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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한국형 지방간 주범

간 수치 정상이라도 지방간 가능성 여전 심장혈관 막혀 사망하는 경우도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3.10.23(Wed) 15: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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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생긴다며 지방간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지방간 때문에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방간은 간에 기름기가 낀 것인데, 엉뚱하게도 심장혈관이 막혀 사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지방간 발생이 급증함에 따라 대한간학회가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70대 남성의 심장혈관을 검사했더니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혈관 단면을 보니 30%나 좁아졌다. 칼슘이 혈관 벽에 쌓여 돌처럼 딱딱해진 석회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 남성은 고혈압과 당뇨가 없으며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다. 원인은 지방간이었다. 지방간으로도 심장혈관에 석회화 현상이 생길 위험이 3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동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간에서 분비하는 여러 염증 인자가 심장의 관상동맥에 도달해 혈관을 손상한 것”이라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이 심장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4배가량 크다”고 설명했다.

   
밥·빵·국수 등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 식습관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 시사저널 전영기
성인 10명 가운데 3~5명의 관상동맥에 칼슘이 쌓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범은 지방간, 특히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생기는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일주일에 남성은 소주 2병, 여성은 1병 이하)만 섭취해도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이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3%에 이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갑상선 기능까지 떨어뜨리는 등 위험성이 계속 제기되자 대한간학회는 올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진료 지침까지 만들어 발표했다.

간 수치보다 섬유화에 신경 써야

지방간은 크게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을 마시지 않아도 비만, 탄수화물 과다 섭취, 당분 섭취 등으로 인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는 한마디로 금주다. 그러나 한국인은 음주에 관대하고 술을 사회생활을 매끄럽게 하는 윤활유로 여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1980년대 연 7ℓ에서 2000년 중반 15ℓ로 증가했고,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알코올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연간 10만명당 9.6명이나 된다.

   
알코올성 지방간의 예방·치료법은 금주다. ⓒ 시사저널 전영기
술은 간경변 원인의 25~30%를 차지한다. 남성은 하루에 소주 반 병(알코올 20~40g) 또는 소주 2잔(알코올 10~20g) 이상을 마실 경우 간경변을 일으킨다고 이해하면 된다. 매일 술을 마시거나, 폭음하거나, 이른 나이에 술을 시작하면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어 간 손상을 잘 받는다.

문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단순 지방간이라면 체중 조절로 간의 지방을 뺄 수 있다. 대한간학회는 몸무게의 7~10%만 줄여도 간에 쌓인 지방을 뺄 수 있고 염증도 호전시킬 수 있다고 권고한다. 체중 조절에는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가장 적합하다.

지방간이 염증이나 섬유화가 있는 지방간염으로 발전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10%는 염증이나 섬유화가 생기는 지방간염으로 발전한다. 이는 간경변과 간암으로 가는 징검다리와 같다. 따라서 단순 지방간인지 지방간염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우연히 지방간을 발견한다. 혈액 검사로 간 수치(AST·ALT; 간에 염증이 생기면 혈중으로 분비되는 효소)가 정상이면 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 수치는 지방간이 있어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75%다. 섬유화가 진행돼 간 기능까지 떨어지면 이 수치는 오히려 정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간세포가 너무 많이 파괴돼 이 효소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초음파 검사로 지방간이 어느 정도 심한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검사만으로는 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없어서 섬유화 검사가 개발됐다. 이 섬유화 검사로 간에서 섬유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진단할 수 있으므로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로 지방간이 확인되면 섬유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지방간의 주요 원인은 비만이다. 과거에 지방간 치료를 위해 식욕 억제제나 소화 억제제를 사용했던 이유다. 그러나 합병증과 부작용 문제로 현재는 권장하지 않는다. 또 지방간 치료에 비만 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지방간을 치료할 목적으로 이 수술을 하지 말라는 것이 국제적인 권고 사항이다. 수술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도비만으로 인해 합병증 발병 위험이 커진 경우에 한해 수술을 고려한다.

현재 지방간 치료제는 없지만, 지방간을 약으로 치료하려는 시도는 활발하다. 국내에 있는 제약사도 지방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미 많이 팔리고 있는 한 간장약의 성분(UDCA)에서 효과를 찾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연구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126명에게 1년 동안 고용량의 UDCA를 복용하게 한 결과 간 수치가 낮아지고 대사 질환이 개선됐다. 이 연구를 토대로 현재 18개 병원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동희 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방간 치료라는 것은 염증이나 섬유화를 개선해야 의미가 있는데, 그 약 성분은 그런 효과가 없어서 지방간 치료에 효과가 입증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단순 지방간은 체중을 2~3kg만 빼도 개선되므로 약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간에 쌓인 지방을 약으로 없애기보다 지방간의 원인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관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나는 약물 치료에 소극적인 편인데 약에 의존하면 지방간을 일으킨 비만·당뇨와 같은 원인 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등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일러스트 정현철
8세 아이도 지방간·간경변 생겨

일반인이 실천할 수 있는 예방과 치료법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해답을 줄 만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5개 의료기관에서 100여 명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지방을 줄인 식사와 탄수화물을 줄인 식사를 하도록 했다. 저지방 식사를 한 그룹은 57%에서, 저탄수화물 식사를 한 그룹은 80%에서 간 수치가 개선됐다. 지방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할 때, 지방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편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에 더 현실적인 효과가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원인은 과당이다. 음료수에 단맛을 내는 성분이 지방간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당이 간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간세포에 지방 성분을 쌓이게 한다. 술만 지방간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당분이 주범인 것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관식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한국인은 밥·옥수수·고구마·감자 같은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는다”며 “단백질도 지방이 있는 등심·삼겹살·갈비보다 지방이 없는 쇠고기 장조림, 불고기로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간 질환의 4대 원인은 B형간염 바이러스, C형간염 바이러스, 과도한 음주, 비만이다. B형간염 예방접종과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발전으로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 질환은 향후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 질환은 금주로 예방할 수 있다. 남은 것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인 비만이다. 서구식 식습관으로 비만 환자가 느는 만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도 증가세에 있다.

심지어 어린이 지방간도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는 지방간이 있는지 잘 모르고, 설사 지방간이 있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린이 지방간도 방치하면 간경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국제비만학회는 소아 지방간 환자의 2~10%에서 간경변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어린이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도 비만인데, 비만 아동의 11.3%가 지방간을 가진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어린이에게 지방간이 있으면 간이 딱딱해지는 등 악화하기 전에 정확한 진단을 거쳐 빨리 관리를 해줘야 한다. 아이가 뚱뚱하면 지방간 검사(혈액, 초음파)를 해보는 게 좋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린이 지방간을 방치하면 ‘지방간염→간경변→간암’까지 발전할 수 있다”며 “외국에서 8세 어린이의 지방간이 간경변까지 진행한 사례가 있고, 국내에는 16세 청소년의 간경변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지방간이 늘어나자 지방간의 유전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지방간은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아동병원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아이와 건강한 아이 44명의 가족 152명을 대상으로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간에 지방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지방간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는 78%, 형제자매는 59%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과체중이 위험 요인이지만 이들에게선 체중과 관계없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나타났다. 건강한 아이들의 가족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률이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유전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동희 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미 유전자가 발견됐으므로 지방간은 유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그 유전자가 실제로 유전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서 현시점에서 지방간이 유전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음 호에는 오십견 편이 이어집니다.


건강한 간을 위하여…  


● 간염 예방 백신을 맞는다.

● 비정상적인 성행위나 면도기, 칫솔의 공동 사용을 금한다(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 손을 자주 씻는다(A형과 신종 E형 간염은 오염된 물로 감염된다).

● 약물 치료 및 생활 습관 개선으로 만성 간 질환을 관리한다.

● 과음하지 않는다(음주 후 최소 2일 정도 휴식한다).

● 흡연은 간의 염증을 악화시키므로 금연한다.

● 과로·스트레스·야근·폭식 등 불규칙한 생활을 피한다.

● 간에 해로울 수 있는 식품이나 약을 주의해 복용한다(부자·파두·컴프리·피임약 등).

● 구기자·북엇국·조갯국 등 간 기능 개선 및 저지방 고단백의 담백한 식품을 즐긴다.

● 매년 정기적으로 간 기능을 검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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