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심판은 왜 브라질 못 갔지?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7.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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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권 14명 참가…축구협회 외교력 부재 지적

브라질월드컵 개막전 심판은 일본인 니시무라 유이치였다. 이 심판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우리나라의 정해상 심판과 짝을 이뤄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8강전 심판을 본 인물로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낯익다. 문제는 우리나라 심판은 이번 월드컵에 한 명도 참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 박해용 심판이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정해상 심판까지 5회 연속 이어 오던 한국 심판의 월드컵 본선 진출 맥이 끊어진 것이다. 한국 심판 맥이 끊어진 이유는 ‘트리오’ 제도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중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1명의 주심과 2명의 부심을 같은 언어권 출신으로 묶는 이른바 트리오 제도를 이번 대회부터 적용했다. 그 결과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25개 심판조(43개국, 91명)에 단 한 명의 한국 심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니시무라 유이치(일본) 심판이 6월12일(현지 시간) 열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크로아티아 수비수 데얀 로브렌이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의 어깨를 잡아챘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하고 있다. ⓒ Xinhua
한국 심판의 월드컵 진출을 막은 트리오 제도는 아이로니컬하게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생긴 사건 때문에 도입됐다. 2002년 6월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터키의 예선 1차전에서 히바우두가 하칸 위살(터키)이 찬 공에 무릎을 맞았음에도 코에 맞은 척하면서 얼굴을 감싸안으며 나뒹굴었고, 이 경기에서 주심을 보던 김영주 주심은 아프리카 출신 부심에게 의견을 구한 뒤 하칸에게 경고를 주면서 퇴장시켰다. 결국 히바우두는 FIFA의 제재(벌금)를 받았다. 논란이 커지면서 김영주 주심은 이후 심판 배정을 받지 못했다.

이후 FIFA는 주·부심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같은 언어권으로 주·부심을 묶는 트리오 제도를 구상하고 이번에 실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 심판은 이번 브라질월드컵에 주·부심으로 3명이 참가했고 한국은 0명이 된 것. 아시아권에서는 5명의 주심과 9명의 부심이 브라질행 비행기를 탔다. 아시아 주심은 이란·우즈베키스탄·호주·일본·바레인 출신이다. 이 중 바레인·호주·일본은 부심도 2명씩 배정받았고 이란·우즈베키스탄 그리고 러시아어를 쓰는 키르기스스탄 부심은 1명씩으로 트리오 제도 원칙도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월드컵 심판 배출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의 발언권, 협상력과 상관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 맹주 자처하면서 심판은 홀대

일각에선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일본인 심판위원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우리 축구협회가 월드컵 때마다 자체 선발 시험을 통해 파견 심판을 자주 바꾸는 것이 우리 심판진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심판을 평가하는 AFC 심판평가관으로도 남자 6명, 여자 3명이 활동하지만 우리는 남자 2명, 여자 1명뿐이다.

그렇다고 한국 심판의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국은 AFC 심판 그룹 A·B·C·D 중 A그룹에 속한 주심 6명, 부심 9명이 활동 중이다. 한국 심판과 한국 축구의 수준을 감안해 아시아에서 1급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A그룹에는 한국·이란·일본·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있다. 이 중 이란과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 심판을 배출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축구협회의 외교력 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축구인들은 심판도 대한민국 축구 경쟁력의 하나인 만큼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책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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