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핵심 의원 극소수 5~6명 불과”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09.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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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영입 사태에서 문재인 리더십 흔들 친노 결속력에 의문부호

새정치민주연합 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의 좌장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의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8대 대선 패배의 책임론에 시달리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논란 당시 대여(對與) 공세의 선봉에 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흩어져 있던 친노계를 결집시키며 좌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비대위원장 영입 불발 사태’에서 보여준 잇따른 실책으로 인해 ‘친노의 영원한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가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문 의원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 결정적 계기는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영입 논란으로 촉발된 당 내분 사태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지목되면서부터다. 박영선 당시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이 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 때만 해도 박 원내대표의 불통(不通)에 당내 비판의 화살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이 교수의 영입과 관련해 문 의원과 사전에 상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박 원내대표 측은 “문 의원이 이 교수의 영입에 동의했지만,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발을 뺀 것”이라고 주장했고, 문 의원 측은 동의 사실을 부인하며 “이 교수에 대한 당내 부정적인 여론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맞서는 등 진실 공방을 벌였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안희정 지사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이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은 ‘비노(非盧)’ 진영으로부터는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 친노 진영에선 문 의원이 박 원내대표를 감싸는 것처럼 비치자 “정치적 판단력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론에 직면했다. 급기야 친노 진영 내에선 문 의원을 대신할 차기 주자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문 의원의 리더십이 이번 이 교수 영입 과정에서 자신의 계파인 친노에게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은 것처럼 비치는 대목이다. 문 의원의 사전 동의 여부를 떠나 문 의원이 이 교수의 영입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내 의원들 설득에 나섰던 것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이 교수 영입에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강하게 반발한 것은 계파 좌장으로서 문 의원의 영(令)이 서지 않은 셈이 됐다. 비노 진영에서 “자기 계파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문 의원 측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세균 상임고문 쪽 말고는 오더가 안 먹힌다. 그것은 친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 의원의 한 참모는 “이쪽(문 의원 측)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이 많이 틀렸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와 달리 지금은 친노라고 얘기하는 실체가 불분명하다. 솔직히 자신이 비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을 그냥 친노라고 비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참모는 “지금은 친노보다는 비노라는 사람들이 더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당내에서 친노 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3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친노 그룹은 문 의원에 대한 추종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친문재인계’(친문)와 안 지사와 가까운 ‘친안희정계’로 대별된다. 친문 의원은 김태년·김현·노영민·박남춘·윤호중·윤후덕·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10여 명을 핵심으로 해서 30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친문 의원들은 2012년 대선 당시 선거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인사들과 참여정부에서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다. 친안희정계 의원은 박수현·김윤덕 의원 등 2~3명으로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정세균 상임고문 계보에 속하는 의원 20여 명도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된다. 정세균계는 강기정·박병석·안규백·오영식·이미경·이원욱·전병헌 의원 등이 주축이다. 친노계와 범친노계를 통칭하는 친노 진영은 50~60명 정도로 추정되는 셈이다.  

‘친문’ 결속력에 의문 표시하는 시각 많아

이 같은 분류와 전망에 대해 문 의원 주변에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참여정부 임기 내내 청와대에서 근무한 친노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실 친노, 좁혀서 말하면 친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은 5~6명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문 의원은 계파를 형성할 의사도 없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 측의 한 관계자도 “일각에서 ‘친노의 분화’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계파를) 모은 적이 없으니 분화된 것도 없다. 문 의원을 좋아하는 사람과 안 지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가,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라며 “친노라고 할 때 거론되는 중진이 다 친노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의원 캠프의 핵심 실무진이었던 한 보좌관은 “친노 분화의 근거로 얘기하는 게 안 지사인데, 지금은 안 지사가 결단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며 “안 지사는 ‘차기 집권은 개인의 힘에 의한 게 아니라 세력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분화라고 얘기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친문재인계의 결속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비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서게 된 것은 사실 기획된 부분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문 의원을 중심으로 친노 진영이 뭉쳐 있긴 하지만,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거나 차기 대선 주자로서 입지가 급격히 흔들릴 경우엔 친노는 또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친노 진영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도 “문 의원이 최근 모호한 태도로 무게중심을 상실하면서 리더십 회복이 쉽지 않다”며 “이런 리더십이라면 앞으로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철근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측근들과 힘든 시기를 함께했던 ‘고난의 연대십’이 있었고 반드시 자신들의 리더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의지를 갖고 끝까지 함께했지만, 문 의원과 이른바 문재인계에는 그런 게 없다”며 “문재인계가 흥할 가능성이 크다면 사람들이 모이겠지만, 과거처럼 망하더라도 끝까지 보스와 운명을 함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결국 모든 것은 문 의원이 앞으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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