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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시민이 아니고 군대는 헌법 밖에 있는가

군의 특수성 이유로 감추고 왜곡하는 병영 문화 만들어

최강욱 | 변호사(전 군법무관) ㅣ 승인 2014.08.14(Thu) 10: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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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군에 보낸 대한민국 부모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28사단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우리 군의 현실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자부심을 가진 나라에서, 평화적 정권 교체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는 나라에서 수십 년이 지나도록 군의 인권 수준은 늘 바닥이다.

부모의 눈물을 뒤로하고 씩씩한 사나이가 되겠다며 신병훈련소에 들어간 장정들은 어느샌가 괴물로 변해 타인에 대한 폭력을 습관화한다. 이러니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군내 가혹행위를) 참으면 윤 일병이 되고, 참지 못해 폭발하면 임 병장(22사단 총기 난사 사건의 피의자)이 된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폐쇄 조직에서 잉태된 권력의 위험성

하나씩 따져보자. 군대에서는 전사자가 생기면 이를 ‘병력 손실’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병사의 죽음은 장기판의 말처럼 군인의 숫자가 줄고, 싸움에 동원할 힘이 줄었다는 뜻이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는 생각은 자리할 틈이 없다. 이를 두고 전쟁 자체가 야만적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변명하는 이들도 있다. 기술적 용어일 뿐이니 그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과잉 반응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평소의 인식은 어느샌가 행동까지 지배할 수 있다. 사람이 그 가치를 숫자로만 인정받을 때, 어떤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평시에도 늘 전시를 대비한다는 명분이 군이 야만적이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는 군내 가혹행위의 근원은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군 지도부는 항상 ‘군사 기밀’ ‘보안’이라는 용어를 앞세운다. 그런데 그렇게 폐쇄된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상명하복’이며 ‘군기’다. 결국 군 내부에서는 약간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것을 이용해 어떻게든 편해지려 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에게 군림하려 하는 게 필연이다. 이렇게 구조화된 막강한 권력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말 그대로 ‘폐쇄적인 계급사회’에서 말이다.

   
8월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인권센터가 연 윤 일병 추모제에서 군 의문사 희생자 부모들이 자식의 영정을 든 채 슬픔에 잠겨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하물며 수십 만 조직의 수뇌부를 이루고 있는 이들은 10대 후반부터 병영생활을 하며 ‘개성’ ‘자율’ ‘인격’을 저당 잡힌 채 수십 년을 보낸 바로 그 사람들이다. 과연 어디에서 폐쇄성을 벗어날 구석이 생길 수 있나. 하물며 계급이 높아질수록 그들은 거의 모두 같은 학교 동문들이다. 한 기수마다 200여 명이 4년간을 합숙생활을 하며 일상적인 구타를 접하는 게 그간 사관생도 훈육의 주요한 방식이었던 것도 부끄럽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인내심과 단결력을 배양한다는 미명을 앞세운 무자비한 ‘가르침’이 군 전반에 내재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군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속 시원히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늘 언론에 사실을 숨기다가 마지못해 몇 가지만 시인하고 만다. 국군 창설 이래 수십 년간 목도하는 이러한 관행은 ‘지휘권’이라는 이름 아래 보장된다. 지휘권을 행사하는 지휘관이 자신의 부대에서 벌어진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과 검사, 판사의 보직 부여와 임명권을 사실상 독점하며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수사 및 영장 청구는 물론 재판을 할 때와 재판이 끝난 후까지도 개입하는 권한을 보장받고 있다. 자신의 직속 부하인 (법조인이 아닌) 일반 군인을 재판장으로 임명하고, 그 판결 결과가 맘에 안 들면 얼마든 깎아줄 수도 있다. ‘관할관 확인 조치권’이란 전대미문의 제왕적 권한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도 ‘3권 분립’으로 제한적 권력을 행사하는데 사단장은 제왕적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군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반박도 있다. 하지만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범죄만 군사법원에서 다루어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은 교통사고·폭행·절도 같은 일반 형사범이다. ‘군의 특수성’을 핑계로 사법권과 수사권까지 부속시켜야 할 논리적·법적 필연성은 전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군대 내에서는 그러한 권한을 보장받고 있으니 계급이 높을수록 처벌을 받을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괜히 바깥에 알렸다가 찍히면 진급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다. 결국 자신의 부대에서 일어난 일을 그대로 밝히고 엄벌하라고 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이야기다.

군 내부에서 잉태된 왜곡된 병영문화 의식은 군 외부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일단 군대를 떠나면 그걸 또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그대로 써먹으려 든다. 군대의 모순이나 비리를 어떻게든 함께 고민하며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빠진 ‘똥통’에 빠지지 않으려는 사람이나 빠져보지 않은 사람에 대한 적개심으로 표출한다. 삐뚤어진 군 병영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군 훈련소에서 인분을 먹였다는 비인간적인 실태를 고발하는 보도를 접하면, “요즘 애들이 연약해서 군기가 빠졌다. 내가 군에 있을 땐 똥통에서 잠수하는 게 다반사였다”며 무용담을 주워섬긴다. “군대란 게 원래 그렇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군대가 어찌 유지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결국 군내 인권 유린이 개선되지 않는 데는 군대 밖에 있는 일부 민간인들의 비뚤어진 인식 수준도 한몫을 한다. ‘군대 가야 사람 된다’는 논리로 군내 인권 침해를 무의식중에라도 당연시한다.

특수성 핑계로 헌법 위의 군대는 안 돼

자, 이런 곳이 어떻게 괴물들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을까.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조직과 이런 제도가 존재하며, 시민의 관심과 언론이나 독립된 외부 기관의 감시가 전혀 미치지 못하는 이런 사회가 스스로를 ‘특수성’을 가진 조직이라며 헌법 질서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민간인이나 하는 짓’이라며 사회 물을 뺄 것을 강요하는 게 군사훈련의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건재하다. 도무지 군인은 주권자인 시민이 될 수 없고 군대는 우리 사회에 포함되지 않는단 말인가.

군대는 예전부터 헌법 밖에 있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헌법에 근거한 국가기관이 분명함에도 헌정 질서를 파괴한 역사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들이 예비역이든 현역이든 적지 않다. 시민사회를 감시하며 비상시엔 언제든 개입해 질서를 잡는 게 군대 본연의 임무라며 지금도 ‘계엄하의 좋은 시절’을 되뇌는 이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이제 한번 차분히 생각해보시라. 우리 스스로 이런 군대의 모습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 성찰해왔었는지를 말이다. 제2, 제3의 ‘윤 일병’ ‘임 병장’으로 불리는 피해자와 가해자는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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