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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술꾼들이 말한다 ‘한국 맥주 오적!’

전문가 지적 ‘국산 맥주가 밍밍한 이유 다섯 가지’

김지영 기자 ㅣ abc@sisapress.com | 승인 2014.08.14(Thu) 10: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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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중략) 예가 바로 __1)___, ___2)___, __3)___, ____4)__. ____5)____이라 이름 하는, /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 배꼽 같은 / 천하흉포 오적(五賊)의 소굴이렷다. //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 중에서)

 

밑줄에 들어갈 교과서적인 답은 순서대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다. 하지만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논하는 이 글에서 저 답은 틀렸다. 아래를 보라. 이 시대 진정한 술꾼 5인이 말한 한국 맥주의 오적(五賊)이다.

   
8월6일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ㄹ수제 맥주점. 이날은 비가 왔는데도 실내가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一賊   독과점이란 놈 나온다

국내 맥주 시장은 대표적인 독과점 체제다. 1933년 맥주가 생산된 이래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두 거대 회사가 시장을 지배했다. 현재는 하이트진로와 OB맥주가 국내 맥주 시장의 96.1%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11년 기준 시장 구조 조사’를 보면, 하이트진로와 OB맥주의 연구·개발비는 0.27%에 불과하다. 국내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연구·개발비인 1.5%보다 더 낮다. 소비자 수요에 맞는 신제품 개발에 소홀한 것이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은 “80여 년간 지속된 독과점 체제로 국내 대기업 맥주업체는 신제품을 개발할 유인을 스스로 잃었다”며 “외면받은 소비자들이 눈을 돌린 게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이고, 이것이 국산 맥주 시장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二賊   단조로운 제조 방법 나온다

우리나라 맥주 생산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국내 거의 모든 맥주가 한 가지 기술, 하면발효법으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하면발효법은 맥주의 효모를 맥주통 아래에서 식히는 기술로 섭씨 5~12도 정도의 저온에서 발효한 후 장시간 숙성시키며 맥주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만든 술이 우리가 흔히 보는 노란색의 맥주 ‘라거’다.

허시명 국내 1호 술평론가는 “세계 맥주 대회인 월드비어컵대회에서는 맥주를 94개로, 유럽도 80개로 분류한다. 그런데 ‘라거’로만 맥주 시장이 형성된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알코올 도수가 낮고 부드럽게 넘어가 부담 없이 마시는 라거의 특성은 사람들이 맥주를 맛 대신 양으로 승부하는 부정적인 문화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三賊   낮은 맥아 비율 나온다

무조건 맥아를 많이 쓴다고 해서 훌륭한 맥주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은 맥아로 좋은 맥주를 생산하긴 힘들다. 독일에서는 맥아·홉·효모·물 외에는 다른 첨가물을 맥주에 넣어선 안 된다. 일본에선 맥아 비율이 66.7%가 넘어야만 맥주로 인정된다. 그런데 한국에선 맥아량이 10%만 넘으면 맥주로 인정된다. 서종록 한국주류산업협회 상무는 “법적 맥아량은 10%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맥주는 70~80%를 유지하고 있고 100% 맥아를 함유한 제품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요 나라보다 현저하게 낮은 국내 법적 맥아량은 소비자 입장에서 찝찝함을 남긴다.

 四賊   비밀스러운 성분 나온다

맥주에 들어가는 정확한 성분은 생산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올해까진 그렇다. 내년부터 식품안전법상 표시 기준 적용을 받아 주류에 사용되는 모든 원료와 첨가물을 표시해야 한다. 올해는 유예 기간이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은 “수제 맥주는 맥아를 100% 사용하는 반면, 국산 맥주는 맥아 외에 옥수수 등을 쓰기도 한다”며 “맥주에 들어가는 성분은 기본적으로 맥아·홉·첨가물인데, 이 첨가물의 정확한 성분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五賊   높은 세금 나온다

맥주는 그 자체가 세금이다. 맥주에 붙는 세금은 현재 주세 72%, 교육세 30%, 여기에 부가가치세까지 합치면 제조원가의 약 112%에 달한다. 문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똑같이 72%의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기업이 아닌 맥주업체들에 한해 주세를 72%에서 5%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주세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은 맥주 제조 규모에 따라 56~84%까지 할인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홍종학 의원실 관계자는 “맥주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시장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세율을 부과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실질적으로 2~3배 정도 세금을 더 많이 부과받게 된다”며 “더 좋은 맥주 맛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낮춰 다양한 맛의 맥주가 생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맥주회사가 0.4%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원 감소 우려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맥주홀에서 맥주를 물로 연하게 만들어놓은 모반의 작당을 할 때 신고를 하지 않으면 상점 주인도 같은 죄로 취급하겠다.’ 그 옛날 함무라비 법전에는 이 같은 내용의 맥주 제조 규제법도 나와 있다.

국내 맥주를 가리켜 ‘물 맥주’라고 하는 비판에 국내 맥주업체들이 불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맥주 맛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국내 맥주업계의 반박은 소비자 입장에서 와 닿지 않는다. 기자 역시 맥주를 사랑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김지하의 시 <오적>을 인용한다면,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국내 맥주업체와 정부에 한마디 하겠다. 좋은 맥주를 즐길 소비자들의 ‘맥주 주권’을 해치는 이 오적을 당장 제거하지 않는다면, 함무라비 법전을 예로 들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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