. 버스를 타고 교외의 한 장소로 나간 배우와 영화제작자들은 “우인희는 부화방탕죄를 범했으므로 인민의 이름으로 총살형에 처한다”는 방송을 들었다. 그리고 수십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납북됐을 당시 평양에서 이 이야기를 접했다는 영화배우 최은희씨는 “우인희 이야기를 처음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며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김정일의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일 이외에는 아무도 당에서 그토록 끔찍이 아꼈던 인민배우를 처형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다. 우인희 또한 김정일의 여자였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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