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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스타 X파일] #12. 촌티 풍기는 청년 “노래 한번 하고 싶습니다”

회식 장소에 갑자기 들이닥쳐…마이클 잭슨 <빌리진> 열창에 모두 기립박수

이기진│PD ㅣ 승인 2015.01.22(Thu) 14: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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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망생입니다. PD님 앞에서 노래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1990년대 초, 강남의 한 노래주점. 필자는 프로그램 녹화를 끝내고 스태프와 회식을 하고 있었다. 한창 흥이 오른 상황에 돌연 룸 안으로 촌티를 풍기는 한 청년이 들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청년은 90도 허리를 굽히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간청했다. 그리고 5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이 흘렀다. 청년은 현란한 춤과 함께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열창했다. 그런데 노래가 끝나자마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필자는 물론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와의 첫 만남은 짧았지만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쉽게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팀을 이뤄 내놓은 첫 음반은 활동조차 못하고 사장됐다. 더욱이 성실하고 평판이 좋았던 첫 매니저가 사고로 돌연 사망하면서 본격적인 데뷔는 계속 지연됐다. 그렇게 2년여가 흘렀다. 그리고 1994년 기다리던 그가 찾아왔다. 섹시한 엉덩이춤으로 무장하고 <날 떠나지 마>를 들고 온 그는 바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단숨에 수많은 댄스 가수가 할거하던 가요계를 점령해버렸다. 1995년 봄, 그는 필자가 연출하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섰다.

   
ⓒ 뉴스뱅크이미지
‘경옥고’ 별명의 매니저 윤명선씨가 멘토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저돌적이던 청년 박진영은 그 사이 SM·YG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빅3 기획사인 JYP의 수장이 되었다. 비·지오디·박지윤·원더걸스·2AM·2PM·미쓰에이 등 수많은 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낸 제작자가 되었다. 지난해 말까지 3년 연속 저작권 수입 1위를 기록하고 방송 가요 차트에 1위 곡만 42곡을 올린 톱 프로듀서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그를 ‘완벽주의자’ ‘일에 미친 워커홀릭’이라 부른다. 언론에서는 그를 ‘카리스마가 넘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부른다.

연예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성공에는 다른 기획자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먼저 박진영은 저돌적이다. 그는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늘 치밀하게 기획을 수립하고 이를 저돌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데뷔 때부터 품어온 한국 음악의 미국 진출에 대한 확고한 고집과 실천 과정이다. 그는 일찍부터 나름으로 한류의 개념을 정의하고 행동에 옮겼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는 철학이 바탕이 됐다. 2000년대 초, 가수 비의 노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인기 차트에서 23번째 1위에 오르자 그는 더 이상 국내에 안주하지 않겠다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의 주류 시장인 미국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출발부터 시련이 찾아왔다. 주변의 모든 지인이 반대하고 나섰고, 특히 JYP 경영진과 스태프는 회사의 자금 지원이 불가함을 통보한다. 이에 박진영은 ‘1년 내 빌보드 차트 10위권 진입이 안 되면 복귀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사비를 털어 미국 시장을 노크한다. 그는 자신이 만든 CD를 배낭에 넣고 매일 미국 음반사들을 찾아다녔다. 결국 그의 노력은 2004년에 가서야 결실을 보기 시작한다. Mase의 음반 <Welcome Back>에 실린 <The love you need>가 빌보드 차트 4위에 오른 것. 이를 듣고 찾아온 인기 가수 윌 스미스에게 1500만원을 받고 판매한 <I wish I made that>이 윌 스미스의 앨범에 수록돼 빌보드 차트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한국에서 탄탄대로의 미래가 보장되어 있던 톱스타 박진영이 굳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선택한 데는 숨겨진 비화가 있다. 데뷔 초기 그에게는 큰 영향을 준 멘토가 있었다. 그는 박진영을 솔로로 데뷔시키고 성공시킨 매니저 윤명선 사장이다. 장윤정의 <어머나> 작곡가로 유명한 그는 방송가에서는 ‘경옥고’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0년대 초·중반 각 방송사 PD들은 아침마다 영문을 모르고 건강 드링크 선물을 받아야 했다. 출근을 해보면 어김없이 책상 위에 놓인 경옥고 한 병. 누가 가져다 놓은지 모르는 가운데 이 일은 무려 6개월 이상 지속됐고 어느 날 그 주인공이 밝혀졌다. 그는 다름 아닌 초짜 매니저 윤명선. 이후 그의 유쾌하면서도 엉뚱한 기행은 PD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그가 데려온 신인 가수 박진영은 출연 1순위가 되었다. 

청와대 성장동력 보고회에 망사 옷 입고 나가

박진영은 여러 얼굴을 가진 카멜레온이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박진영은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로 비쳤다. 그는 출연자들에게 독설을 퍼붓고 섬뜩한 비판마저 서슴지 않는다. 그의 이런 스타일은 후배 가수에 대한 훈련과 프로듀싱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지윤을 필두로 수많은 가수를 픽업해 성장시킨 그는 스파르타식 훈련을 고집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오디다. 경기도 일산 외곽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오디 멤버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데뷔를 준비했다. 때로는 인격 모독마저 서슴지 않는 독설과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여러 훈련 과정 탓에 멤버들은 수십 번도 넘게 가수를 포기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오디는 멋지게 성공했고 박진영은 이를 통해 스타 프로듀서 반열에 올랐다.

박진영은 대중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데뷔 시절부터 그는 춤과 더불어 패션에 관심을 집중했다. 때로는 지나친 노출과 파격적인 표현으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는 등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가 방송에서 선보인 다양하고 파격적인 의상 등은 그의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잘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2003년 청와대 차세대 성장동력 보고회에 망사 옷을 입고 등장한 것은 쇼킹했다.

그는 앞으로 정치권에 진출할 가능성이 큰 스타로 꼽힌다. 다른 스타들과 달리 그동안 크게 물의를 빚은 적이 없고 자기관리를 잘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집안이 좋고 인맥과 학맥도 괜찮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법무부장관과 민주당 대표를 지낸 박상천 전 의원이 친척이다. 이 때문에 2010년 그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소’ 산하의 청년연구소 소장직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는 틈나는 대로 특강을 다니며 많은 사람과 스킨십을 해왔다. 2007년에는 미국 케네디 정치대학원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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