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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공짜로 탈 수 없다

남북 모두 푸틴의 러시아에 ‘손짓’… 한·러 접근에 중국 견제구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ㅣ 승인 2013.11.20(Wed) 11: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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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13일 서울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은 러시아 초대 대통령 옐친이 사퇴한 후 2000년부터 2008년까지 2, 3대 대통령을 지냈고, 지난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시에는 총리 자리로 잠시 비켜나 수렴청정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해 다시 대통령직을 맡게 됐다. 이는 연이어 3번 대통령을 할 수 없도록 만든 러시아 헌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였다. 그만큼 지금 러시아에서 푸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서울 체류는 단 하루에 그쳤지만, 어쨌든 지난 2월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반도 주변 4강국인 미·중·일·러 정상들 가운데 가장 먼저 방한이 이뤄진 셈이다. 푸틴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합의를 했다. 그중에서도 “러시아 철도공사의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 연결 시범 사업인 나진(북한)-하산(러시아) 구간 철도 복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나진항 제3부두의 현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힌 부분이 이목을 끌었다. 이 합의를 계기로 양국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관련 철도와 항만 협력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장려해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양측은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유라시아의 협력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여건의 조속한 조성, 특히 지역 안정이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13일 청와대에서 한·러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중국, 한·러 정상회담에 민감한 반응

우리는 러시아가 건설한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놓은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러시아 동쪽 끝, 한반도의 바로 북쪽에 있는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6박 7일 만에 종착역인 모스크바에 도착할 때까지 총 60여 개의 역에서 정차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중국 북부를 지나 바이칼 호를 남으로 끼고, 이르쿠츠크-노보시비르스크-옴스크-예카테린부르크를 거쳐 우랄 산맥을 넘어 모스크바까지 연결되는 철도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1859년 건설 계획이 처음으로 세워졌으며, 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과 중국과의 무역 등을 목적으로 건설됐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1891년 착공됐고, 1897년 부분 개통됐다. 세계에서 가장 긴 9334km를 달리는 철도로, 2002년에 전 구간이 전철화됐다.

한반도·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은 바로 이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과 함께 진행됐다. 유럽 지역에서 러시아와 신경전을 벌이던 영국은 1902년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발을 묶어놓기 위해 일본과 영일 군사동맹을 체결했다. 6개 조로 구성된 영일동맹 조약은 중국과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이익, 중국에 대한 영국의 이익을 맞교환했고, 한쪽이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나라와 교전할 경우 동맹국은 엄정 중립을 지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일동맹 체결은 결국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을 불러왔고, 1905년에 시작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포츠머스 조약에서 한반도에 대한 배타적인 이익을 확보했으며, 1910년에는 한일합병이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합의한 대목은 100년 전과 비교해볼 때 상전벽해(桑田碧海) 같은 느낌을 준다.

중국과 협력자이면서 경쟁자인 러시아

박근혜·푸틴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는 푸틴의 서울 방문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새로운 실크로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하고, “한국과 조선(북한)을 연결하려는 푸틴의 신(新)실크로드는 시베리아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려고 하지만, 남북한 정세에 불확정적인 요소가 많아 커다란 정치적 장애물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부정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신경보>는 특히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에 완공된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 사이 54km의 철도 운영, 올해 말 준공 예정인 나진항 제3부두 현대화 공사에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기로 한 데 대해 “2010년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과의 모든 경제 교류를 중단한 5·24 조치를 철회한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달았다. 이 부분의 진단 역시 한반도를 놓고 러시아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신포도 복합심리(Sour Grape Complex)’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진항은 중국으로서는 결코 러시아에 내줄 수 없는 중요한 항구다. 중국은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성 등 동북3성의 물류가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는 도로를 통해 동해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건설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1990년 말부터 시작된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래 국력과 국가 목표를 상실한 채 혼란의 시기를 보내왔다. 그러나 옐친에 이어 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푸틴의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서서히 국력과 국가 목표를 회복하는 중이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한국과의 경제 교류를 통해 빠른 경제 건설에 성공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해 갖게 된 독보적인 영향력에 대한 견제를 시도하는 움직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밀한 사이를 이용해 한중 관계 확장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푸틴의 러시아에도 ‘60일 무비자’라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인 접근책을 펴는 것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을 잘 활용한 외교술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친구이면서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균형 외교를 전개하는 데는 돌다리도 몇 번씩 두드려가며 건너는 신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한국전쟁 직후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중국과 소련을 상대로 양다리 외교를 펼쳐 거액의 경제 원조를 받아낸 사례 등을 참고해, 러시아를 상대하는 데 남북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에 설득하는 프로세스도 가동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두 차례의 걸프전에서 승리한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으로 자리 잡은 이래, 러시아로 달려가 두 나라가 손을 잡고 미국에 대항하자는 논리를 폈다. 미국을 겨냥한 중·러 공조는 현재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해마다 한반도와 넓이가 비슷한 산둥성 일원에서 ‘평화의 사명’이라는 반(反)테러 명목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왔다. 그 훈련의 가상 전장은 한반도이며, 가상 적국이 미국이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동아시아 독주를 저지하는 데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에 걸린 국익 면에서 보면 두 나라는 엄연한 경쟁자다. 중국과 협력자 관계인 러시아의 얼굴과 중국과 경쟁자 관계인 러시아의 얼굴을 잘 구분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는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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