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해경 10명 중 4명만 심리상담 받았다
  • 김지영·조해수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11.2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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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사실상 안 해…해경·국방부 자료에서 드러나

정부가 세월호 침몰 현장에 투입된 해경 잠수사와 승조원 그리고 육·해군 병력에게 실시한 ‘심리치료’가 극히 형식적인 데 그쳤다는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세월호 침몰 후 투입된 해경 잠수사와 승조원의 심리상담은 평균 단 1회에 불과했다. 또한 이들이 받은 상담을 보면, 해경의 경우 스트레스 측정 및 위험 정도를 진단하는 ‘스크리닝’(Screening·검사)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색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이상징후에 대한 정밀 치료는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진행된 상담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의 위험성을 알리는 공개 특강과 온라인 상담도 포함됐다. 즉, 밀도 있는 심리상담이 없었다는 말이다. 해경과 국군 잠수사들은 200일 넘는 기간 동안 목숨을 걸고 수중 수색작업을 진행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이들을 방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가슴에 품은 국가를 지킨다는 자부심은 세월호와 함께 저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했다. 참사 발생 200일이 넘었지만 수뇌부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 개개인은 모든 죄책감을 떠안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 시사저널 구윤성
심지어 국방부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육·해군 병력의 정신건강 평가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사회적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개인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군에 PTSD로 확진된 군인은 0명”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힘으로써 가뜩이나 보수적인 군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가 소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 및 수색대원이 희생되는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9일 수색에 심리상담은 단 50분 

시사저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경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후 전문 심리상담을 받은 해경 잠수사와 승조원은 198명으로 전체 해경 투입 인원의 43%에 불과했다. 수색작업에 참가한 10명 중 6명 정도는 치료는커녕 상담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실제 세월호 참사 수색 및 현장 수습을 위해 투입된 해경 잠수사와 승조원은 모두 458명이다. 이 가운데 상담을 받은 사람은 198명에 그쳤다. 전체 사고 현장에 투입된 인원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이 받은 상담 횟수는 208회에 불과하다. 월별로 보면 7월에는 13명이 13회, 9월에는 79명이 89회, 10월에는 44명이 44회, 11월 수색이 중단되기 직전까지 62명이 62회의 상담을 받았다. 1인당 심리상담을 1회꼴로 받은 셈이다. 1회 상담 시간은 최장 50분이다. 해경 측은 “상담을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상담이 진행됐으며 9월을 제외하곤 1인당 중복 상담이 없었다”고 밝혔다.

해경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처음 2억4000여 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올해 민간 심리치료 전문 기업에 위탁해 진행했다. 치료 체계는 크게 진단→상담→치료 3단계인데,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해경 대원에 대해서는 ‘진단’(Screening)을 했다. 해경 측은 “지난해에 처음으로 심리치료 예산이 편성됐는데 여기엔 세월호라는 대형 재난을 예측해 반영하지는 않았다”며 “예산의 한계와 당시 사회 분위기상 심리상담보다는 수색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 구조대원의 심리상담을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현장 투입 해경 대원 21% 고위험군

해경은 세월호 침몰 후 사고 지점 근처에 3000톤급 함정을 설치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이들과 함정에서 동고동락하며 심리진단을 진행한 (주)다인C&M에 따르면, 9월 한 달 동안 실제 실종자 수색에 참가한 전체 해경 잠수사와 승조원 가운데 40% 정도가 ‘잠재적 위험군(Moderate)’과 ‘고위험군(Severe)’으로 구분됐다. 이 가운데 6명(21%)이 고위험군으로 진단됐다. 고위험군이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신적 충격 정도가 이미 PTSD로 발전했거나 PTSD로 갈 경향이 큰 집단이다. 아직까지는 경미하지만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되는 잠재적 위험군에 포함된 사람은 5명(17.9%)이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는 해경 외에 해군·육군 등 군 병력도 투입됐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10월21일 현재까지 세월호 참사 현장에 투입된 육·해군은 각각 375명과 486명으로 모두 861명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PTSD 확진 판정을 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징후(Syndrom)’로 판명된 장병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애(Disorder)’로 확진된 이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군이 국회 국방위 진성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5월26일 복귀한 해군 잠수사 64명을 상담했으며, 이 중 경미한 유소견자 17명이 식별돼 지속적으로 관찰 중이라고 나와 있다. 아직까지는 경미한 트라우마 증상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이들이 모두 ‘완치’됐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PTSD는 잠복기가 길게는 30년까지 가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진도 팽목항과 안산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6월에는 진도에서 70일 넘는 기간 동안 유가족을 돕던 진도경찰서 소속 김 아무개 경위가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져 사망했다. 

해경 심리상담 총책임자였던 (주)다인C&M의 이상하 부장은 “군인이나 경찰과 같이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프라이드가 강해 심리검사에서 일부러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짓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PTSD는 잠복기가 최장 30년까지고 우울증과 같은 다른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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