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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원 섹스 산업에 올가미를 씌우다

후춘화 중국 광둥성 서기의 ‘매춘과의 전쟁’ 이면

모종혁│중국 통신원 ㅣ | 승인 2014.02.26(Wed) 15: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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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9일 저녁 중국 국영 CCTV의 인기 보도 프로그램 <초점방담(焦點訪談)>은 전례 없이 낯 뜨거운 뉴스를 내보냈다.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시에서 횡행하는 섹스 산업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도한 것이다. 몰래카메라를 든 기자는 룸살롱(商務會所), 사우나, 안마소 등에서 벌어지는 매매춘의 전 과정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수일간 은밀하게 벌인 탐방 결과가 방송되던 날, 둥관 시 공안국은 이들 퇴폐업소에 대한 단속을 벌였다. CCTV 기자의 제보를 토대로 퇴폐업소 39곳을 급습해 성매매와 관련된 162명을 체포했다. 다음 날인 10일, 중국 공안부는 긴급회의를 열어 “매춘 조직과 업소는 물론 뒤를 봐주는 배후 세력을 엄단하겠다”며 각지 공안 기관에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성역 없이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공안이 베이징의 한 나이트클럽을 급습해 성매매가 의심되는 여성들을 적발했다. ⓒ AP 연합
그날부터 사흘 동안 광둥성 공안청은 경찰 6000명을 동원해 둥관 시 일대 1만8000여 곳의 호텔, 유흥업소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업주와 매춘 여성 등 920명을 적발해 이 중 121명을 구속하고 364명을 구류 처분했다. 또한 옌샤오캉(嚴小康) 둥관 시 공안국장과 둥관진(鎭) 당서기, 공안분국장, 파출소장 등 당·정 간부들을 면직했다. 한술 더 떠 공안부는 16일에 “황두두(黃賭毒, 성매매·도박·마약)를 전국적으로 일제히 단속하라”며 ‘3대 악(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번 전쟁의 시발점인 둥관은 중국 최대의 공업 도시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가전, 컴퓨터, 휴대전화 등 중국 전자·IT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둥관에서 선전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막히면 전 세계 컴퓨터 산업의 70%가 마비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2006년 둥관에서 조업 중인 기업 수는 2만5000여 개에 달했고 노동 인구는 800만명이 넘었다. 이 중 80% 이상이 중국 내륙에서 유입된 인구였다. 실제 2012년 현재 둥관 상주인구 829만명 중 둥관 호적(戶口)을 가진 주민은 187만명에 불과하다.

8조원 매춘 산업 건드리는 후진타오 후계자

외자를 유치해 수출과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둥관 모델’은 중국 제조업 발전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둥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같은 해 둥관의 외자 유치는 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17.2%라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2009년 수출은 -17%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더구나 중국은 이미 2005년부터 임금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위안화 환율이 절상됐다. 2007년에는 노동법이 개정돼 기업 경영이 더욱 어려워지던 시점이라 상황이 심각했다. 2008년 말부터 공장 도산이 줄을 이었고 외국 기업은 해외로 엑소더스를 단행했다. 2008~10년 3년간 둥관에서 실직한 노동자는 160만명에 가까웠다.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항의 투쟁 때문에 둥관 곳곳은 시위대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꽃을 피운 것이 섹스 산업이다. 일자리를 잃은 여공들이 성매매업소로 흘러들어갔다. 2010년부터 둥관에서는 부동산과 숙박업 발전이 두드러졌다. 특히 엄청난 호텔 투자가 이뤄져 베이징, 상하이 다음으로 호텔이 많아졌다. 지난해 초 현재 5성급 21개, 4성급 25개에 달해 광둥성 고급 호텔의 20%가 둥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CCTV의 보도에서 주로 지적된 것이 바로 고급 호텔 내 유흥업소에서 벌어지는 매매춘이다. 호텔 내 룸살롱, 사우나, 안마소 등은 다양한 시설과 수백 명의 접대부를 두고 손님을 받았다. 한 호텔 직원은 “우리 호텔은 숙박업소가 아니라 성매매 장소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거대한 클러스터를 갖춘 둥관의 섹스 산업은 무려 500억 위안(약 8조75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매춘 여성만도 30만명에 달한다.

‘초점방담’ 보도와 더불어 성매매 단속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것은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가 강력히 개입했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된 후춘화는 곧바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서기에서 광둥성으로 전임했다. 광둥성은 지난해 GDP(국내총생산)가 6조2300억 위안(약 1090조2500억원)으로 한국과 대등하고, 인구는 1억명을 넘는다. 이 광둥을 무대로 후 서기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해왔다.

첫 움직임은 지난해 12월29일 벌인 마약 조직 소탕전이다. 광둥성 공안청은 무장 병력 3000여 명을 투입해 루펑(陸豊) 시 보스(博社) 촌의 마약 제조·판매 조직을 적발했다. 육·해·공 입체 작전을 펼쳐 마약 조직 18개, 조직원 182명을 체포하고 필로폰 3톤, 원료 23톤, AK47 소총 수십 정 등을 압수했다. 마약 제조를 눈감아온 차이둥자(蔡東家) 촌서기를 비롯한 당·정 간부와 경찰도 구속했다. 이번 매춘과의 전쟁은 그 연장선에 해당한다.

후 서기는 16세에 베이징 대학 문과를 수석 입학한 수재다. 졸업 후 티베트 근무를 자원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1997년까지 티베트에서 일하면서 자치구 부서기와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서기를 역임한 그는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1988년 구이저우(貴州)성 서기에서 티베트 서기로 전근하면서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90년 27세의 젊은 관료인 후춘화를 공청단 부서기로 발탁한 이가 바로 후 전 주석이다.

1997년부터 베이징에서 공청단 중앙서기로 일했고, 2001년 다시 티베트로 돌아가 착실히 근무했다. 2006년 43세 때 최연소로 장관급인 공청단 제1서기가 됐고 2008년 허베이(河北)성 성장, 2009년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 등으로 승진 가도를 달렸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후 서기를 공청단파의 적자이자 후진타오 전 주석의 숨겨진 후계자로 주목하고 있다.

“지방 부임 연례행사” 시선 곱지 않아

분리 독립 성향이 강한 소수민족 자치구에서 주로 일했던 후 서기는 경제 성장보다 사회 개혁을 중시한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그를 광둥성으로 보낸 것도 광둥을 개혁하라는 의미였다. 이는 집권하자마자 부패와의 전쟁을 펼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뜻과도 일치한다. 그렇기에 후 서기는 범죄 조직 단속에 그치지 않고 그 뒤를 봐준 당·정 관료 척결에도 공들이고 있다.

광둥뿐만이 아니다. 쓰촨(四川)·헤이룽장(黑龍江)·후난(湖南)·장쑤(江蘇)·산둥(山東)·광시(廣西)·간쑤(甘肅)에서도 성매매와 도박 단속에 들어갔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3대 악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런 부산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역대 지방 지도자들이 부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연례행사처럼 벌여왔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7년 충칭(重慶) 시 서기로 부임했던 보시라이(薄熙來)다. 2009년 보 전 서기는 왕리쥔(王立軍) 공안국장을 앞세워 2900여 명의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고 그 뒤를 봐주던 원창(文强) 사법국장 등 14명의 고위 공직자를 구속했다.

이뿐만 아니라 CCTV가 매춘 여성들의 얼굴을 공개하자, 지식인과 네티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16일부터 일단의 여대생들은 CCTV 본사 앞에서 ‘성매매 종사자도 인권과 인격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후 서기가 이런 냉소와 반발을 딛고 제대로 된 사회 개혁을 이뤄낼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 이벤트로 끝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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