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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에 눈을 잃고 선율을 얻다

개그맨 출신 이동우, 디바 웅산의 재즈 세계 입문

김광현│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ㅣ 승인 2014.01.14(Tue) 11: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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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김미화·호세윤 부부가 운영하는 경기도 용평의 작은 카페 ‘호미’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개그맨 이동우가 재즈 앨범 <이동우 스마일 터닝 투 재즈(Lee Dong Woo ‘Smile’ Turning To Jazz)> 발매를 앞두고 라이브 공연을 한 것이다. 오프닝 무대를 선보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오늘 공연의 주인공이라며 ‘재즈 가수 이동우’를 불러냈다. 무대로 나온 이동우는 “헬렌 켈러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다면 저 이동우에게는 웅산 선생님이 계십니다. 헬렌 켈러가 설리번 선생님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면 저는 웅산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재즈를 통해서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이동우는 재즈 가수로서 인생의 3막을 시작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19일 서울 삼성동 재즈파크에서 열린 이동우 단독 콘서트에서 웅산이 무대에 올라 격려하고 있다. ⓒ 이동우 SM 제공
1993년 SBS 개그맨 공채 2기로 데뷔한 이동우는 인기 개그맨이었다. 표인봉·김경식·홍록기·이웅호와 함께 결성한 틴틴파이브(Tin Tin Five)는 1980년대 말 많은 인기를 얻었던 할리우드 영화 <로보캅(Robo Cop)>을 소재로 한 ‘로보캅’ 개그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나의 고백> <머리 치워 머리> 등의 히트곡을 낸 댄스그룹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이동우는 타고난 끼와 연륜으로 DJ와 MC를 넘나들며 방송인으로서도 안정적인 활동을 펼쳐갔다. 그러던 중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소병 진단을 받았다. 망막세포 이상으로 시야가 좁아지다가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현재 정확한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 방법도 없는 병이다. 40대를 전후해 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병으로, 이동우도 마흔 살이 되던 2010년 법적 실명 판정을 받았다.

안타까운 소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7년 아내 김은숙씨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동우는 자서전 <5%의 기적>에서 그날의 일을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정말 죽으라 죽으라 하는구나 싶어 다리 힘이 풀렸다”고 표현했다. 끝없는 고행의 길에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바로 아내의 온전한 사랑과 기적처럼 태어난 딸 지우였다. 2009년 11월 한 방송에서 숨겨왔던 자신의 병을 알리고, 2010년 다큐멘터리 <사랑>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시각장애인으로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2004년 망막색소변성증 희소병 진단

인생 3막, 그러니까 재즈 가수로서의 삶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2011년 가을, 라디오(평화방송 <이동우, 김다혜의 오늘이 축복입니다>)에 게스트로 나온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그에게 재즈 보컬을 권한 것이다. 처음에는 재즈라는 낯선 장르에 대한 궁금증보다 확고하게 재즈를 권하는 웅산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컸다고 한다. 웅산은 “재즈 음악을 하면 정말 행복해질 것”이라고 그를 설득했다. 그녀는 “이동우씨의 목소리는 특별하다”며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면 그 목소리로 좋은 일을 하라고 좋은 음성을 주셨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예전 틴틴파이브 시절의 활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팀에서 가장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인 멤버가 이동우라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그렇게 이동우는 재즈 공연을 보고 재즈 음악을 듣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레슨을 받으며 재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첫 앨범 <Lee Dong Woo ‘Smile’ Turning To Jazz>는 재즈와 만난 2년여의 과정을 담담히 기록한 결과물이다.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웅산이 프로듀싱을 맡고 국내 최정상급 재즈 연주자인 성기문(피아노)·오정택(베이스)·김윤태·숀 피클러(드럼)·김정균(퍼커션)·박윤우(기타) 등이 힘을 보탰다. 웅산의 오랜 음악 파트너인 색소포니스트 스즈키 히사츠쿠는 공동 프로듀서와 함께 근사한 색소폰 연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동우가 앨범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 ⓒ 이동우 SM 제공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My Love>는 웅산이 직접 작사·작곡해 이동우에게 선물한 곡이다. “어느새 그대의 두 눈은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 말하지 못한 내 깊은 사랑은 그대 안에서 잠든다”는 노랫말로 이동우의 마음을 대신했다. 대표적인 재즈 스탠더드인 <I Love Paris>에서는 가볍게 리듬을 타며, 세션들의 탄탄한 연주와 어우러지는 <Autumn Leaves>에서는 여느 재즈 가수 못지않은 호흡을 보여준다. 윤종신의 <시간>과 조덕배의 <꿈에>는 이동우 스타일로 다시 부르고 있는데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감정 실린 노래가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시간>은 그가 직접 선곡해 감미롭게 노래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백미는 웅산의 곡인 <Fly With You>로 이동우의 남성적인 보컬에 잘 어울리는 경쾌한 스윙 리듬을 입혔다. 이렇게 곡마다 다양한 리듬을 적용하는 등 탁월한 편곡 능력을 보여준 웅산의 프로듀싱도 앨범 감상의 색다른 재미다. 라틴 스타일로 연주되는 마지막 곡 <It Had Better Be Tonight>까지 흐르고 나면 이동우의 노래가 그저 일회성으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재즈에 좀 더 진지하게 다가서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또한 기대하게 된다. 2010년 틴틴파이브로 <다섯 남자의 다섯 번째 이야기>를 발표하는 등 가수로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재즈 가수 도전에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웅산은 “가사만 외워서 하는 재즈는 사실 재즈가 아니다”라며 “노래 안에 자연스러운 스윙이 있어야 사람들이 편안하게 듣고 다른 보컬리스트와 다른 이동우 스타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었다. 웅산은 “이렇게 노래에 다가가면 스윙 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감상자라도 동우씨의 음악을 들으면서 스윙이 나를 기쁘게 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웅산은 제자 이동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동우씨에게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칭호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는 학생으로서 너무나 성실히 최선을 다해줬고, 두 번째로 나도 선생으로서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해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동우는 지난해 환경재단이 주최한 ‘2013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방송연예 부문 상을 수상했다.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를 밝혀준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으로 시민들이 직접 추천한다. 2013 ITU 통영 트라이애슬론월드컵 철인 3종(수영·사이클·마라톤) 경기를 완주하고, 재즈 앨범을 발표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그에게 어울리는 상이다. 재즈 음악이 그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 무대 위에서 행복하기에, 그리고 내일 더 행복해질 것이기에 그는 오늘도 노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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