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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4대강 사업’ 재앙 오나

양쯔 강 물 북부로 보내는 ‘남수북조 사업’…마오쩌둥이 맨 처음 제안

모종혁│중국 통신원 ㅣ 승인 2013.12.24(Tue) 18: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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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국가의 중대한 민생 기반 프로젝트입니다. 동선(東線) 1기의 준공은 통수(通水)의 목표를 실현시키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월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류 역사상 최대 역사(役事)를 치하하는 축전을 띄웠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업은 바로 ‘남수북조(南水北調)’다. 이번에 마무리된 공사는 남수북조의 동선(東線)·중선(中線)·서선(西線) 3개 노선 중 동선 구간이다. 장쑤 성 장두(江都) 시 일대의 양쯔 강 하류 물을 산둥 성 둥핑후(東平湖)로 옮긴 후 웨이하이(威海)와 더저우(德州)에 공급하는 공사로, 총길이 1467km에 달한다. 총 500억 위안(약 8조7500억원)을 쏟아부어 연간 87억7000만㎥의 물을 장쑤·안후이·산둥의 1억 주민에게 공급하게 된다.

   
높이를 162m에서 176.6m로 끌어올리는 단장커우 댐 공사가 올 5월 끝났다. ⓒ 모종혁 제공
사업 기간 50년, 총사업비 87조5000억원

남수북조 사업은 양쯔 강과 그 지류의 물을 인공 수로를 통해 북부로 보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002년에 시작해 205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투자한 공사비만 2016억 위안(약 35조2800억원)이고, 총 5000억 위안(약 87조5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양쯔 강 상류의 물을 터널을 이용해 황허 강으로 보내는 서선 사업은 아직 계획 단계지만, 동선과 중선은 1기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첫 결실로 남쪽의 물이 북쪽에 보내지게 됐다.

중국이 유례없는 토목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은 고질적인 수자원 부족과 불균형, 심각한 수질 오염 때문이다. 중국에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4억명이 살지만, 담수 총량은 약 6조2000억㎥로 전 세계의 7%에 불과하다. 1인당 연간 수자원 이용량은 2128㎥로 세계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중국 663개 도시 중 400개 시 이상이 물 부족 상태에 직면해 있고, 136개 시는 그 상황이 심각하다.

수자원의 지역적 불균형도 극단적이다. 양쯔 강 유역과 그 이남 지역은 전체 국토 면적의 36.5%에 불과하지만, 수자원은 8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작지의 65%, 인구의 47%는 북부에 분포돼 있다.

북부 주민은 남부보다 훨씬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물은 남부의 4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질 오염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북부의 젖줄인 황허 강은 5분의 4가 오염됐다. 중국 도시의 50%는 지하수마저 오염돼 식수로 쓸 수 없는 상태다.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1950년대부터 남수북조 사업을 구상해왔다.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풍부한 남부의 물을 북부로 돌려쓰자”고 제안하면서 장기적인 과제로 논의됐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개혁·개방 후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수자원 부족 현상이 극심해지자 사업 진행을 결정했다. 투입되는 공사비만큼 벌이는 사업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전역에서 100여 개의 공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후베이 성 단장커우(丹江口) 댐에서 황허 강을 거쳐 베이징과 톈진으로 강물을 공급하는 중선 1기 공사가 마무리된다. ‘양쯔 강의 물길을 베이징으로 향하게 한다’는 중국 정부의 오랜 염원이 실현되는 것이다.

2년 전 필자는 단장커우 댐과 중선 공사 현장을 다녀온 바 있다. 당시 단장커우 댐은 댐 높이를 162m에서 176.6m로 쌓아올리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저수 수위를 157m에서 170m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본래 단장커우 댐은 1973년 양쯔 강 지류인 한수이 강과 단장 강을 막아 건설됐다. 올해 5월 모든 공사가 끝난 단장커우 댐은 저수 용량이 무려 290억㎥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의 인공 담수호로 변모했다. 그 물을 내년부터는 베이징과 톈진 주민들이 마시게 된다. 단장커우에서 베이징까지는 1276.4km다. 여기에 톈진까지의 155.5km를 더하면 총길이가 1431.9km에 달한다. 2050년 모든 사업이 완성되면 연간 448억㎥의 물을 북부로 보내게 된다.

남수북조 사업은 수로 공사뿐만 아니라 운하 건설도 병행하고 있다. 후베이 성 징저우(荊州)의 양쯔 강 본류와 첸장(潛江)의 한수이 강을 연결하는 67.23km의 운하가 그것이다. 2010년 3월 시작돼 내년에 완공될 예정으로, 총사업비 61억 위안(약 1조675억원)이 투입됐다. 이는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운하가 개통되면 현재 뱃길로 600km에 달하는 징저우와 첸장 간 거리가 9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

   
밀어붙이기식은 우리의 4대강 사업과 닮아

토목공사를 하면 으레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줄 것 같지만, 이번 사업에 대해 많은 우려가 중국 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수년간 양쯔 강의 가뭄이 되풀이되고 있는 데다, 양쯔 강과 그 지류의 수량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양쯔 강 일대는 지난 반세기 이래 최악의 가뭄에 시달렸다. 후베이·후난·장시 등지의 주민 329만명과 가축 95만 마리가 식수난으로 고통을 겪었다.

장중왕(張中旺) 샹판(襄樊) 대학 교수는 “단장커우의 물을 북방으로 보내면 댐에서 하류로 나가는 유량이 적어져 하류에 위치한 도시들이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단장커우 댐 건설 후 샹판 시는 고질적인 가뭄 위협을 겪고 있다”며 “남수북조가 완공되면 한강의 유량은 3분의 2로 줄어들어 식수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차이나의 마톈제(馬天杰) 팀장도 “인위적으로 물길을 돌릴 경우 어떤 문제점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종국에는 남부도 물 부족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각계의 우려를 중국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남수북조건설위원회 판공실 장예(張野) 부주임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쯔 강의 물 중 5%만 북부로 보내기 때문에 남부의 물 사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남수북조 사업이 우리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차이점이 좀 더 크다. 4대강 사업이 치수에 중점을 뒀다면 남수북조는 통수가 목적이다. 4대강 사업이 4년여 만에 졸속으로 추진됐다면 남수북조는 50년을 바라보고 이뤄지는 국가대계다. 그러나 수자원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과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 행태는 똑같다. 수많은 댐과 보를 설치하고 운하 사업을 벌이는 것도 유사하다.

무엇보다 자연을 거스르는 대공사는 생태계에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20세기 초 미국은 로스앤젤레스를 건설하기 위해 오웬스강의 물길을 바꾸었다. 이로 인해 오웬스 강의 수량은 줄어들고 인근 지역은 황폐화됐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남수북조 사업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수 없다. 전 국토를 두고 벌이는 중국의 거대한 도박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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