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뉴스’ 찍어 내기 시작됐나
  • 원성윤│기자협회보 기자 ()
  • 승인 2014.01.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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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 시청률 상승 불구 광고 줄어 회사 측은 “확대해석 경계”

요즘 종편 채널 JTBC 보도국은 축제 분위기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취임하고 직접 <뉴스9> 앵커로 나서면서 뉴스 시청률이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 보도, 국정원 여직원의 변호사비 대납 등 연이은 특종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손석희 사장이 ‘친정’인 MBC를 떠나 JTBC행을 선택했을 때만 해도 “개인이 뉴스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기자들조차 “지금까지의 결과물들만 놓고 보면 적어도 JTBC 뉴스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버릴 때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존재감도 커졌다. JTBC가 신뢰도에서 지상파인 MBC와 SBS를 따돌렸다. 1월2일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서치뷰’가 지난해 12월29~31일 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이동전화 가입자 2500명을 대상으로 지상파 3사(KBS·MBC·SBS)와 종편 4사(JTBC·TV조선·채널A·MBN)의 시청자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JTBC가 MBC·SBS 등을 따돌리고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은 KBS로 나왔다. 응답자의 27.4%가 KBS를 가장 신뢰하는 방송으로 꼽았다. JTBC는 13.3%로 그다음을 차지했다. MBC 11.3%, SBS 11.1%, TV조선 10.3%, MBN 5.1%, 채널A 2.4% 순이었다. 특히 30대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JTBC가 전체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손석희 사장 ⓒ JTBC 제공
방심위, “불공정하다”며 법정 제재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JTBC 뉴스에 대해 “불공정하다”며 법정 제재를 내리는가 하면, 시청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지난해 12월19일 전체회의를 열고 JTBC <뉴스9>가 공정성·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의결했다. 이는 벌점 6점에 해당하는 중징계로 과징금 다음으로 높은 수위다. 방심위는 JTBC 뉴스가 지난해 12월5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시켰다고 지적했다.

당시 JTBC는 법무부의 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해 취재 리포트를 두 꼭지 연속 내보낸 후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스튜디오에 출연시켜 손석희 사장과의 대담을 진행했다. 또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며 손 사장은 “정당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해한다는 의견은 22.0%, 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 판단해야 된다는 의견은 19.3%로 두 의견을 합치면 41.3%이고, 이번 조치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47.5%로, 오차 범위 내이긴 하나 전체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이번 정부 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보도들을 두고 여당 추천 위원들은 “종합뉴스 사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긴 가장 대표적인 수치스러운 사례”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중징계를 밀어붙였다. 특히 권혁부 위원은 “‘유보’ 입장을 반대 입장과 묶어 보도했다. 이는 왜곡”이라며 객관성 위반을 지적했다. 이에 야당 추천인 박경신 위원이 반발하며 퇴장했으나, 여야 6 대 3의 의사 결정 구조에서 다수결에 의해 중징계가 결정됐다. 특히 ‘관계자 징계’는 사실상 손 사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앙일보와 JTBC 평기자들로 구성된 중앙일보·JTBC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는 방심위의 JTBC <뉴스9> 중징계 결정에 대해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보위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을 인터뷰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뉴스의 본질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날 뉴스는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내용을 2꼭지에 걸쳐 보도하는 등 해당 이슈에 대해 고른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며 방심위를 비판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 JTBC 사옥 ⓒ 시사저널 구윤성
관행적 ‘보너스 광고’ 배제 탓 분석도

또 다른 압박 의혹으로 JTBC <뉴스9>의 광고 개수가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진행을 맡은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2009년 당시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신경민 앵커(현 민주당 의원)가 물러날 때와 비슷하게 방심위의 압박과 광고 감소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방심위가 나서 박혜진 MBC <뉴스데스크> 여성 앵커의 총파업 참여 ‘클로징 멘트’를 포함해 방송법 개정안 등 언론관계법 보도에 대해 ‘경고’를, ‘방송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편 등에 대해서는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리며 압박을 가했다. 신경민 의원은 “당시의 경제 상황으로 봐서 11개 내지 12개 정도의 광고가 들어왔어야 하는데, 사실상 한두 개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광고를 통한 우회적 압박이 들어왔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상만 놓고 보면 JTBC 역시 비슷하다. 미디어 전문지 ‘PD저널’이 시청률 조사 회사 TNmS에 의뢰해 지난해 8월1일부터 12월15일까지 JTBC <뉴스9>의 광고(시보 광고 포함) 현황을 분석한 결과, <뉴스9>의 앞뒤에 붙는 광고 개수가 손 사장이 진행을 맡기 전과 비교해 80%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손 사장이 앵커로 오기 전인 지난해 8월엔 <뉴스9>의 하루 평균 광고 편수가 8.6개였다가 9월 5.7개, 10월 2.6개, 11월 2개, 12월 1.5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16일에는 뉴스 시작 전 시각을 알려주는 시보 광고를 제외하고는 전후 광고가 아예 없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뉴스9>의 광고 급감을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스9>의 지난해 12월 평균 시청률은 1.4%로 지난해 8월 0.8%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광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외부의 지적과 의구심에 JTBC 측은 조심스런 반응을 나타낸다. 단순히 광고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종편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보너스 광고’를 배제하고 실제 청약한 광고만 싣기로 한 뒤 나타난 현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JTBC 관계자는 “손 사장의 뜻이기도 하다”며 “MBC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할 때도 광고 자체는 그리 많지 않았고 큰 광고들만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손 사장의 뉴스에 대한 징계, 광고 압박 등이 겹치면서 과연 JTBC가 이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손 사장에 대한 압박이 전 방위로 진행되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이 과연 끝까지 보호해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언론계 주변에서는 “손 사장의 대중적 영향력이 입증됐고 JTBC의 위상도 올라간 만큼 손 사장을 쉽게 내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어쨌거나 2014년도 손석희 사장에게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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