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언론상] 예비 언론인이 찾은 ‘팩트’는 신선했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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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아무도 찾지 않는…’ ‘저상버스는…’ 등 6편 수상

20대의 관심사는 기성세대가 궁금해하는 부분 중 하나다. 이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관심 있는 이야기를 기획 기사로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 ‘너희 기성 언론들이 잘 들여다보지 않는 부분을 우리가 대신 말해주겠다’는 각오가 단단하게 느껴지는, 청춘의 치열한 기록물들이 시사저널 편집국에 속속 전달됐다.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은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다. 2년 전 상을 제정할 당시 ‘반값 등록금’ 문제가 최대 이슈여서 대상 상금을 ‘한 학기 등록금’으로 정했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예비 언론인’의 장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상은 기성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출품작들과 비교해볼 때 흥미로웠던 점은 주제의 다양성이었다. 문화재가 등장했고 멀티플렉스와 산복도로 르네상스도 취재의 대상이 됐다. 대학생의 관심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갱년기 치료와 암 의료비 지원 사업 등 의료·건강을 주제로 한 기사도 있었다. 거침없이 달려가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와 은퇴 후 운동선수의 막막한 현실을 담담히 풀어가는 스포츠 기사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가장 큰 관심거리는 ‘대학생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사는가’였다. 대외 활동, 이력서, 취업준비생, 교환학생, 88만원 세대 등 그들의 자화상을 담은 기사들이 많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1차 심사와 2차 심사를 거친 다음 6편의 기사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차는 시사저널 편집국 내부에서, 2차는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윤길주 시사저널 편집국장 등이 맡았다.

시상식은 8월25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시사저널사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시상을 한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는 “이 공모전은 양식 있는 언론인을 사회에 배출하는 전 단계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자는 측면에서 진행했다. 이번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현장에서 소재를 더 많이 발굴해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글을 계속해서 써달라”고 당부했다.

제3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서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우수상 수상작인 ‘아무도 찾지 않는 서울역 13번 출구’였다. 3주의 취재를 거쳐 그들이 담아낸 서울역 13번 출구의 취재원은 영세 상인들이었다. 노숙인 무료급식소 때문에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는 허름한 중국요리집 사장의 시름. 그곳에서는 최하위 계층을 돌본다는 명분에 가려 차하위 계층이 무너지고 있었다. 노숙인 너머의 또 다른 약자를 그린 주제의식에 심사위원들은 주목했다.

우수상·장려상 6편 수상…대상작 없어

또 다른 우수상 수상작인 ‘그들에게 여전히 고상하기만 한 저상버스’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저상버스는 늘어나고 있는데 왜 휠체어가 올라타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는가.’ 장애인의 버스 이용률에 대한 정보가 없자 직접 서울의 주요 환승센터로 나가 저상버스 탑승 인원을 체크했고 직접 휠체어를 빌려 저상버스에 오르기도 하며 그 고행길을 기록으로 남겼다.

주변의 사례를 통해 취업준비생의 이력서 위조를 고발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취업준비생들, 횡행하는 이력서 위조’, 막 노동에 준하는 대외 활동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어버린 대학생의 현실을 고발한 ‘쏟아지는 대외 활동,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재개발 문제로 생긴 치안 불안을 고발한 ‘표류하는 뉴타운, 표출되는 치안 불안’, 생산직 아르바이트 경험을 토대로 장시간 노동의 비합리성을 기록한 ‘어느 노동자의 사라진 주말’ 등 4편이 장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대상작을 배출하지 못했다. 윤길주 편집국장은 “평가 과정에서 심사위원들끼리 일치된 견해였다. 이번에 나온 작품들의 평균 수준은 높아졌으나, 확실하게 두드러진 작품은 없었다. 스케일이 좀 작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치열함이 부족했던 게 아쉽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뛰며 구슬땀을 흘리고 발품을 판 청춘들은 올해도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매번 위기를 말하는 우리 저널리즘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중 하나다.

 

 

저널리즘 환경이 급변했다는 진단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그래도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한 저널리즘은 남는다. 문제는 어떤 자격으로, 어떤 매체에 담느냐다. 다매체 시대에는 저널리스트 되기가 쉽다. 누구든 언론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그래야 대졸자 80%의 고도 시대에 저널리스트 대우도 받고 정보에 접근할 수가 있다.

지금 저널리스트 지망생들은 스스로 자격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나. 유감스럽게도 이번 제3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응모작들의 수준이 지난해보다 못했다. 기성세대에게 긴장감을 줄 만한 소재도, 치열하게 파고든 기질도 부족했다. 아쉬움을 넘어 유감이다.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차이, 즉 기사와 논문의 차이점을 새삼 설명해서는 곤란하다. 시각부터 다양화하면 좋겠다. 생활 주변의 소재여도 상관은 없다. 대신 더 치열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검색, 현장, 전문가 인터뷰, 유관 기관 찾기…. 그래픽과 도표, 사진과 지도도 성의 이상으로 필요한  요소다.

‘아무도 찾지 않는 서울역 13번 출구’는 현상 너머를 보려 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스포트라이트 뒤쪽을 본다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 ‘그들에겐 여전히 고상하기만 한 저상버스’는 도시의 가장 기초적인 일상을 약자의 시각에서 접근했다. 언더 도그마의 시각이라서가 아니라 환승정류장을 찾아다니고 승객 숫자를 일일이 센 섬세함이 돋보였다. 저널리즘은 팩트의 싸움이다. 그래서 발로 뛰어 얻은 팩트는 신성하다고 한다. 두 편 모두 이 점에 격려를 보낸다.

‘표류하는 뉴타운, 표출되는 치안 불안’도 노력은 돋보였으나 지난해 수상작과 너무 닮아버렸다. ‘쏟아지는 대외 활동,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취업준비생들, 횡행하는 이력서 위조’는 이 시대 대학생들의 자화상이었다. 훌륭해도 너무나 일상적이라면, 결론까지 예상대로라면 기사로서는 밀리게 마련이다. ‘어느 노동자의 사라진 주말’도 체험기 이상의 메시지를 잘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허원순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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