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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에 발 담그고 보니 '으스스'

시사저널-예스24 공동 추천 여름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추리·공포소설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4.07.24(Thu) 12: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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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책이나 보고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인간에게 있다. 심지어 가끔은 형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잡을 수도, 막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무언가에 있다. 답은 어두컴컴한 과거와 그 안에 숨겨진 감정 속에 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추리소설 <가장 잔인한 달>(피니스아프리카에 펴냄)을 쓴 루이즈 페니의 말이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결국 폭발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소설은 이야기 이상으로 많은 것을 독자에게 들려준다.

한여름 밤을 시원하게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장르소설. 이제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단문 중독에 빠진 이들을 치료(?)해주는 등 여러 용도로 쓰이고 있다. 지난겨울 대학 논술시험에 추리소설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 덕에 장르소설을 좋게 보지 않던 학부모들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추리소설을 읽는 데도 배경지식이 요구돼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났다. 국내 최초로 펴낸 셜록 홈즈 전집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출판사 황금가지의 김준혁 편집장은 “아이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추리소설이 교육용으로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니 휴가지에서 온가족이 둘러앉아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현실 반영한 ‘사회파’ 작가들의 신간 늘어

서점가에서는 해마다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추리·공포소설을 골라 따로 진열하고 있다. 그들을 일별해보니 단순한 내용은 드물고 사회소설이라 할 만한 작품 등 다양한 소재로 눈길을 끈다. 여름을 맞아 장르소설계 국내외 거장들의 신작도 잇따라 출간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랑스 스릴러의 거장으로 꼽히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실업자>(다신책방 펴냄)는 57세의 실업자가 취업하기 위해 대기업 채용 시험에 응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소설은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고령화 사회와 실직 사회의 어둠을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작가의 아버지가 56세에 실업자가 되면서 겪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운 가족사에서 시작된 이야기라서 실화 같다. 수많은 사람이 겪는 불안을 밑바닥까지 처절하게 묘사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는 ‘범죄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마이클 코넬리가 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LA) 살인 사건 전담 형사인 해리 보슈 이야기를 꾸준히 써왔는데, 최근 건재를 알리듯 해리 보슈 시리즈 13편 <혼돈의 도시>(RHK코리아 펴냄)를 내놨다.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주인공의 대사 한 줄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민의 안녕과 사회질서는 산마루에 죽어 자빠져 있는 저 남자로부터 시작되는 거야. 우리가 그를 잊으면, 다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거든.” 이 소설은 의료용 방사성 물질을 취급하던 의사의 죽음이 중심을 이룬다. 사건 수사를 맡은 주인공은 이것이 단순 살인이 아니라 LA 전역을 상대로 한 테러 위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살인범을 쫓는다.

   
국내와 일본 유명 작가도 여름 나들이

프랑스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며 프랑스에만 200만 독자를 보유한 밀리언셀러 작가 프랑크 틸리에의 신작 <현기증>(은행나무 펴냄)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플롯보다는 인물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밀실 스릴러’다. 인간의 심리적 한계를 집중 조명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는 익숙한 것이 낯선 것으로 변모할 때의 강렬한 두려움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극한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내면에서 이성과 광기가 충돌하는 순간을 세세히 그리며, 인간이 인간다움을 포기할 때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인간 본성 한가운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회파 추리소설’이 많아 국내 독자들과 공감대가 넓은 일본 장르소설의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지난 몇 년 새 영화로 소개돼 독자 수를 늘린 작가의 신작이 눈길을 끈다.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등이 영화화돼 호평을 받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재인 펴냄)는 ‘현실’과 ‘기억’의 두 평행 세계(패럴렐 월드)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에 휩싸인 주인공의 갈등과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두 개의 모순된 세계, 즉 눈앞의 현실과 기억 속의 현실, 둘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패럴렐 월드’는 할리우드 영화 <토탈 리콜>을 연상케 한다.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눈앞의 현실과 주입된 기억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는다.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또한 비슷한 상황에 빠지는데, 작가가 면밀하게 설계한 미궁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기억의 재편’이라는 뇌 과학에서의 발견뿐이다.

국내 장르소설의 중흥을 이끈 작가들의 신작 출간 소식도 반갑다.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 외전/그들이 살아가는 법>(엘릭시르 펴냄)은 퇴마사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렸는데, 본편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미리 알려왔다.

<궁극의 아이>를 쓴 장용민 작가는 후속작 <불로의 인형>(엘릭시르 펴냄)을 펴낸다. 제5회 자음과모음 네오픽션상 수상작인 이재찬의 장편소설 <안젤라 신드롬>(네오픽션 펴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전이라고 우습게 봤다간 ‘오싹’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Y의 비극> <환상의 여인>
<셜록 홈즈> 시리즈가 연극·영화·드라마뿐 아니라 추리 행사 등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장르소설에는 ‘고전’이 따로 없다는 듯 오래된 작품들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한국 추리소설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용어가 있다. ‘세계 3대 추리소설’ 또는 ‘세계 3대 미스터리’인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이다.

선정 주체도 기준도 없이 떠도는 목록이어서 적극 추천하지는 못하지만 이 세 권이 지닌 장점 하나하나가 추리소설의 인기 비결을 알게 해준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작가의 최고 작품이자, 세계 추리소설 사상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여덟 명의 손님과 웃음을 잃은 하인 부부. 이들의 호화로운 저녁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열 개의 꼬마 인디언 인형. ‘열 명의 인디언 소년’이라는 동요 가사에 맞춰 한 사람씩 죽어가면서 인형이 하나씩 사라진다. 인디언 섬에는 이들 열 명 외엔 아무도 없다. 살인자는 누구인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와 함께 잃어버린 과거의 망령이 피를 얼리며 다가온다.

뉴욕 태생의 미국 작가 윌리엄 아이리시는 어두운 분위기 속에 생생히 살아 있는 서스펜스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생전 그의 작풍(作風)은 추리소설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해 ‘누아르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으며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환상의 여인>은 아이리시의 장점인 논리적 구성, 등장인물을 밀어붙이는 압도적 상황, 도시적 우수와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표작이다. 도시의 밤을 밤보다 더 어두운 필치로 그려낸 아이리시 특유의 서정적인 문장이 돋보인다. 절제된 표현에서 더욱 절절히 느껴지는 스콧 헨더슨의 사랑과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남자들의 우정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플롯은 왜 이 작품이 아직까지 사랑받는지 알려준다.

작가 활동 외에도 미스터리 연구가, 장서가, 잡지 발행인으로 잘 알려진 엘러리 퀸. ‘엘러리 퀸’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탐정 이름이기도 한데, 셜록 홈즈와 명성을 나란히 하는 금세기 최고의 명탐정이다.

<Y의 비극>은 은퇴한 셰익스피어 극의 명배우 드루리 레인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작품으로, 반세기 넘게 정상을 지켜온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뉴욕 로어 만,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요크 해터의 시체가 발견된다. 요크 해터는 미치광이 집안이라고 불리는 해터가의 주인으로, 아내와 가족의 광기에 눌려 소심하게 숨어 지내는 처지였다. 그 이후 해터 일가를 노리는 독살 미수 사건이 발생하고 급기야 안주인 에밀리 해터가 시체로 발견된다. 지방 검사의 요청으로 다시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된 드루리 레인. 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그의 고뇌는 점점 깊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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