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세금우대 계좌가 있다던데?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9.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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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법 대폭 수정…세금 혜택 상품 크게 줄어

요즘 부유층의 최대 관심사는 ‘절세’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는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증세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번 돈의 최고 41.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일반 직장인과 자영업자, 은퇴자들도 세금 문제를 더욱 꼼꼼하게 챙겨야 할 시점이다. 내년부터 바뀌는 세제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세금우대저축이다. 1인당 1000만원 한도로 가입하면 15.4.%(주민세 포함)의 이자·배당소득세 대신 9.5%만 내도록 돼 있던 제도가 내년엔 폐지된다. 하지만 미리 계좌만 터놓으면 평생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세금우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세금 지원정책이었다. 만 20세 이상이면 1000만원(원금 기준) 한도로 소득세 9%에다 농어촌특별세 0.5%만 내면 됐다.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세금우대 한도가 더 늘어난다. 원금 기준 3000만원까지는 낮은 세금만 내면 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게 분리과세 혜택도 준다.

ⓒ 일러스트 최길수
예컨대 연 5%의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에 2년간 1000만원을 묻어놓으면, 원래는 이자소득세로 15만4000원(2년간 수익 10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세금우대’ 계좌로 가입하면 소득세로 9만5000원만 내면 된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세금우대’ 선택만으로 5만90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것. 60세 이상이 같은 조건으로 가입한다면 절세액이 17만7000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세금우대 계좌는 은행권에서만 800만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세금우대 예·적금 규모는 약 25조원. 그런데 내년부터는 세금제도가 확 바뀐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이 폐지되면서 일반 직장인들이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들게 됐다. 60세 이상의 경우 생계형저축(비과세) 한도가 종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세제 개편의 최대 피해자는 직장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연말까지 세금우대 계좌를 트면 종전 혜택을 한동안 유지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 가입한 세금우대 상품의 경우 내년 이후 만기가 끝나면 재가입할 수 없다. 증권사 상품은 다르다. 잘만 활용하면 평생 우대 혜택이 가능하다.

 ELS 등 수익률 높은 금융상품 담아야

 증권사 상품이 유용한 것은 세금우대 혜택이 ‘상품’이 아니라 ‘계좌’ 단위로 적용되는 독특한 방식 때문이다. 예컨대 증권사에서 만기가 ‘3000년 12월31일’ 또는 ‘9999년 12월31일’인 계좌(통장)를 하나 만들고, 각종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사채(DLS), 채권 등을 담을 수 있다. 이 계좌 안에서 사고팔면서 생기는 차익에 대해선 통장 만기까지 세금우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증권사의 세금우대 계좌 안에선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환매할 수 있다. 다만 계좌에서 한 번 자금을 빼면 또다시 절세 혜택을 보기 어렵다. 세금우대를 계속 적용받길 원하는 시점까지만 투자금을 운용하면 된다는 얘기다. 1~2개 증권사에서 여러 세금우대 계좌를 트면 급전이 필요할 때 일부만 해지할 수 있어 편리하다. A계좌 400만원, B계좌 300만원, C계좌 300만원 식이다.

평생 세금우대 혜택을 받기 위해선 증권사에서 별도의 전용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 이미 갖고 있는 통장에다 ‘세금우대’를 추가하는 방식은 안 된다. 세금우대 전용 통장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게 ELS다. 절세 혜택을 극대화하려면 과세 표준이 높은 상품이 유리한데 ELS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이미 비과세되고 있어 추가로 세금을 아낄 게 없다.

연 수익률 10%짜리 지수형 ELS에 1000만원을 넣었다가 1년 후 찾았다면 세전 금액은 1100만원이다. 세금우대를 계속 받으려면 이 1100만원 전액을 같은 계좌 안에서 다른 금융상품에 그대로 넣어야 한다.

이 밖에 세금우대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는 채권형 펀드, 해외 주식형 펀드, 해외 채권형 펀드, 장기 채권 등이 있다. 직장인들은 15.4%의 일반과세 대신, 자산가들은 최고 41.8%의 종합과세 대신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본다. 다만 세금우대 계좌 안에서 해외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는 없다. 신탁 상품도 넣을 수 없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채권 역시 담을 수 없다. 

거래하는 증권사가 있다면 세금우대 계좌를 트려고 창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계좌를 만들 수 있다. 은행이나 다른 증권사 등에서 세금우대저축 한도를 이미 채웠다면 추가로 가입할 수 없다. 종전 계좌를 해지한 후 신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해외형 재형저축펀드는 100% 비과세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비과세 재형저축 의무가입 기간을 종전 7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다만 연간 총급여 2500만원 이하의 근로자, 종합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인 사업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고졸 이하 청년 근로자만 대상이다. 분기당 납입 한도는 300만원이다. 연봉 2500만~5000만원인 근로자이거나 종합소득액이 1600만~3500만원인 사업자도 재형저축엔 가입할 수 있지만, 7년 안에 계좌를 해지하면 이자소득세를 모두 내야 한다. 재형저축은 긴 만기와 시중금리 하락세가 맞물려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제도 시행 후 올해 6월 말까지 계좌 수가 150만개에 불과했다. 따지고 보면 재형저축의 장점이 많다. 세금 혜택만 놓고 봐도 세금우대저축보다 훨씬 크다. 이런 재형저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가입 자격만 된다면, 채권형 펀드 또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장기 적립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주식형 재형저축펀드(적립식)에 가입해 수익과 함께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내년부터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또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IRP)에 연간 300만원씩 추가 납입하면 13.2%의 세액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올해까지는 연금저축과 DC형 퇴직연금(또는 개인형 IRP)을 합해 연간 4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해주는데 여기에다 별도로 적립한 퇴직연금에 대해 추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DC형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DB형이든 DC형이든 IRP형이든,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장인들은 내년부터 IRP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 매년 300만원씩 추가 납입하는 게 좋다. 꼬박꼬박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물론 든든한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젊을 때 적립한 퇴직연금의 경우 만 55세 이후부터 연금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다. 월 수령액에 대해선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저율 과세인 데다 이자·배당소득세를 늦게 내는 과세 이연 효과까지 감안할 때 절세 효과가 크다.

소득공제 장기 펀드는 금융권에서 거의 사라진 소득공제 상품 중 하나다. 연간 600만원(월 50만원) 한도로 납입하면 40%(최대 240만원)까지 매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직장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정부는 소장 펀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종전 연 급여 5000만원 이하이던 가입 자격을 8000만원 이하 근로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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