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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이 ‘교권’을 짓뭉갰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개정 논란…보수-진보 따라 현실 인식 큰 차이

이규대 기자 ㅣ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1.28(Tue) 19: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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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가 다시 교육 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진원지는 서울이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조례 개정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1일,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후 논란이 뜨겁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개정안을 앞장서 지지한다. 전임 곽노현 교육감 재임 당시 시민 발의를 추진해 조례 입법을 이끌었던 진보 성향 시민단체나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는 이에 반발한다.

급기야 1월10일 서울시교육청이 개최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토론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일부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야유와 환호를 거듭했다. 토론자의 발언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울 정도였다. 토론 방해 행위를 중지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항의가 이어졌고, 언쟁은 끝내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양측의 의견 대립은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할 정도로 골이 깊다.

   
1월10일 서울 충정로 NH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학생인권조례 개정(안) 토론회’에서 찬반 양측의 충돌이 격화되자 경찰이 출동해 정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토론 불가능할 정도로 대립 골 깊어

입법 예고된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이 과연 적절한지가 주요 쟁점이다.

우선 법적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개정안 추진은 현행 조례가 학교장의 학교 규칙(학칙) 제정권을 제한한다는 논리가 바탕이 됐다.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이 규정하는 바를 하위법인 조례가 침해한다는 것이다. 오승걸 남서울중학교 교장(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은 “조례에 대한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단위 학교에서 학교 실정에 적합한 학칙을 제정해 운영하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개정”이라고 주장한다.

배경내 서울시학생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학교장의 독단적 판단으로 학칙과 생활지도 방향이 좌지우지되고 생활지도 명목으로 학생의 인권이 함부로 제한된 사회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학교의 최종적 책임자로서 학교장이 학칙을 만들더라도 그 학칙이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과 거쳐야 할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성적 소수자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내용이 개정안에서 삭제된 것도 민감한 쟁점이다. 개정안은 빈곤·장애 학생, 한부모·다문화 가정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에 대한 내용을 보강했음에도, 성적 소수자의 경우만 ‘개인 성향’이라는 단어로 교체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해 갈등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성적 소수자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조례 입법 당시에도 논란이 됐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조례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면 학생들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개정안에서도 성적 지향 부분을 ‘개인 성향’으로 묶어서 처리했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수경 학생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례가 제정된 이후에도 성 소수자 학생들은 충분히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관계에 대한 이해다. 개정안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현행 조례가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교사의 학생 지도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현행 조례를 고수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개정안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개정안에서는 특정 사유가 있을 때 학교 규칙으로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두발·복장·소지품 검사 등은 학칙 및 교사에 의한 규제를 강화했다. 학생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조항도 보강됐다. 현행 조례가 보장하는 학생 인권을 일정 부분 제한해야 학교 및 교사의 자율적 학생 지도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명남 영림중 교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는 “교권의 의미는 교육 전문가인 교원이 정치적 혹은 그 밖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오직 자신의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자주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뜻이지, 학생 인권과 대치되는 권리이거나 핵심 인권을 뺏으면서까지 행사되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의 ‘진짜’ 현실은?

양측 진영을 대표하는 토론자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고3 진학을 앞둔 김수경 학생은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의 일원으로,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의 학교 현장을 관찰해왔다. 현재 참여단 소속 100명의 학생은 ‘원안 고수’를 주장하기로 뜻을 모았다. 반면, 토론회에 학부모 대표로 참석했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개정을 넘어 폐기를 주장한다. 학생인권조례를 향한 보수적 시각을 대변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각 주장의 전제가 되는 현실 인식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례 개정 내지는 폐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지난 2년간 학교 현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조례 등장 이후 학생의 권리가 신장된 반면 교사의 지도력이 약화됐다”(오승걸 교장)는 것이다.

반대로 현행 조례를 고수하자는 쪽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서 사실상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본다. 대법원 무효 소송, 서울시교육청의 의지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이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때문인지 파국으로 치닫는 경쟁 교육과 삶의 위기 때문인지, 어려움에 처했다고 하는 교사의 생활교육이 과연 정당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막연한 심증이 아닌 객관적 검증이 필요한 작업이다.”(배경내 부위원장)

지난 2년간 학생인권조례는 교육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학생 인권을 신장시켜 교사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을까. 아니면 일선 학교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황일까. 현재의 개정 논란은 이 ‘두 개의 현실’을 하나로 교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짜’는 과연 어느 쪽에 가까울까.            

 


“조례에 손대는 이유 모호하다” 
김수경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 소속 학생

   
ⓒ 시사저널 구윤성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개정하려는 사유가 너무 모호하다. ‘머리가 단정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수준의 이야기,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이 있으면 학생들의 성 정체성이 바뀐다는 논리 같은 걸 내세우니 어이가 없다. 학생 인권 제한을 허용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개정안 추진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학생참여단은 조례에 입각해 설립된, 교육청에 소속된 기구다. 조례에도 개정 시 참여단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개정안 입법 예고) 보도자료가 나온 날에야 알았다. 그 전에는 개정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그에 대해 제대로 의견을 제시한 적도 없었다.

조례가 교육 현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나.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일부 혁신학교와 공립학교에서 학칙을 조례 취지에 맞게 개정·완화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사립학교를 비롯해 대다수 학교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서울 각 지역별로 분포된 100명의 학생참여단 의견을 종합해 보면, 조례를 통해 변화를 경험한 학교는 드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례가 제정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었다. 학칙이 조례를 반영해 개정돼야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가능한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조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학칙을 일부 수정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현행 조례에서는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학칙은 너무 튀지 않는 수준에서 받아들이는 정도다.

조례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인권 개념에 대해 자세히 아는 학생은 많지 않다. 다만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호의적이다. 두발 자유, 소지품 검사 금지 같은 것들이다.

학생 인권이 교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교권은 교사가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권리 아닌가. 그런데 두발 단속과 소지품 검사가 정말 그런 권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인권이라는 개념을 악용해 교사를 위협하는 학생이 있다고 해도, 그건 교육의 대상이지 (조례 개정을 통한)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조례에 손대는 이유 모호하다” 
김수경 서울시교육청 학생참여단 소속 학생

   
ⓒ 시사저널 구윤성
기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교권이 무엇인가.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교사의 지도권 아닌가. 지금 그것을 보장할 수 없는 건 조례 때문이다. 조례가 만들어져 모든 것에 인권이 기준이 되면서다. 선생님들이 수업에 지장을 주는 학생에게 야단 한번 칠 수 없게 돼 지도권이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조례가 학생 지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할 수 있나.

(조례 개정안) 토론회에 참석한 교장 선생님이 한 얘기가 그랬다. 일선 교사들 입에서도 그런 얘기가 항상 나온다. 지금은 학생이 교사를 어렵게 생각하도록 하는 요소가 없다. 학생을 끝없이 보호하고 관심을 가져야 교육인데, (조례는) 그런 관심을 차단시키고 있다. 교육은 끊임없는 잔소리의 연속이다. 그런데 그런 잔소리를 못 하게 만들면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다.

조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건 ‘정치 조례’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을 보라. (진보 세력이 학생들을) 자기 정치를 위한 도구, 즉 홍위병으로 세우려고 한 것이다. 인권이라는 미명 아래 과도한 자유를 줘 정치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것이다. 조례를 통해 예산도 따라오지 않나. 학생인권위원회 구성, 학생·학부모 인권 교육, 인권 관련 책자 배포 등 자기들의 일자리도 창출한다. 개정을 넘어 폐기까지 가야 한다.

인권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인데.

물론 학생 인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권은 권리 아닌가. 권리 이전에 의무와 책임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부모와 교사의 관리하에 있으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그 의무를 성실하게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걸 다 해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조례를 통한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학생 인권은 어떻게 보장해야 하나.

학년 초에 학생 인권에 대한 공동선언·협약 등을 하면 된다. (제도적으로는) 학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도록 학칙으로 관리하면 충분하다. 학생-학부모-교사-교장이 협의해 개별 학교에서 각자의 사정에 맞게 정하면 된다. 조례가 학칙의 상위법이 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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