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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만원짜리 ‘캐몽’, 원산지에선 97만원

이탈리아 ‘몽클레르’는 원산지보다 98%, 캐나다구스는 67%나 비싸

김지영 기자 ㅣ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2.12(Wed) 14: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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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일반(평민)-중산층-양아치-있는 집 날라리-대장’. 인터넷상에서 떠돌아다니는 ‘2014년 패딩 계급도’다. ‘찌질이’는 가장 낮고, 양아치급부터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칭호가 붙는다. 양아치급 패딩은 평균 110만원대인 탓에 한 벌만 사도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뜻이다. 3년 전쯤만 해도 노스페이스가 등골브레이커로 학부모 사이에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노스페이스는 현재 찌질이로 전락했다. 30만원대로 그다지 싸지는 않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입는다는 이유로 계급이 강등됐다.

그러면서 새로운 등골브레이커가 나타났다. 캐나다구스와 이탈리아 몽클레르. 줄여서 ‘캐몽’이라고 한다. 캐나다구스는 평균 110만원, 몽클레르는 무려 170만원대에 이른다. 높은 가격으로 ‘해외 직구(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직접 구매)’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두 브랜드, 정말 거품은 없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캐몽의 캐나다·이탈리아 현지 가격과 국내 빅3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 미국 백화점(노드스트롬·바니스뉴욕), 해외 직구 사이트(아마존·캠프세이버·매치스·파페치 등), 구매 대행 인터넷 카페, 전문 병행 수입업체(오케이아웃도어·코스트코·빅마켓 등)의 판매 가격을 직접 비교했다. 그 결과 두 브랜드 모두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에 입점되는 순간 가격이 최고 두 배 가까이 뛰는 것으로 확인됐다.

몽클레르는 ‘패딩계의 샤넬’이라는 별명답게 한국 백화점 가격이 원산지보다 최고 98%, 캐나다구스는 평균 67% 정도 높았다. 캐몽 모두 해외 직구나 병행 수입을 통할 경우 백화점보다 최대 절반 가까이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 복잡한 유통이 주요 원인

원정 도박 파문을 일으킨 방송인 신정환이 귀국할 때 입어 유명세를 탄 몽클레르 ‘마야(MAYA)’는 이탈리아에서 90만원대이지만 국내 백화점에서는 159만원으로 원산지 가격보다 76% 비싸다. 롯데마트가 병행 수입을 통해 들여온 마야는 지난해 12월 빅마켓 영등포점에서 81만5000원에 판매됐다. 백화점보다 절반 정도 싸다. 몽클레르의 올겨울 신상품 ‘바벨(barbel)’도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97만원대인 반면 국내 백화점에서는 169만원으로 70만원 정도 비싸다. 하지만 직구 사이트로 유명한 영국 쇼핑몰 ‘매치스’에서는 117만원이면 살 수 있다. 관세(13%), 부가세(10%), 배송비(20파운드)를 모두 포함해도 백화점보다 50만원 정도 저렴한 것이다. 몽클레르 ‘란스(Lans)’의 국내 백화점 가격도 이탈리아보다 70%가량 높다. 이탈리아에서는 약 63만원이지만 국내 백화점에서는 107만원이다. 영국 쇼핑몰 매치스를 이용해 구입하면 백화점보다 38% 저렴한 약 77만원(관세·부가세와 배송료 포함)에 살 수 있다. 현지보다 82%나 비싼 가격(193만원)에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상그리아(Sanglier)’도 직구를 이용하면 24만원 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현지에서 104만원대인 몽클레르 ‘엘레베(Eleve)’도 지난해 국내 백화점에서는 160만원에 판매됐지만 직구를 이용하면 134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올 초 코스트코 양재점에서는 몽클레르 ‘배디(Bady)’를 백화점(153만원)의 35% 수준인 99만원에, ‘팁(TIB)’은 백화점(93만원)보다 3분의 1 정도 싼 69만9000원에 내놓았다.

캐나다구스도 국내 백화점에서 현지보다 최고 72% 높게 판매된다. ‘칠리왁 봄버(chilliwack bomber)’는 국내 백화점에서 99만원이지만, 캐나다에서는 57만7144원이다. ‘트릴리움(Trilliun)’과 ‘몬테벨로(Montebello)’도 한국에서는 105만원에 팔리지만 캐나다에서는 절반 이상 싸다(63만493원). 배우 한가인과 이승기가 입어 캐나다구스 베스트셀러가 된 ‘익스페디션(Expedition)’도 국내 백화점(125만원)이 캐나다(77만1142원)보다 62%가량 비싸다. 하지만 이 제품 모두 전문 병행 수입업체와 아마존, 캠프세이버 등에서 직접 구매하면 백화점보다 최고 43% 싸게 살 수 있다.

국내 백화점 가격이 현지에 비해 턱없이 비싼 까닭은 무엇일까. 산업연구원(KIET)은 2012년 8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의류 재고 시장 현황과 시사점’에서 옷 가격이 높은 이유로 백화점의 높은 수수료, 복잡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거래 비용 등을 꼽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백화점 수수료율을 보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경우 평균 22%(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기준)다. 100만원대의 옷을 백화점에서 팔면 22만원이 백화점 몫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몽클레르를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해외 브랜드 매출의 26% 정도를 백화점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금융감독원 공시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지난해 4분기 신세계백화점에 위탁 판매 수수료로 낸 금액은 104억9100만원이다. 동일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수수료율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롯데·현대·신세계 등에 약 315억원을 수수료로 지불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해외 브랜드 매출(1210억원, 교보증권 추정)의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다시 말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원가 100만원짜리 ‘몽클레르’ 상품을 수입할 때 수수료 때문에 판매 가격이 125만원으로 훌쩍 올라가는 셈이다. 배송비를 포함한 통관 비용, 관세·부가세 등 각종 세금을 감안해 소비자 가격을 책정할 경우 옷값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수입업체의 고가 정책도 거품의 원인

독점 수입업체들의 고가 정책도 옷값 거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기업의 고가 정책을 알려면 ‘마크업(markup)’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보통 옷값은 제조 원가에 유통 비용과 이윤을 붙여 책정되는데, 패션업체들이 유통 비용과 이윤을 합친 가격이 바로 마크업이다. 대기업 계열 패션업체 관계자는 “마크업에 유통 비용이 포함된다고 하지만 그 비용은 소액으로 ‘마크업=이윤’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국내 유명 수입 브랜드는 원가율이 15~20% 수준인데, 원가가 20만원이면 여기에 마크업을 4~4.5배 붙여 실제 소비자가격은 100만원대로 판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193만원짜리 몽클레르 ‘마야’의 경우 제조 원가, 의류 관세(13%), 통관비(3%대), 부가세(10%) 등을 포함한 수입 원가는 평균 43만~48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수입 원가를 뺀 145만~150만원에 백화점 수수료(26%), 매장 운영비, 인건비, 본사와 맺은 계약료 등이 포함된다. 수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괜찮은 장사인 셈이다. 패션업계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보다 수입 브랜드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되는 것도 이러한 높은 마진 구조 탓이다. 실제로 교보증권이 지난 1월 작성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013년 4분기 매출 분석 보고서는 해외 패션 부문 매출이 2012년보다 13.7%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몽클레르를 주요 성장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 해외 패션 수입 브랜드 바이어는 “LG패션이 레인부츠 ‘헌터’를 수입할 때 제조 원가의 4.5배를 붙여 수입 초창기 백화점에서 팔아 재미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레인부츠를 백화점에서 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느냐”며 “결국 수입업체의 높은 마진이 병행 수입과 직구를 활성화하게 만드는 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훈 산업연구원 의류·섬유 담당 연구원은 “외국에선 싼 유니클로나 자라가 왜 국내에선 비싸냐. 그만큼 수입업체들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백화점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짝퉁’ 논란을 떠나 캐나다구스나 몽클레르의 해외 직구나 병행 수입이 왜곡된 한국의 의류 유통 구조와 패션업체의 고가 전략을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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